친구가 독립한다고 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사들고 놀러 가서, 집에 돌아갈 걱정 없이 맘 편히 술을 마시고 하룻밤 신세까지 지고 오는 ‘풀 코스 파티’를 매주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죠. 하지만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보통의 자취방에 침대는 싱글 사이즈 하나뿐이고, 얇은 홑이불 하나 깐 채로 맨바닥에서 자고 일어나면 그렇게 재미있었던 어젯밤도 욱신대는 허리 통증으로 기억될 뿐이니까요.

손님용 매트리스를 따로 마련하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것도 그렇지만, 비싼 가격과 배송의 어려움 또한 문제인데요. 오늘은 적어도 비용과 배송 걱정만큼은 간단히 해결해줄 매트리스를 선보이며 ‘가장 핫한 스타트업’으로 떠오른 업체에 대해 알아볼까 합니다.

온라인으로 매트리스를 파는 기업


‘캐스퍼’라는 이름을 들으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어릴 적 만화영화에서 봤던 희고 몽실몽실한 아기 유령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스타트업 역시 이름이 ‘캐스퍼’일 뿐 아니라, 희고 몽실몽실한 것을 온라인으로 팝니다. 바로 매트리스죠.

온라인으로 매트리스를 구매해보신 분, 혹시 계신가요? 매트리스는 가격도 비싼 데다 매장에 가서 직접 누워봐야 할 것만 같아 보통은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죠. ‘캐스퍼’는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고 매장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100일 체험 프로그램과 쉬운 교환·환불 시스템을 선택합니다.

스프링이 아닌 라텍스와 메모리폼이 혼합된 재질로, 기능의 손상 없이 접을 수 있어 소형 냉장고 크기의  박스에 들어간다는 것도 온라인 판매를 용이하게 만들어주었는데요. 350달러에서 2,750달러까지, 가격에 따른 선택의 폭 역시 넓은 캐스퍼 매트리스는 맨해튼 내에 거주하는 고객에게 자전거로 배송을 해주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카드빚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지금은 기업 가치가 11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캐스퍼지만, 출발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으로 매트리스를 살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 투자자들은 투자를 거부했고, 5명의 캐스퍼 공동 창립자들에게 “이 사업 안 된다. 제발하지 말라.”고 충고하기까지 했죠. 창립자들은 사재를 탈탈 털었고, 그 돈마저 다 사라지자 5만 달러(한화 약 5천만 원)에서 10만 달러(한화 약 1억 원)에 달하는 카드빚까지 내기 시작합니다. 위험한 일이었지만 샘플 매트리스를 만들고 보내주기 위한 최소한의 비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네요.

이후 우여곡절 끝에 벤처 캐피털리스트 몇몇의 투자를 받아낸 캐스퍼는 2014년 4월에 정식 출범하는데요. 웹사이트를 연 첫날 준비된 40개의 매트리스가 모두 품절되는 사태를 겪습니다. 창립자들은 1년 동안 180만달러(약 20억 원) 어치의 매트리스를 판매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두 달 만에 그 목표를 달성해 버리죠.

카일리 제너까지 동참한 언박싱


온라인으로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의 매트리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캐스퍼의 매력이긴 했지만, SNS의 힘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빨리 성장할 수는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캐스퍼의 인지도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주름잡는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채널에 캐스퍼 언박싱 비디오를 게시하면서 수직 상승했는데요. 성인 허리춤까지 오는 사이즈의 박스에 고이 접혀 들어가 있다가 진공포장을 벗겨내면 마법처럼 통통해지는 매트리스의 모습이 많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죠.

SNS를 이용한 ‘캐스퍼 인증’에는 카다시안 자매들 중 막내인 카일리 제너까지 동참합니다. 무려 1억 3천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의 인스타에 캐스퍼 박스 사진이 올라오자 캐스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하죠. 창립자들 중 한 명인 닐 파릭의 말에 따르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웹사이트가 터져버릴 지경이었다네요.

강아지 매트리스부터 낮잠 예약까지


부피를 축소할 수 있는 매트리스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간단한 시스템으로 시작한 캐스퍼는 이제 다방면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신제품은 바로 ‘반려견용 매트리스’인데요. “강아지가 매트리스에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는다.”거나 “강아지 전용 매트리스를 만들어 달라”는 고객들의 요구에 캐스퍼는 정말로 강아지용 매트리스를 출시합니다.

캐스퍼는 다양한 성격의 강아지들을 실험실로 데려와 460시간 동안 그들의 수면패턴을 관찰한 다음, 몸통을 지지해주고 공기 순환이 잘 될 뿐 아니라 방수처리까지 되어 있어 견공들이 자다가 실례를 하더라도 문제없는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흙을 파내어 약간의 벽을 쌓아두면 맘 편히 잠드는 강아지들의 특성을 고려해 테두리를 살짝 높이는 등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제품이죠.

작년 여름에는 뉴욕 맨해튼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도 오픈했는데요. 이 공간은 단순히 캐스퍼의 매트리스를 실제로 볼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 아닙니다. 온라인으로 20분의 낮잠 시간을 예약하면 매장 내 미니 침실에서 캐스퍼 매트리스를 경험하며 낮잠을 즐길 수도 있고, 과학적인 수면 상담도 받을 수 있어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는 일종의 ‘체험공간’이죠.

캐스퍼의 인기가 날로 더해지자 최근에는 “소파계의 캐스퍼가 되겠다”며 간편한 조립식 소파를 판매하는 스타트업까지 등장합니다. 다른 기업이 드러내놓고 벤치마킹한다는 건, 캐스퍼의 사업모델이 확실히 매력적이라는 증거일 텐데요. 캐스퍼가 강아지 매트리스와 낮잠 예약 시스템 다음으로는 또 어떤 재미 있는 아이디어를 들고 나올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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