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제품, 국내 출시 가격 현저히 높아
세금·배송비·설치비 고려해도 20~30만 원 차이
월드 워런티 기간 축소하는 추세

최근 블루 보틀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미국, 일본 등지보다 비싸게 커피값을 책정해 빈축을 샀습니다. 비싸게 팔아도 사주는 한국 소비자들을 ‘호구’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죠. 한국으로 들어오면서 가격을 높이는 해외 브랜드는 블루 보틀 말고도 많습니다. 가전과 명품 잡화·의류 역시 해외와 국내 가격의 차이가 현저한 제품군이죠. 외국 브랜드의 가격 차별도 화가 나는데, 만약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이 국내에서 가격을 올려 받고 있다면 정말 속상하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은 한국 브랜드 가전제품의 해외·국내 가격을 비교해 보고, 이 같은 현상이 생겨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한국에서 30만 원 비싼 다이슨 청소기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비교적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명품으로 둔갑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는 다이슨 청소기를 들어볼 수 있을 텐데요. 한국 소비자원의 자료에 따르면 다이슨 V8 애니멀 청소기의 국내 가격은 74만 3140 원, 미국 가격은 59만 314 원이었죠. 국내 판매 가격이 15만 원 가까이 비싼 겁니다. 국내 매장에서 109만 원, 특별 할인 시 89만 원에 팔리던 V10 앱솔루트 모델의 경우, 미국에서는 정가가 699.99 달러(한화 약 79만 원)였죠. 한국의 할인 가격이 미국 정가보다 10만 원이나 비쌌습니다.


애플 제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이폰 X 256기가 모델은 미국에서 세금까지 평균 140만 원 정도에 팔렸지만 한국에서는 163만 원으로 출고되었죠. 해당 제품의 일본 가격은 129만 원이었습니다.

◎ 같은 사양 제품, 한국서 사면 65만 원 비싸
해외 브랜드의 가격 차별도 이렇게 기분이 나쁜데, 한국 브랜드가 오히려 한국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올려 받는다면 어떨까요? 사실 이런 문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지는 한참 되었습니다. 특히 현대·기아 자동차의 국내외 가격·성능 차별에 소비자들의 분노가 집중되었죠.

문제는 비단 자동차에 그치지 않습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삼성·엘지의 가전제품도 예외는 아닌데요. 삼성 전자의 UHD 스마트 LED TV 중 국내 모델인 ‘UN65NU8000F’의 가격비교 사이트 최저가는 1,971,770 원이었습니다. 반면 같은 사양의 해외 모델인 ‘UN65NU8000’은 관·부가세 배송비, 설치비 및 모든 비용을 포함해 1,620,000 원짜리 제품을 금세 찾을 수 있었죠.

LG전자의 OLED TV도 마찬가지입니다. 거의 같은 성능에 같은 크기인 국내 ‘OLED55C9GNA’ 모델과 해외용 ‘OLED55C9PUA’ 모델의 최저가 차이는 무려 65만 4천 원입니다. 이 역시 해외 판매 제품의 배송비, 관·부가세 파손 보험, 설치비 등 모든 비용이 포함된 가격이죠.


노트북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 블로거는 아마존에서 삼성 노트북 9 펜을 직구하는 과정을 공유했는데요. 그는 “사양도 무려 i7-7500U로 업그레이드되어 있는데 한국보다 훨씬 쌌다”는 후기를 전했습니다. 거의 2주 동안 직구 공부랑 사양 공부만 열심히 했다는 작성자는 “한국에서 살고 보니까 이 정도 스펙이면 최소 180은 생각해야 하는데, 아마존에서 1149달러(한화 123만 1,728 원)에 구입했다며 뿌듯함을 드러내기도 했죠.

◎ 국내에서 가격 경쟁 필요성 적어
한국 기업의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직구가 더 싼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에 달하자, 제조사 측에서는 “국내 제품과 해외 제품의 가격을 절대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습니다. 두 경우 부품이나 부가 기능이 달라 소비자 가격만으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 외 미국 가격에는 세금과 배송,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이 추가로 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는데요. 그 모든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한국 가격이 몇십만 원 더 비싸다는 사실을 우리는 우리는 위에서 이미 확인했죠.

시장 점유율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세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한국 TV의 점유율은 50% 정도지만 국내에서는 70%에 다다르죠. 해외에서는 중국 등 타 국가 제조사들과 가격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간다는 겁니다.

◎ 직구 제품 보증 기간 줄어드는 추세
대부분의 제조사들은 월드 워런티 (전 세계 품질보증)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직구 제품도 국내에서 AS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점점 어려워질 전망인데요. 해외 직구가 늘어나자, 국내 기업들이 월드 워런티 기간을 축소하거나 없애버리는 추세이기 때문이죠.

이 외에도 직구로 물건을 구입하면 신경 써야 할 것도 많고, 기다려야 하는 기간도 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귀찮음을 감수하고 직구를 선택하는 건, 현저히 차이 나는 가격에 국내 소비자를 차별하는 제조사에 대한 불만까지 더해졌기 때문이겠죠. 가격 차이가 사라지지 않는 한 한국인들의 직구 행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업들의 국내 고가 정책도 여전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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