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치마킹 스타트업
국내 수많은 스타트업이 성공세를 타면서, 최근 붐에 가까울 정도로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스타트업의 창업은 양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어떤 기업들은 뛰어난 성장세를 거듭해 웬만한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기도 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에서 성공한 스타트업을 벤치마킹해서 창업한 경우가 정말 많다는 것인데, 한국의 리걸테크 스타트업인 로톡도 그 예시 중 하나이다.
▼ 로톡의 모델이 된 벤고시닷컴
로톡은 연세대 법대 출신인 김본환 대표가 2012년에 세운 리걸테크 스타트업 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법률 플랫폼이다. 자사 플랫폼에 등록된 변호사의 주요 경력, 상담 사례, 수임료 등을 공개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한 것이 특징이며, 온라인 상담, 15분 전화 상담, 30분 방문 상담 등으로 간편하게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로톡은 2005년 창업한 일본의 리걸테크 기업이자 일본 변호사의 활동 지역, 경력 등을 광고할 수 있는 가장 큰 법률 상담 사이트인 벤고시닷컴을 모델로 설립되었는데, 해당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일본의 변호사는 1만 9500여 명으로 일본 전체 변호사의 절반에 해당할 만큼 규모가 크다.
▼ 사업 성과까지 비슷할까?
비록 유사한 모델로 설립한 기업이긴 하지만, 놀랍게도 사업 성과는 정 반대이다. 벤고시닷컴은 누적 상담 건수가 100만 건을 넘어섰고, 일본 증시에서 약 2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한편,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가 로톡 등 법률 플랫폼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존폐 기로에 섰다. 또한, 내부 규정 개정을 통해 법률 플랫폼 가입을 아예 금지해버리면서 최근 로톡 회원 수가 52% 줄었고, 매출도 6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벤치마킹하여 설립했다 하더라도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그 결과는 상반되기도 하는데, 그 또 다른 예시인 당근마켓에 대해 분석해보자.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과 지모티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스타트업 중 하나이자 유니콘 기업인 당근마켓은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 1위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스타트업임에도 기업가치 3조 원을 인정받아 웬만한 이름난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이마트가 30년 동안 쌓아올린 기록을 불과 6~7년 만에 따라잡았다. 이런 당근마켓의 모델은 일본의 지모티였다.
▼ 일본판 당근마켓, 지모티
지모티는 2011년 일본 도쿄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지역 내의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플랫폼이라는 관점에서 시작되었다. 어쩌면 중고거래에서 일어나는 사기 혹은 전문 판매 업체들의 농간을 방지하기 위해 지역 간 대면 거래 플랫폼이라는 관점에서 시작된 당근마켓과 동일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기에 유사한 점이 많다. 우선, 지모티는 당근마켓처럼 어플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받아 가까운 동네에 있는 사람의 물건을 보여준다. 이는 양사 모두 지역사회의 활성화와 지역기반의 커뮤니티 발전을 기업 비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지모티 역시 현장 거래와 안심 결제, 두가지 결제 방법이 존재한다. 안심 결제는 물건을 구매자가 받을 때까지 홀딩하여 물건이 도착하면 판매자의 계좌로 입금되는 결제 시스템으로, 당근마켓의 당근 페이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근마켓과 동일하게 지모티는 창업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개인 간 중고 물품 거래에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 당근마켓과 지모티의 기업가치 비교분석
정말 유사한 점이 많은 당근마켓과 지모티 사이에서도 전혀 다른 점이 딱 하나 존재한다. 바로 지모티는 이미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상장기업이며, 상장 후 견고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을 확대하고 있는 흑자 기업이라는 것이다. 2018년 상장과 함께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이후에도 4년 연속 흑자를 유지하며 2020년 상장 첫해 대비 22% 성장한 건실한 기업이다.
더 나아가 지모티의 경우 상장 전인 2017년에 매출 증가 폭을 유지함과 동시에 적자를 절반 가까이 줄이며 상장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리기도 했고, 2016년부터 꾸준히 매출이 10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당근마켓이 투자 라운드를 통해 기업가치 3조 원을 인정받았다면, 지모티는 IPO이후 2020년 기준 시가총액이 약 163억 원이 되었으며, 2021년 지모티는 약 170억 원 매출과 37억 원의 영업이익을 보고했다.
흑자전환이 시급한 당근마켓
2022년 5월 기준 기업 가치 3조 원을 인정받고, 2021년 29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당근마켓에 비해서 지모티의 매출 규모는 상당히 적어 보인다. 또한, 일본이 우리나라 인구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교적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느껴지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영업 이익이다.
당근마켓은 2021년 기준 297억 원이라는 매출을 기록했긴 하지만, 영업 이익 부분에서는 352억 원이라는 적자를 기록했다. 즉, 매출액 규모가 지모티에 비해 1.5배나 더 크긴 했으나 당근마켓은 연간 수익보다 지출이 두 배 넘게 많았다는 말과 동일하다. 게다가, 창업 6년 차가 되어가는 지금, 당근마켓은 상장은커녕 2020년 대비 적자가 2배 이상 증가했을 뿐이다.
▼ 그렇다면, 당근마켓은 과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당근마켓이 지난 몇 년간 보여준 성장은 분명 인상적이며, 한국이라는 5000만 명의 작은 규모의 시장을 바탕으로 1억 2000명 규모의 일본 시장의 지모티를 넘어서는 기업 가치를 보여준 것은 정말 훌륭한 일이다. 이에 당근마켓은 전략적 적자를 통한 미래 가치의 확대를 얘기하며 꾸준히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긴 하지만, 기업의 궁극적인 성공은 결국 이윤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MAU가 1500만 명이라고 하더라도, 적자가 크다면 마냥 성공적인 결과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현재 당근 마켓이 과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지 한 번쯤은 다시 짚어볼만하며, 인구변화와 저성장이라는 기조에 새로운 혁신 돌파구로 당근마켓의 역할이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흑자전환에 성공하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