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2~3년 전, 벤처캐피털(VC) 업계는 역대 최고 호황을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벤처 투자금이 급속히 팽창했었다. 그만큼 주식시장의 활황이 받쳐줬고, 이로 인해 성공적인 IPO와 대규모 인수합병이 가능해 높은 수익률을 보장했다. 정부의 출자금인 모태펀드도 벤처 육성 정책에 따라 크게 늘었고,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자체도 천정부지로 올랐었다. 매출 향상을 극대하고자 자금력 있는 대형 VC들은 영리하게 펀드 운용을 넘어 자체 자금을 통해 직접 투자에 나섰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혼돈에 빠진 벤처 투자시장

하지만, 최근 VC 업계 분위기 자체가 한껏 달라지면서 벤처 투자시장이 혼돈에 빠지기 시작했다. 투자심위위원회의 설득 과정이 매우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사업 가치, 사업 모델의 지속 가능성 등이 모두 논쟁거리 중심에 섰고 대형 스타트업에 대한 기업가치 하락의 가능성을 제기하며 갑론을박이 치열해졌다. 한 VC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앞서 투자해 놓은 회사라면 포트폴리오사이기 때문에 후속 투자를 해줘야 하지만, 지분 관계가 없던 회사에 굳이 투자하며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이런 때일수록, 1,2 등 업체에만 투자금이 몰리고 그 외에는 자금난을 겪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신규 투자
이처럼 기존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는 한결 낫겠지만, 신규 투자는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추세이다. 높은 성장세를 구현한다면 미래 유망성을 인정하여 수백억 원, 수천억 원씩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그들이 이제는 투자를 꺼리게 되었고, 이는 스타트업 투자시장에서 비상 아닌 비상사태가 되었다.

금리 인상 기조에 줄어든 벤처 투자

▼ 이 현상은 왜 일어나게 된 것일까?
최근 각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세계 벤처 투자 업계가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국내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인상과, 정부의 재정 건전화 추진으로 유동성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대란에 상장폐지에 이른 루나 쇼크까지, 우울한 경제 전망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사들의 열기가 식고 있다. 그렇기에 발전 가능성만 보고 거침없이 투자를 결정하던 투자사들도 몸을 사리며 투자 자체가 매우 신중해지게 되었다. 투자금을 바탕으로 성장이 불가피한 스타트업으로서는 혹한기가 시작된 셈이다. 이로 인해 상장 후 원하는 몸값을 받지 못하거나 수요 예측 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해 일정을 미루는 사례가 많아졌고, 오죽하면 특별한 예외 사례를 제외하고는 되도록 투자를 지양하는 분위기까지 조성되었다.

韓 스타트업, 겨울이 온다

“요즘같이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을 때,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으러 다니면 VC를 비롯한 투자사에서는 ‘요즘 시장이 안 좋다, 투자 심리가 위축돼서 투자가 어렵다’와 같은 피드백을 들을 것이다.”

최근 묻지마 투자금이 사라짐과 동시에 주식시장과 회수시장이 붕괴되는 추세를 띄고 있다. 이런 VC 업계의 투심 위축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이슈로, 어쩌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악순환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벤처기업의 증가는 벤처 생태계에 유입된 투자금의 증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투자활동을 중단한다는 것 자체는 적자 스타트업의 몰락을 부추기며 강한 공포심과 불확실성을 조성하는 것이 확실하다.

▼ 살얼음판인 투자시장
조금만 파헤쳐 보면 최근 시리즈 B, C 투자를 유치했던 기업들까지도 이후 투자유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기에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으나, 시리즈 B 이후 대규모 투자유치를 모색했음에도 수십 곳의 기관으로부터 거절당하고 구조조정까지 돌입하는 사례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들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의 운영사 메쉬코리아 역시 투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내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검토하고 있으나, 좀처럼 실사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22일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메쉬코리아는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국내외 VC 여러 곳과 접촉해 투자를 제안했으나 성사되지 못했고, 국내외 일부 VC와 사모펀드 운용사, 동남아 대형 투자사에서 투자를 검토했으나 무산되면서 기존 투자사들까지도 투자를 꺼리는 추세이다. 금리 인상으로 모험자본의 벤처 투자 규모가 빠르게 줄어드는 만큼, 메쉬코리아의 메마른 유동성을 해갈할 투자자가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서비스 플랫폼인 로앤굿도 다르지 않다. 로앤굿은 2년 만에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무산 위기에 놓였다. 그동안 투자 검토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며 실질적인 투자 리드였던 기관투자가가 투자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인데, 리걸 플랫폼에 대한 가능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끝에 투자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초 로앤굿은 2년 만에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섰고 300억 원을 목표로 투자자들에게 포스트 밸류 1000억 원 제시했으나, 이 VC를 비롯해 로앤굿의 투자를 검토했던 다른 VC들도 잇따라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투자 유치 성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투자자들의 생존위한 전략적 투자
이 외에도, 투자는 진행되긴 했으나 이전에 비해 확실한 투자를 받지 못한 기업도 존재한다. 토스랩같은 경우는 이미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완료한 기업이다. 벤처 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 분석에 따르면, 토스랩의 올해 투자 규모는 15억 원으로 약 2년 전인 2020년의 투자 규모(140억 원) 대비 90% 감소했다.
버핏서울 역시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고 있는 기업이지만, 2021년 20억 원의 투자 성사에 비해 2022년에는 31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총 76억 원 투자 유치에 그치게 되었다. 이 모든 현상은 모 기업의 가치가 하락했다고 보기보다는, 투자자들이 현 투자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라고 판단된다.

만약 스타트업의 기업가치 하락이 현실화가 된다면, VC 회사들의 재무제표가 망가지고 주주와 투자사가 이탈해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VC 자체가 돈을 모으기 어려워지니 스타트업 역시 동일한 길을 걷게 되어 VC 업계 자체의 스탠스가 급격히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스타트업’

스타트업 투자계에서 경고가 계속되고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일정한 시간이 지난다면 안정기에 접어들며 균형점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통상 주식시장과 다르게 벤처 투자시장은 경기에 후행해서 영향을 받지 않는가. 어느 정도의 유동성이 유지되고, 투자활동이 가능해졌다 판단이 된다면 투자시장은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비록 당분간은 이런 심리적인 문제로 벤처 투자시장이 위축되어 투자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겠지만, 한국 스타트업씬의 경쟁력은 결코 허상이 아니기에 시간이 지나면 기업가치와 투자금이 원래대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우수한 국내 스타트업이 대규모 회수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그들만의 비즈니스 모델이 충분히 검증되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물론,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대규모 적자이며 투자 유치를 통해 현금을 마련하는 시스템인 만큼, 적지 않은 기업이 무너질 테고 살아남더라도 상당한 고통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현실은 늘 ‘그럼에도 불구하고’였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쉬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을, 창업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경험한 스타트업들의 더 큰 꿈을 향한 거침없는 도전이 성공으로 이루어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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