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SNS 페이지에 “직업에 귀천 있다”
공부의 신 강성태, 차별 극복할 방법은 ‘공부’
직업에 귀천 있다는 성인 남녀 52%

어릴 때 꾸던 장대한 꿈과는 그 내용도, 규모나 수입도 전혀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는 자신이 안타까워질 때면, 우리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에 기대어 위안을 찾습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거나 위법한 일만 아니라면 모든 직업 활동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 말은 꿈꾸던 대통령이나 과학자, 의사나 판사가 되지 못한 누군가의 마음을 조금은 어루만져 주죠. 그런데 최근 서울대생부터 학습 멘토, 보통의 청년들까지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소식입니다. 이들이 ‘사실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고 주장하게 된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요?


◎ 사람엔 귀천이 없지만…

2016년 1월, 페이스북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장문의 글이 하나 올라옵니다. 이 게시글은 ‘직업에 귀천은 있다’는 선언으로 시작하죠. 작성자는 “도덕 시간에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배우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현실에서는 분명 직업에 귀천이 있었다”고 이야기를 이어가는데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은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당위 명제이지, 사실이 그렇다는 사실 명제는 아니라는 것이죠. “직업 선택은 취향과 적성의 문제라고들 하지만, 한겨울 새벽길을 돌아다니며 하는 대리운전이 적성인 사람은 세상에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직업이 시간당 창출할 수 있는 가치에 따라 가장 흔히 직업의 귀천이 나누어지며, ‘대학교수와 청소 직원이 함께 식사했다’는 것이 따뜻한 행동으로 보도되는 것은 두 직업 사이에 분명한 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말을 이은 그는, 그러나 직업이 아닌 직업을 수행하는 ‘사람’의 가치는 완전히 동등하므로 그들이 받는 대우와 친절이 직업에 따라 좌우되어서는 안된다는 요지로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 직업의 가치, 인간의 가치에 대한 생각 제각각

해당 게시물에는 총 50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작성자들은 각자 직업과 인간의 가치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죠. A 씨는 ‘귀하다, 천하다’라는 말보다는 ‘희소성이 높다, 희소성이 낮다’라는 말이 더 옳다는 댓글을, B 씨는 천한 인간도 없진 않아 보인다는 댓글을 남겼는데요.

이어 돈이나 명예 외에 주관적인 가치들도 많기 때문에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그래도 귀천이 있다고 못 박는 것과 ‘귀천은 없어야 한다’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다른 결과를 불러올 것 같다, 인간의 가치가 모두 동등하다는 것도 당위 명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 ‘귀천은 없지만 차별은 있다’ 공부의 신 강성태

공부의 신으로 잘 알려진 학습 멘토 강성태 씨 역시 비슷한 의견을 피력합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여러분은 주변에 화장실 청소해주시는 할머니들, 경비 할아버지들께도 똑같이 친절하냐”고 물으며 구독자들의 가슴을 뜨끔하게 만들었는데요. 그러고는 ‘직업에 귀천은 없을지언정 차별은 있다’고 말을 이었죠.

그는 “냉정히 말하자면 가난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리 주변의 힘들고 위험한 일들은 꼭 필요하지만 아무도 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가난하고 선택지가 적은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죠.

또한 “전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잘 살게 되는 것을 지배계층이 원치 않았다. 험한 일을 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부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약한 계층은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을 덧붙였는데요.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수천 년 동안 겨우겨우 얻어낸 것이니 공부할 수 있는 지금을 감사히 여겨야 한다”고 학습 멘토다운 멘트로 영상을 마무리했습니다.

◎ 보통 청년들의 생각은 어떨까

취업포털 ‘사람인’은 지난 2017년 성인남녀 2236명을 대상으로 ‘직업에 귀천이 있는지’에 대해 설문을 실시한 바 있습니다. 응답자들 중 절반이 조금 넘는 52.1%가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답했죠. <매일경제>에 따르면 한 취업 준비생은 “모든 직업을 존중하는 것이 옳지만, 우리 사회에는 엄연히 직업에 귀천이 있다”면서, “그래서 다들 좋은 직업을 가지려고 스펙 쌓기에 열심인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다른 30대 청년 역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직업에 따라 서열을 나누고 차별하는 것을 본다”면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것은 말 그대로 말뿐”이라고 주장했다네요.

하지만 “귀한 직업은 있어도 천한 직업은 없다”거나, “직업보다 사람의 인성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응답자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글 작성자의 말대로 이를 당위 명제로 보느냐, 사실 명제로 보느냐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달라질 것으로 여겨지는데요. ‘직업의 귀천’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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