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보다 높은 상속·증여세율
‘부의 무상이전’ 에는 당연히 세금 붙어
가족·친족의 경우 일부 공제 가능
국세청이 직접 안내하는 절세 방안
타국가의 침략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방위비, 전력, 통신, 하수도, 도로 등 나라의 경제 기반을 닦기 위한 경제 개발비, 의료보험, 주택 건설 및 공해방지 시설 등 국민의 복지와 생활 전반을 안락하게 만들기 위한 사회개발비, 의무교육과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비… 세금이 쓰이는 곳은 많고도 많습니다. 세금을 징수하고 활용하는 국가기관이 없다면 우리는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하는 불편하고 위태로운 상태에 놓이겠죠.
세금으로 마련된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참 좋은데, 막상 내려고 하면 생돈 빼앗기는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특히 고소득층에서는 증여세·상속세의 높은 세율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자주 터져 나오는데요. 내가 번 돈 내 가족에게 주겠다는데, 대체 국가는 왜 세금을 내라고 하는 걸까요?
◎ 최고세율 50%, OECD 국가들 중 2위
사후에 저절로 상속되는 재산에 대한 세금인 ‘상속세’와 달리, 증여세는 생전에 자신의 의지로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에 납부하는 세금입니다. 재산을 증여받은 사람, 즉 수증자가 증여세를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수증자의 주소 또는 거소가 분명하지 않거나 증여세를 납부할 능력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수증자가 비거주자인 경우에는 증여자에게도 연대 책임이 발생하죠.
한국의 상속세·증여세율은 꽤나 높은 편입니다. OECD 국가들 중 한국보다 상속·증여세율이 높은 나라는 일본(55%)밖에 없죠. 최고세율이 50%인 한국은 프랑스(45%)나 영국, 미국(40%) 등 선진국에 비해서도 높은 세율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해외 이주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상속·증여세 면제 한도를 높이거나 아예 없앤 미국·캐나다·호주, 상속세와 증여세가 아예 없는 싱가포르 등이 그들의 주 목적지죠.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려는 중견기업 오너들의 이민을 알선하는 컨설팅 업체들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 ‘증여세 내는 이유’에 대한 세무서의 답변은
내가 번 돈을 내 가족에게 주겠다는데, 국가에서 이렇게 많은 세금을 내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울 소재 한 세무서와 전화 통화를 통해 “증여나 상속은 부의 무상 이전’이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는데요. OECD 국가들 중 한국의 상속·증여세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직원의 사견으로 답할 문제가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은 조세 공평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세무서 측의 답변을 ‘증여·상속 등은 본인의 노력 없이 얻어진 불로소득이기 때문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다른 소득에 비해 높은 세율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이해해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부나 가난의 대물림을 완화하고 부의 재분배를 위해서는 상속·증여세의 세율이 어느 정도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 배우자 최대 6억 원까지 증여재산공제
사실, 50%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과세표준 3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상속하거나 증여할 때뿐입니다. 30억 원 이하 10억 원 초과일 때는 40%, 10억 원 이하 5억 원 초과일 때는 30%, 5억 원 이하 1억 원 초과일 때는 20%, 그리고 1억 원 이하의 재산일 경우 10%가 적용되죠.
또한 가족에게 증여할 경우 총액의 일부에 대해서는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경우 10년간 최대 6억 원까지, 성년 자녀는 10년에 5천만 원, 미성년 자녀는 10년에 2천만 원까지 세금 없이 재산 증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을 제외한 6촌 이내의 혈족·4촌 이내의 인척에게는 같은 기간 1천만 원의 인적 공제가 적용되죠.
◎ 절세 방안 꼼꼼히 따져봐야
한 푼이라도 세금을 더 거둬들이려 혈안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국세청에서는 직접 ‘세금 절약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가이드는 재산의 가치가 불어날 것을 염두에 두어 상속 대신 미리 증여를 하라든지, 기준가격이 전년도보다 높게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때에는 공시지가나 기준 시가가 고시되기 전에 증여하라는 팁을 안내하고 있죠. 단순 증여가 아닌 창업 자금 또는 10년 이상 영위한 가업 주식을 생전에 자녀에게 증여할 때는 특례세율(10%)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하니, 자녀의 창업을 지원하고 싶은 분들은 눈여겨보셔야겠네요.
또한 자녀의 증여세를 부모가 납부하면 증여세 금액에 대한 증여세가 또다시 과세된다거나, 세대를 건너 뛰어 손주에게 증여하면 세금을 30% 더 내야 한다는 사실 등 몰라서 손해 보기 쉬운 포인트들 역시 콕콕 짚어주고 있는데요. 부채를 상환할 때, 고액의 재산을 취득할 때, 고령인 자가 거액의 재산을 처분한 때에는 자금출처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이 역시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죠.
또한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으면 정상 신고한 때에 비하여 세금을 20% 이상 더 내야 한다니, 자진 신고와 납부로 3% 공제 혜택을 챙기는 게 현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