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본무, 유별난 야구 사랑
생전 구단에 아낌없는 지원
LG트윈스 28년째 우승 무소식
삼성 이재용, 롯데 신동빈, 두산 박용만 등 야구 구단을 가진 대기업 총수들이 경기장에서 목격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다. 이들 모두 신분을 떠나 야구에 큰 관심을 뒀는데, 그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한 재벌이 있었다. 바로 고 구본무 LG그룹 명예회장이다.
1995년 LG그룹 회장 자리에 오른 구 회장은 2018년 사망하기까지 회사를 이끌며 야구에 큰 애정을 보였다.
1990년 MBC청룡을 인수해 창단한 LG트윈스의 첫 번째 구단주를 맡았고 2007년까지 구단주로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생전에 일본 오키나와현에서 열린 LG스프링캠프를 직접 찾아가 선수단을 격려했다. 또한 해마다 경남 진주 단목리에 있는 외가로 LG 선수단을 초청하는 ‘단목 행사’를 열어 우승 기원 고사를 지내며 선수단 응원에 앞장섰다.
구 회장은 1990년과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한 LG 선수단과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야구장을 자주 찾지는 못했지만, 비서를 통해 야구 경기 결과를 늘 챙겼다.
94년도 우승 이후 구본무 회장은 구단의 다음 우승을 대비해 두 개의 선물을 준비했다.
첫 번째로 오키나와 특산품인 아와모리 소주를 선물했다. 구 회장은 앞서 언급한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자리에서 “올 시즌 우승을 하게 되면 이 소주로 건배하자”고 제의했다. 이후 실제로 LG는 그해 우승을 했고, 이듬해인 1995년에도 아와모리 소주를 사 왔다.
두 번째, 롤렉스 시계이다. 1998년 구본무 회장이 해외 출장을 나갔을 때 선수단의 동기부여를 위해 롤렉스 ‘116598 SACO’를 직접 공수했다. 이 모델은 당시 시가로 8,000만 원이라고 하며 현재도 5,000만 원대 전후로 가격이 형성돼있다.
그는 이 시계를 구단 금고에 보관하도록 지시하면서 한국시리즈에서 또 우승을 거머쥐면 MVP에게 시계를 주도록 했다.
그러나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는 각각 27년, 24년씩 구단 창고에 잠들어있다. LG트윈스는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우승한 적이 없다. 스포츠전문 매체에 따르면 2017년에 술이 거의 증발해버려 다시 채웠다고 한다.
구본무는 야구단을 사랑했지만, LG그룹 회장 취임 후 단 한 번의 우승을 보지 못한 채 2018년 지병인 뇌종양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구 회장이 타계한 날, LG선수단은 근조리본을 달고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김현수의 홈런과 차우찬의 호투에 힘입어 연패를 탈출하고 승리를 거뒀다.
LG트윈스 팬들 사이에선 이 경기 결과를 두고 ‘구본무 회장님을 위한 마지막 선물’이라고 회자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