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멸종위기종 샴 악어
악어 대신 악어가죽 핸드백이?
런던동물원 “경각심 교육용”
1828년 런던동물원이 문을 열었다. 1876년 조선은 이른바 강화도조약을 맺으면서 개항하고 있지 않았던 것과 달리 이미 지구 반대편에서는 동물원을 개방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으로 손꼽히는 런던 동물원은 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공간이었다.
처음에는 과학적 연구를 위한 표본 수집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지만 국력 과시를 위한 아프리카, 인도의 열대 동물, 극지방 펭귄들을 전시하는 등 기이한 동물 수집의 성격으로 점차 변화했다.
이 동물원이 최근 다시금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BBC는 “악어가죽 핸드백 전시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런던동물원 양서·파충류관에는 현재 살아있는 ‘샴 악어’ 대신 ‘악어의 가죽으로 만든 핸드백’을 전시하고 있었다.
“살아있는 샴 악어를 전시하는 것이 아닌 샴악어의 가죽으로 만든 핸드백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런던 동물원은 장난치지 않는다”는 트윗이 실시간으로 40만 건 이상 공유되기도 했다.
해당 핸드백은 지난 2018년 영국 공항 국경경비대에 의해 해외로 밀반출되려다가 압수되어 동물원으로 넘겨진 것이라고 한다.
악어가 아닌 악어백을 전시한 가장 큰 이유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위협하고 있는 불법 밀렵의 악영향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교육 목적으로 ‘악어가죽 핸드백’을 전시했다는 설명이다.
벤 태플리 박사는 “동물원에는 다양하고 환상적인 동물들이 살고 있지만 아마 핸드백이 시선을 더 사로잡을 것”이라며 “우리는 관람객들에게 야생동물 불법 거래에 대해 교육하고 이를 상기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불법 밀렵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태국에서는 호랑이 가죽을 위한 밀렵, 국내에서는 뱀 밀렵꾼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가방이 전시된 바깥 유리에는 “한때 동남아시아와 인도네시아의 강과 하천에서 천천히 헤엄치던 악어는 가죽을 노린 불법 거래와 밀렵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샴 악어를 전시하기 위해 구하기도 어렵다.
지난 75년간 샴 악어의 85%가 사라져 현재는 전 세계에 500~1,000마리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에서는 샴 악어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화제였다.
태국 깽끄라찬 국립공원은 “10년 동안 샴 악어가 딱 2차례 등장했다”고 대대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악어백 전시’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지속된 퍼포먼스라고 한다.
한 누리꾼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나온다”고 칭찬했다.
런던동물원은 21세기 이후, 멸종위기종 보호 복원 기능에 집중하는 것으로 방향성을 전환했다.
2000년 이후 런던동물원은 영국 공항, 항구 등에서 국경경비대에 의해 몰수된 3,000여 마리의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보금자리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