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버린 외국인들
SK이노베이션 집중 매수
외인, 2,500억 원가량 사들였다
정제마진 영향, 기대감↑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에 속절없이 밀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곳은 상황이 좀 다르다고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폭락 장에서 삼성전자를 팔면서도 사들인 종목 중 하나다. 바로 SK이노베이션이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가 10% 넘게 하락하는 등 증시가 폭락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순매수하는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5만 전자’가 현실화했다. 20일 오전 삼성전자 주가는 5만 8,100원으로 지난해 8월 5일 장중에 세운 직전 고점 대비 30%가량 하락한 모습이다. 지난 2020년 11월 4일 이후 장중 최저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7조 9,47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삼성전자 보유율은 49.97%다. 지난 2016년 4월 28일 이후 처음으로 50%를 밑돈 것이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상황이 달랐다. 하락장에도 선방한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은 전 거래일 대비 5.13% 오른 22만 5,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은 장 초반 1% 넘게 하락하기도 했으나 22만 5,5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이달 들어 주가가 4.6% 올랐다.
이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2,472억 원을 순매수했다. 기관들도 252억 원 순매수했다.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규모는 4조 원을 돌파했다.
왜 외국인 투자자들이 SK이노베이션에 주목했을까. 바로 정유 부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정제마진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정제마진이란 정유기업의 수익성 지표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등 원자재 비용을 뺀 것을 뜻한다.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과거 평균 배럴당 6달러 부근을 기록했으나, 이달 들어 20달러대를 맴돌고 있다고 한다. 수요는 늘고 있으나 러시아 정유 제품 수출 통제가 시작되면서 정제마진이 3배 이상 커진 것.
전 세계 정유회사 가운데 SK이노베이션 주가가 가장 저평가됐다는 견해도 있다. 한 증권 관계자는 “미국 1위 정유업체 발레로의 정제능력의 약 37% 수준인 SK이노베이션의 6월 시가총액은 발레로의 29%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자원개발 매장량 3억 8,000만 배럴을 비롯해 세계시장 점유율 8.3%인 배터리 사업의 가치도 빠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국내 정유주들의 근본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