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B 하나은행 스마트 오피스
터치 스크린으로 매일 아침 자리배정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업무불편 해결
공간 효율 증대로 연간 20~30억 절감
대학생 시절을 제외하면, 우리는 거의 매 순간 고정된 자리에서 일하거나 공부합니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부서나 사무실의 이동이 있지 않은 한 자리의 이동은 드물죠. 애초에 배정받은 자리가 마음에 든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8시간의 근무시간이 고통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마치 대학 도서관처럼 매일 아침 새로운 자리를 선택하는 은행이 있어 화제입니다. 과연 이 은행은 왜 이런 제도를 도입한 걸까요?
◎ KEB 하나은행의 스마트 오피스
이렇게 독특한 좌석 배치 방식을 도입한 은행은 바로 KEB 하나은행입니다. 하나은행은 2017년 을지로 신사옥 준공식에서 ‘열린 조직’,’협업하는 조직’, ‘수평적 상호 존중하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는데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을지로 본점에 스마트 오피스, 자율 좌석 시스템을 적용했죠. 좌석을 배치하는 방식은 대학교 도서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출근 후 본인 부서가 위치한 층에 도달하면 입구의 좌석 배치용 스크린에서 ‘오늘의 자리’를 고르면 되죠.
본부장 이상의 임원을 제외하고는 부장, 팀장 등 간부급에게도 예외는 없습니다. 일찍 온 사람은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고를 수 있고, 오늘 내 옆에 누가 앉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아무리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하루 종일 옆에서 근무하는 사람과는 자연스레 한두마디 대화를 나누게 마련입니다. 새로운 좌석 배치를 통해 강제적으로라도 직원 간, 직급 간, 부서 간 소통을 활발하게 하려는 것이 하나은행이 스마트 오피스 제도를 도입한 목적입니다.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업무 불편 최소화
의도는 좋지만, 이런 방식이 오히려 효율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부분은 없을까요? 고정된 자리가 있어야 안정적인 근무환경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고, 어제 작업하던 문서, 개인 사무용품 등은 한자리에 있어야 찾기 쉬울 텐데 말입니다. 매일 아침 컴퓨터를 들고 이동하거나 자리 세팅을 다시 해야 한다면 그것도 꽤나 번거로운 일일 겁니다.
자리 이동으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나은행은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각자 자리에 놓인 컴퓨터에 로그인하면 전날 작업하던 파일들을 모두 불러올 수 있죠. 소지품은 각 층에 배치된 개인 사물함에 보관이 가능합니다. 따로 마련된 업무 집중실, 하나 라운지에서는 개인 컨디션과 업무 일정에 맞춰 강도 높은 업무나 휴식을 할 수 있습니다.
◎공간 효율성 제고 효과도
모든 직원에게 고정된 자리를 제공할 필요가 없으니, 공간 이용의 효율성도 높아졌습니다. 하나은행이 실시한 직원 근무 패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원 중 사무실에 상주하는 인원은 85% 정도에 그친다는데요. 휴가나 출장 등으로 인한 빈자리가 늘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은행은 이런 빈자리를 없애고, 절감한 비용으로 직원 복지 시설에 투자하기로 결정합니다. 15%의 자리를 없애면서 아낀 20~30억 원의 금액을 캡슐 수면 방이나 직원용 도서관, 피트니스센터 등을 만드는 데 사용했습니다.
◎공간 재구성 통해 변혁 꾀하는 은행권
하나은행에 앞서 자율 좌석제와 함께 스마트 오피스 환경을 먼저 구축한 건, 마이크로소프트 코리아입니다. 2013년 광화문 더 케이 트윈 타워로 이전하면서 지금의 시스템을 처음 선보였죠. 하나은행이 마이크로소프트를 벤치 마킹했듯, 타 은행들도 하나은행을 참고해 자사에 적합한 공간 혁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 그룹, ICT 그룹의 자율 좌석제 도입과 가변형 책상 도입이 예정되어 있을 뿐 아니라, VR 기기나 최신형 스마트폰 등을 책상 옆에 비치해 언제든 새 서비스를 실험해 볼 수 있는 환경을 갖춰나가는 중입니다.
씨티은행 또한 내년 4월 예정된 본점 이전과 함께 스마트 오피스 도입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또한 은행장을 비롯한 임원들의 분리된 사무실을 없애, 직원들과의 소통을 더 자유롭게 할 예정이라는데요. 과연 이런 시도가 보수적인 업종으로 손꼽히던 은행권의 분위기까지 바꿔놓을 수 있을지, 앞으로 몇 년 후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