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저출산 고령화 등의 키워드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일은 생경한 일이 아니게 된 지 오래인데요. 출산율 감소로 일어나는 사회 변화를 체감하며 사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저출산 현상 때문의 밥벌이를 위협받고 있다”라고 느낄 정도로 큰 타격을 받고 있는데요. 아이들 웃음소리를 언제 들었는지 모르겠다는 소리가 시골 어른들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게 된 요즘, 점점 좁아지는 구인공고를 바라보고만 있어야만 한다는 이 직종의 정체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지난 7월까지 21개월 연속 인구 자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출생아 수는 2만 235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7명 감소했습니다. 출산율 하락은 학령인구감소를 불러와 임용 절벽을 부추길 것이란 경고가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요. 실제로 각 시도 교육청은 교사 선발 인원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15일 경기도 교육청은 오는 2022년도 유치원 및 초등학교 교사 선발 계획을 담은 ‘2022학년도 경기도 유치원, 초등학교 및 특수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 시행계획’을 공개했는데요. 분야별 선발인원을 들여다보면 유치원교사 108명, 초등학교 교사 1493명, 유치원 특수교사 128명, 초등 특수교사 205명 등입니다. 전체적인 선발 규모는 올해보다 16명가량 줄어 유의미한 차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눈에 띄는 점은 유치원 교사가 451명에서 108명으로 무려 76% 급감했다는 점인데요.
교육부의 이러한 조치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교사 수를 줄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정작 교원단체들은 “유치원 과밀학급 해소를 외면한 처사”라며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 관계자는 “한 학급에 20명 이상의 학생을 담당하는 비율이 반을 넘어섰고, 25명을 넘기는 학급도 74% 가까이 된다”고 밝혔죠.
또한 “과밀학급이 매우 심각한 현재, 유아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유치원 교사는 줄이는 것이 아닌 확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는데요. 유치원 교사를 꿈 꾸는 박모 씨는 “이번에 발표된 선발인원을 보니 한숨밖에 안 나온다”라며 “경쟁률이 갈수록 치열해진다고 생각하니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라고 토로했습니다.
교육부의 교원 축소 방침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는 유치원에서만 제기되는 게 아닌데요. 세종시의 경우 학교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인데 이곳에서 일 할 정규 교사는 충분히 배정되지 않아 ‘교사 돌려 막기를 하라는 것인가’라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교육부는 세종의 내년도 교원 정원을 가배 정하며 초등학교에 1751명, 중·고등학교에 1874명을 배정했는데요. 애초 세종교육청은 유·초·중등학교 신설과 기존 학교의 학급 증설에 맞춰 올해 대비 435명이 늘어난 4867명의 교사 증원을 요청했습니다. 세종시는 지속적으로 학교 신설과 학급 증설이 이뤄지고 있어 교사 증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번 가배정에서는 초중등 신설학교에 배치할 교사는 배정되지 않았는데요.
교육계에서는 기존 학교에 근무 중인 교사를 빼내 신설학교로 보내고, 이로 인한 교사 부족은 전부 기간제 교사로 메꿔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밖에 교육부의 교사 정원 축소로 인해 학급당 학생 수 상향 조정은 피할 수 없겠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학급당 학생 과밀화는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불안한 교육 여건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와 관련해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31일 개최된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나라 학교는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학급당 평균 학생 수가 많은 수준”이라며 “교사 수를 줄일 것이 아니라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라고 교육부의 교사 정원 배치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한편, 매년 교원 선발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올해 수시모집에서 유아교육학과, 교원대 등의 경쟁률은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마무리한 결과, 청주교대는 8.9 대 1, 한국교원대는 5.5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두 학교 모두 작년보다 경쟁률이 올랐습니다.
유아교육학과 입시 경쟁률을 보더라도 우송대 유아교육과 32.2 대 1, 목원대 유아교육학과 21.0 대 1, 배재대 유아교육학과 9.20 대 1을 기록하며 치열한 경쟁률을 자랑했는데요. 교사 정원을 점차 줄여나가겠다는 교육부의 계획과 달리 여전히 교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이죠.
일각에서는 여전히 교사를 희망하는 학생은 많고, 교육 현장에서도 학급 과밀화 해소를 교원 수를 늘릴 것을 바라는 것과 달리 교육부는 교원 수급정책에 맞춰 교원 채용 규모를 한정적으로 설정해두다 보니 결국 기간제 교사만 양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는데요.
지방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에서 일정 수의 선발 인원을 정해두고 교사 정원을 줄이고 있다”라며 “학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에 신규 선발 예정 인원을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는 듯 보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인구감소에 따른 임용 절벽이 현실화된 현재 상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학령인구 감소 문제와는 별개로 과밀학급 해소를 위해서라도 교사 정원이 지금보단 확대돼야 한다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보다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