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실업률은 9년 만에 최고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상반기 채용이 마무리되어 가는 지금은 전체 실업률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4%를 웃돌고 있죠. 구직자는 이렇게 갈 데가 없어서 난리인데 중소기업, 특히 3D 업종에서는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울상입니다. 구인하는 업체와 구직자 간에 존재하는 눈높이의 차이 때문인데요. 3D 업종 기피로 인해 생긴 생산 현장의 빈 일자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메웁니다. 한국말이 서툴러 소통이 잘 안될 때도 있고, 그 때문에 일 배우는 속도가 느릴 때도 있지만 인건비가 적게 들어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들을 선호하는 업주들도 있었는데요. 그런데 “외국인 근로자의 인건비 부담이 적다”는 것도 이제 옛말이 되었다고 합니다.
월 400만 원 받는 만수르 씨
2014년 4월, KBS 뉴스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 근로자인 만수르 씨의 일터를 취재합니다. “사장님이 잘해주시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다는 친구의 소개를 받고 취업하게 됐다”는 그는 현재의 일자리에 꽤나 만족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죠.
그도 그럴 것이, 그의 한 달 임금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잔업이나 특근으로 인한 수당까지 모두 합친 그의 월급은 3,989,380원으로 400만 원에 조금 못 미쳤죠. 김해의 한 비닐 제조 업체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기숙사에서 하루 세 끼를 제공하고 일 년에 한 번씩 고국으로 휴가도 보내줍니다. 해당 업체의 실장은 인터뷰를 통해 “요즘은 요구하는 만큼은 임금을 맞춰줘야 하고, 일을 잘하는 친구들은 더 챙겨줘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절반 정도가 200만 원 대의 임금
물론 모든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그 정도로 높은 것은 아닙니다. 통계청과 법무부가 2017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상주 외국인 전체의 1년간 월평균 소득은 200만 원대가 39만 4천 명으로 32.2%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고, 80만 명의 상주 외국인 임금 근로자들 역시 200만 원에서 300만 원 사이의 월급을 받는 경우가 46.9%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2018년에는 이 금액대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비율이 49.5%로 조금 더 늘어났는데요. 취업한 외국인 임금 근로자들 중 절반가량이 200만 원대의 임금을 받는 것이죠.
이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는 제조업(45.7%)이며, 도소매·음식·숙박업이 18.5%를 차지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외국인 취업자의 출신별로는 한국계 중국인이 (43.7%), 베트남 (7.9%), 중국 (6.0%) 순으로 많았죠.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논란이 한창 뜨거웠을 무렵, 중소기업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 달라”라는 목소리 역시 터져 나왔습니다. 2019년 최저임금이 정해진 작년 7월 14일 이후로는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이 같은 내용을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왔죠.
현행법상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는 수습 기간 3개월이 지나면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2월 ,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하는데요. “외국인 근로자는 언어능력과 문화 적응 등의 문제로 업무 습득 기간이 내국인 근로자에 비해 오래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해당 개정 법률안에 입국 후 최초 근로로부터 1년 내에는 최저임금액의 30% 이내, 1년경과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는 최저임금액의 20% 이내로 감액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죠.
OECD 국가 중 가장 큰 임금 격차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어 실제로 법이 바뀌고 발효될 때까지,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을 차별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지난 4월 25일 중소기업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가능하게 해달라”는 중소기업계의 요구에, 박영선 중소 벤처기업부 장관은 “심정은 이해하지만 외국인 근로자에 관한 차별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며 “관련 사항을 계속 건의하긴 하겠지만 큰 기대는 말아달라”고 답했죠.
사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 내국인과 외국인의 임금 격차가 가장 큰 나라입니다. 내국인 임금이 100만 원일 때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은 64만 원으로, 내국인 근로자 임금의 64% 수준에 머무르고 있죠. 이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처럼 정부 재정이 좋지 않은 나라들의 76%보다도 낮은 수준인데요. 고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근로자보다 저숙련 단순 직업 노동자의 체류 비중이 높은 탓이 큽니다. 이에 한국은행은 ‘글로벌 외국인 고용현황 및 시사점’보고서에서 생산 가능 인구 감소에 발맞춰 고부가가치 전문업종 중심의 이민정책을 모색할 시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죠.
한국이 고령화사회로 급속하게 진입하고 있는 만큼, 생산 가능 인구 감소로 인한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은 불가피한 일로 보입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그들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일하고 살아가는가”일 텐데요. 어떻게 하면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할 수 있을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