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 큰 손으로 자리 잡아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BMW
젊은 고객 잡으려 힘쓰는 브랜드들
현금보다 원금 유예 방식 택해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 부작용은?
플렉스(FLEX). 돈을 과시하다, 지르다를 의미하는 힙합 용어입니다. 10~30대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는 소비문화와도 연관이 있죠.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은 여러 시장에선 2030 세대 고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불경기에도 통 크게 지갑을 열어 명품을 소비하고 연회비가 높고 카드 제작 비용까지 따로 있는 프리미엄 카드 시장 등에서 주요 고객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죠. 한편, 2030고객이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장은 또 있는데요, 어디일까요?
◎ 수입차 시장 큰 손, 2030세대
이 시장은 바로 수입차 시장입니다. 2019년까지만 해도 ‘욜로’족으로 구분되던 2030 고객들의 구매 품목에는 자동차가 없었습니다. 중고차, 카 셰어링, 구독 서비스 등이 열풍을 불었죠.
그런데 올해 상반기부턴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수입차 구매 개인 고객 8만 195명 중 2만 9,687명(37%)이 10대~30대였습니다. 6,000만 원대인 BMW 520 모델의 경우 상반기 판매된 2,665대 중 1,362대가 2030 고객이었죠. 이렇듯 올해는 기존과 달리 차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이들 세대에서 자동차 구매율이 급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만, 부동산 시장 가격이 높아지면서 ‘집’을 구매하는 것을 포기한 이들이 차라도 원하는 걸 사자는 생각에 내린 결정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비싼 집 대신 차로 본인의 가치를 드러낸다는 것이죠.
이외에도 코로나19 사태로 출퇴근이 어려워지고 국내 여행으로 눈을 돌린 것이 자동차 구매로 이어진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트렌드로 자리 잡은 ‘차박’이 대표적인 예이죠.
◎ 2030이 푹 빠진 수입차 1위, BMW
올 상반기 2030세대가 가장 사랑한 수입차 1위 브랜드는 ‘BMW’입니다. 역동적인 이미지와 젊은 고객들의 니즈를 고려한 결과였죠. 30대 이하 소비자 대상 판매량은 BMW 뒤로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순으로 많았습니다.
◎ 젊은 고객 잡는 외제차 브랜드들
2030 사이에서 자동차 구매율이 급증한 데에는 각 브랜드별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젊은 고객들을 잡기 위해 비교적 저렴한 엔트리 라인업을 출시하고 기존 중장년층 고객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전략에도 변화를 꾀했죠. 메르세데스 벤츠에서는 엔트리급 라인 모델로 2월, A 클래스 세단과 CLA 쿠페 세단을 출시했습니다.
BMW에서는 주행 성능, 최첨단 커넥티티비 기술 등을 탑재해 젊은 층의 선호도를 높였는데요. 4490만 원의 뉴 220d 어드밴티지, 4760만 원의 뉴 220d 럭셔리 등의 뉴 2시리즈 그란쿠페를 선보였습니다. 푸조와 DS 오토모빌에선 소형 전기차 라인을 공개하며 젊은 ‘얼리어답터’고객을 공략했죠. 캐딜락의 경우 ‘CT4’, ‘XT4’라는 2030세대 타깃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 빚이 절반? 구매 방법은 어떨까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 임금 근로자 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20대 평균 소득은 206만 원, 30대는 32만 원이었습니다. 월 생활비를 감안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할부금 상황이 아예 불가하다고 볼 순 없죠. 이들이 자동차를 구매할 때 전액을 현금으로 구매하는 비율은 20%도 채 되지 않습니다.
보통 기본 할인을 적용받고 출고가 일부 비율을 선 납입해 잔액을 자체 할부 프로그램을 통해 나눠 내는 방식을 택하는데요. 약 2~3년간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식입니다. 일부 상품은 할부 기간이 끝나면 반납하기도 하죠.
◎ 차 한 대로 떠안게 되는 빚더미
수입차 브랜드에서 출시하는 비교적 저렴한 엔트리급 모델을 택한다면 문제가 없지만, SNS 영향으로 무조건 ‘비싸고 이름 있는 차’에 빠졌다면 주의해야 합니다. 30%가량을 선납금으로 납부하고 할부 기간에는 6~10%에 달하는 이자와 약간의 원금만 납부하는 원금유예할부 방식은 큰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2016년 당시 벤츠 SLK350 모델을 8%대 이율의 전액 할부로 구매한 한 고객의 후기를 찾아보았는데요. 그는 당시 월급이 세후 270만 원으로 월 납입금 140만 원, 보험료 26만 원, 유류비 30만 원 등 매달 평균 210만 원을 지출해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돈이 부족해 각종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했고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차를 처분했음에도 2,500만 원가량의 빚이 쌓여있다고 했죠.
수입차의 경우 보험료와 수리비 역시 매우 높은 편입니다.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차량 1대당 평균 보험료는 국산차에 비해 3.6배 비싼 편이었죠. 수리비 역시 2.6배 더 비쌌는데요. 이마저도 국내 부품 재고나 사제 부품을 구하기 쉬운 독일 브랜드에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이외의 브랜드는 수리비만 5배 이상 차이 나기도 하죠.
이렇게 최근 급증한 2030세대의 수입차 구매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단순히 과시를 위해 계획치 못한 소비로 ‘카 푸어’로 전락하는 경우만은 막아야겠죠. 어떠한 소비든 본인의 경제력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