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부터 차량 상태까지
“꼼꼼히 비교해도 사기당한 기분”
중고차 구매 초보자들이
가장 흔히 하는 실수와 팁은?
레몬 시장.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달콤한 복숭아와 같은 우량품은 자취를 감추고 시고 쓴 불량품만 남아있는 시장 구조를 이야기합니다. 국내에서 레몬 시장으로 가장 자주 비유되는 시장은 바로 중고차 시장인데요. 차량에 대한 상태, 시세에 대한 정보를 가진 매매상에 비해 구매자의 경우 시세조차도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꼼꼼히 비교해도 찝찝한 기분이 든다는 중고차 구매 시장에선 유난히 억울한 고객이 자주 보입니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초보 구매자가 흔히 하는 실수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팁을 모아보았습니다.
◎ 아우디, 벤츠 천만 원? 허위 매물에 속아
가격은 중고차 매물을 찾는 고객 대다수가 중요시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시세 비교 사이트, 각종 중고차 정보 사이트를 뒤져 가장 저렴하고 좋은 모델을 찾는 것이 구매의 시작인 셈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매매상, 전문가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싸고 좋은 차를 사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이야기하는데요. 실제로 500만 원짜리 아우디 모델, 1,000만 원에 올라온 벤츠 모델 등의 허위 매물을 찾으며 중고차 시장에 방문하는 고객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한 누리꾼은 파격적인 가격에 올라온 한 차량 모델이 허위 매물임을 알아냈는데요. 첨부된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차량번호를 검색해보니 수십 만개의 사이트에서 동일 매물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가격, 연식은 모두 달랐죠. 중고차 매매 전 다양한 루트로 시세를 확인하는데요. SK엔카, 자동차 365 등 다양한 플랫폼이 있습니다. 차종, 연식 등을 입력해 신차는 물론 중고차 시세를 확인할 수 있죠. 평균적인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하게 올라온 매물은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 번쩍번쩍한 외관에 바로 구입 결정
꼼꼼히 시장, 가격 비교를 마친 고객들은 직접 물건을 보러 중고차 시장에 방문하게 됩니다. 유튜브 ‘직업의 모든 것’에 출연한 중고차 딜러 김태민 씨는 광택을 내놓은 차량 외부만 보고 덜컥 구입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점을 꼬집었는데요. 엔진룸을 열어도 어느 정도 깔끔한 내부만을 확인해 실질적으로 꼭 점검해야 하는 부품 교체 여부, 사고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초보자들이 최소한 확인해야 할 부분을 언급했습니다. 교환 흔적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선 볼트의 칠이 까졌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엔진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엔진 오일 캡, 딥스틱 구멍에서 연기가 난다면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요. 이외에도 스팟 용접이 불규칙하진 않은지, 같은 차량 모델 여러 대를 두고 비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시동을 켜본 후 냉, 난방 시스템 등 기본적인 기능 확인 역시 필수입니다.
◎ 무사고 차량은 정말 무사고일까?
중고차 매매 피해 사례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거짓말은 바로 사고 및 침수 이력입니다. 고객들은 멀쩡한 외관과 무사고 차량이라는 강조에 속아 구매를 결정하곤 하는데요. 무턱대고 무사고 차량을 매매했다 확인하지 못한 하자 등으로 인해 생명에 위협을 느낄뻔한 피해 고객들도 많았죠. 무사고 차량이라고 안전이나 차량 상태가 보장되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유사고 차량 중에서도 상태가 괜찮은 매물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무사고 차량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차 내부의 중요한 부품들이 손상된 경우에만 유사고 차량으로, 외관 부분이 손상된 경우에는 무사고 차량으로 분류하고 있죠. 교환, 판금 이력이 전무한 경우가 완전 무사고, 후드, 프런트 휀더, 도어 등이 교환된 경우 단순교환 무사고, 쿼터 패널, 루프 패널 등이 교환된 경우 유사고라고 나누고 있습니다.
사고 차를 무사고차로 둔갑시켜 피해를 보는 경우를 피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많은 전문가들이 언급한 방법은 카히스토리와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차의 용도 변경 이력 및 침수, 특수 사고 이력 횟수를 확인할 수 있고 무사고 차량이어도 어떤 부품이 교환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죠. 이외에도 자동차 등록증의 차대번호를 통해 각 자동차 제조사에서 등급을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자동차에 치명적인 침수 이력의 경우 초보자들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팁이 있었는데요.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 안쪽과 바깥쪽의 색깔을 비교했을 때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발판을 열어 물기가 있는지, 차 내부에 녹슨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들이 있었죠.
◎ 업자는 업자끼리, 치밀해지는 꼼수
소비자를 위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들과 달리 중고차 시장 내부에서도 소위 ‘업자’라 불리는 이들의 불법 행위는 더욱 치밀해지고 있습니다.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 역시 조작이 가능했는데요. 성능검사장과 중고차 매매상들이 짜고 기록부를 조작하는 것이죠. 기록부 상에선 사고 이력이 없는 차량을 실제 정비소에서 점검해보니 멀쩡한 곳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성능상태 점검 기록부를 고개에게 발급해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이는 자동차 관리법 제58조 1항 및 동법 시행령 120조에 위반되는 행위입니다. 사고 이력 관련 꼼수가 치밀해지는 것은 매매상에게 돌아가는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이었죠. 법적으로 제재된 30일이라는 기간을 넘기게 된 이후에는 환불이나 보상 역시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중고차 시장은 자동차 품질 향상, 합리적인 소비 지향 문화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부에서도 관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중고차 시장 선진화 정책을 펼치고 불건전한 영업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죠.
국내 및 수입 자동차 회사들에선 품질이 보증된 ‘인증 중고차’ 공급을 시작했는데요. 부품 교환이 필요한 경우 순정 부품을 사용해 품질을 유지하고 100여 가지의 검사 항목을 거쳐야 합니다. 신차와 마찬가지로 품질 보증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높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로 시장이 투명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협조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