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마스크 5부제 시행 시작
정작 필요한 사람은 못 구한다는
마스크 대란, 원인 살펴보니
아침마다 농협, 약국 등에 늘어선 긴 줄.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마스크 5부제로 달라진 모습입니다. 출생연도 끝자리 수를 확인해 요일마다 1인당 2장씩 공적 판매처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는데요. 그럼에도 약국에는 오픈 전부터 ‘공적 마스크 없습니다’라는 안내가 붙고 마스크가 없어 발을 동동거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가 돌아가지 않아 빈익빈 부익부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데요. 국내 마스크 생산 1위 업체 웰킵스의 대표가 밝힌 세 가지 원인이 많은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원인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 공장 멈춘 중국 후베이, “부직포 없어”
마스크 수요에 비해 생산량이 부족한 것은 원자재 수급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마스크의 주재료는 크게 귀에 마스크를 걸 때 사용하는 고무줄, 코 밀착 와이어를 만드는 알루미늄 복합물질, 폴리프로필렌 섬유, 필터 역할을 하는 부직포 4가지입니다. 이 중 업체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부직포입니다. 중국 광둥, 저장 샤뤼, 후베이 셴타오 및 푸젠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되는데요. 특히 후베이 지역은 중국 최대 부직포 생산 및 수출기지입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에 모든 공장이 멈춰 수급이 중단된 것이죠.
◎ 공급 원가 12배까지? 중간 유통 업체의 꼼수
가장 많은 비난을 받는 마스크 대란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유통 업체의 꼼수입니다. 일부 유통업자들이 폭리를 취하기 위해 마스크를 매점매석한 혐의가 적발되고 있는데요. 한 업체는 마스크가 아닌 다른 자재를 취급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바로 주요 취급 품목을 마스크로 변경했습니다. 이후 회사 보유자금을 투입해 마스크 수백만 장을 저렴하게 사들여 5~6배 되는 가격에 되팔았죠. 물류 창고에서 해외 보따리상에게 현금으로 거래하는 방식까지 동원했습니다.
이외에도 공급원가 대비 12~15배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업체 등 각종 꼼수들이 등장했습니다. 국세청은 지난달 말부터 2,3차 소규모 유통 업체와 온라인 판매상을 대상으로 매점매석, 무자료거래 등과 관련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유통 업체 이외에도 마스크 물량을 확보해놓은 개인이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사업자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이미 다 수출.. 소 잃고 외양간 고쳐
지난달 26일부터 정부에선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실제로 제한 조치 이후 하루 100만 장을 웃돌던 수출량은 1만 장 정도로 급감했는데요. 국내 마스크 하루 최대 생산량이 1,200만 장도임을 고려했을 때 최근 수출량은 생산량의 1% 이하 수준입니다. 수출뿐 아니라 보따리 상이라 불리는 유통업자가 마스크를 해외로 반출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는데요. 개인이 300장이 넘는 마스크를 반출하려면 사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인도적 차원의 수출 역시 당분간 금지되었습니다.
확실한 변화를 가져왔지만 일각에선 정부의 조치를 때늦은 대책이라고 평가하기도 하는데요. 확진자가 나온 후 10일 만에 수출 규제를 시행한 대만에 비해 44일이나 지나 900명의 확진자가 나타나서야 규제한 것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이라는 것이죠. 웰킵스의 대표는 그 기간 동안 유통업자, 영세 업체들이 마스크 물량을 해외로 돌렸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정확한 생산량과 물량 추이를 확인할 수 없어 결과적으로 마스크 사재기 소비 심리를 부추겼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 한 달에 한 장, 빨아 쓰기도.. 마스크 빈곤층
마스크 대란으로 가장 타격을 입은 것은 저소득층 노인들입니다. 마스크 수급 관련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고 사러나갈 여력이 없어 대부분 같은 마스크를 장기간 사용하거나 심한 경우 빨아서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사회적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각 지자체는 예산은 있지만 마스크 물량이 부족해 지원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해외는? 마스크 이어 화장지 대란까지
뒤늦은 진단 검사와 확진자 폭증으로 국가가 뒤집힌 해외는 어떨까요?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크게 강조하지 않아 대란을 겪고 있지 않은 프랑스와 같은 국가도 있지만 대부분 한국과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미국, 호주에선 마스크는 물론 화장지 대란까지 이어졌는데요. 화장지의 생산 재료가 마스크 원단과 같아 휴지를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뉴스와 마스크 대용품으로 휴지를 사용할 수 있다 등의 소문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호주 총리는 패닉에 빠져 방역과 관련 없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며 국민들을 진정시키기도 했죠.
전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방역 물품을 사재기하는 것은 막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마스크 공급을 포함한 한국의 발 빠른 대응에 대해 국제 사회에선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요. 구매가 시급한 사회적 취약층에게도 마스크가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