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는 얼마가 적당할까?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요즘, 분양가가 높다는 주장에 건설사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건설사가 과거 부동산 분양이 투자자 중심이었을 때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건설사가 억울한 이유를 함께 알아봅시다.
건설사가 분양가를 정하긴 정합니다.
분양가는 눈치싸움입니다. 너무 비싸면 사람들이 찾지 않아 미분양이 생겨 사업에 문제가 되고, 너무 저렴하면 건설사가 남길 수익이 낮아지게 되죠. 그래서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전문 업체를 통해 시장조사를 하고, 그 분석 결과를 통해 분양가를 결정합니다. 단, 건설사들은 분양가 산정 기준을 따로 공개하지 않고, 실제로 사 측의 입장이 반영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문 업체들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자료를 제작하는 걸까요? 통상적으로 알려진 방법은 100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죠. 이때 가장 점수 배점이 높은 항목이 바로 입지입니다. 입지에 할당되는 점수만 35점이죠. 입지 점수는 학군, 교통, 혐오시설, 공원의 유무 그리고 주변 편의시설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 매겨집니다.
다음으로 큰 점수는 금융비용과 향후 개발계획입니다. 금융비용에는 중도금이 고려됩니다. 중도금은 아파트를 분양부터 입주까지 나눠 납부하는 돈을 의미합니다. 할부나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때 중도금이 무이자인 경우가 있습니다. 무이자 중도금은 건설사 입장에서 할인이기에 처음부터 분양가를 올려 측정하는 이유가 되죠. 향후 개발계획은 인근에 역이 새로 개통하거나, 백화점, 영화관 등의 건립 계획 등을 말합니다. 각각의 10점씩 점수가 할당된 항목이죠.
이외의 항목들은 5점씩 할당됩니다. 각각의 항목은 시공사 브랜드, 단지 사양, 단지 규모, 입주시기이죠. 대형 브랜드일수록 점수가 높게 측정됩니다. 단지 사양은 쉽게 말해 그 단지에 헬스장 같은 편의시설이 있는지입니다. 대단지 아파트는 관리비가 낮은 등 여러 이점이 있어 인기가 많죠. 때문에 1000세대 이상의 단지 규모를 가지면 가점을, 300세대 미만은 감점을 받습니다. 입주시기는 주변 아파트보다 입주가 빠른지 느린지에 따라 가감됩니다.
위의 배점은 해당 아파트 전체를 평가하는 점수입니다. 저 점수로만 분양가가 결정된다면 한 아파트의 모든 단지는 같은 분양가를 가지고 있어야 하죠. 하지만 실제로는 같은 단지 내에서도 분양가가 다릅니다. 이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남은 25점이죠. 각 세대의 층과 평형 그리고 방향에 따라 점수가 다르게 매겨지죠. 판상형 아파트인지 탑상형 아파트 인지에 따라서도 점수가 다르게 배점됩니다.
위의 방식으로 책정된 점수는 인근 아파트와의 비교에 들어갑니다. 분석 대상 아파트가 인근 아파트보다 점수가 5점 높다면 인근 아파트 분양가보다 5% 높게 측정하는 식이죠. 하지만 이 분석 자료는 분양가 책정의 자료 중 하나일 뿐으로 분양가는 분양시점의 수요공급 등을 고려해 결정됩니다.
HUG : “비싼데?”
여기까지 들으면 건설사가 항변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건설사가 가격을 결정했으니까요. 하지만 분양가가 공시되기 전, 건설사 시련을 겪어야 합니다. 바로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 보증 심사입니다.
HUG는 분양 보증 심사를 무기로 건설사에게 분양가를 낮출 것을 ‘권고’할 수 있죠. HUG의 분양가 기준에 맞지 않으면 건설사는 HUG 분양 보증 심사를 통과할 수 없습니다. 한 예로 용산구 한남동의 ‘나인원한남’은 일부 펜트하우스를 3.3㎡당 1억 원 내외로 책정했으나 HUG의 권고에 따라 3.3㎡당 평균 분양가를 6,360만 원으로 낮추어야 했죠. 그런데 굳이 건설사들이 이 분양보증을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사실 대부분 건설사는 집단 대출을 받을 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이 필수적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대출 금리 차이 때문이죠. HUG 분양 보증을 받았는가 못 받았는가에 따라 대출 금리가 2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보증서가 없으면 건설사 신용에 따른 금리를 적용받기 때문이죠. 보증을 받으면 대출 금리가 연 3.5% 전후, 못 받으면 7%까지 올라갑니다.
대출 금리가 높게 나온다면 건설사는 수익을 위해 분양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투자자가 아닌 실수요자로 개편된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서 경쟁력 약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죠. 결국 건설사에서는 HUG의 권고에 따라 분양가를 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HUG 분양보증이 대출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선분양제의 특성상 건설사가 부도 등의 이유로 분양한 주택 사업을 진행할 수 없을 때 입주 예정자들이 받을 재산피해는 막대합니다. 때문에 입주 예정자들을 위와 같은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국가에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분양보증을 실시하고 있죠. HUG의 분양보증은 부도 등의 사건 발생 시 사업을 승계하여 사업을 완성하거나 입주 예정자에게 입주 대금을 돌려줘 피해를 최소화합니다. 이 정도로 공기업이 보증을 서주니 금리가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위의 ‘나인원한남’ 사례처럼 HUG에 의해 분양가는 조정되고 있습니다. 결국 분양가를 측정하는 실질적인 결정권은 HUG에게 있다고 할 수 있죠. 건설사 입장에서는 HUG의 권고대로 분양가를 공고했는데 비난받으니 억울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