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행진 이어가는 뷔페 업계
1인당 10만 원, 높은 가격에도
살아남은 이곳의 정체는?
과거 한창 열풍이 불었던 한식, 일식 등 전문 뷔페들을 기억하시나요? 최근 CJ 푸드빌이 운영하는 뷔페 브랜드 빕스, 계절밥상 매장들은 연이어 폐점을 택했습니다. 신세계푸드의 올반, 이랜드파크의 자연 별곡, 애슐리 역시 예외는 없었죠. 일식, 한식 등을 전문으로 하는 뷔페식당들은 과거 높은 인기에 힘입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지만 그 인기가 오래가진 못했습니다. 이런 업계 분위기와 달리 주말이면 예약이 모두 차 방문하기 어려운 뷔페식당이 있다고 하는데요. 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 대기업도 막지 못한 뷔페 폐업 행진
대기업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뷔페식당의 연이은 폐점 배경에는 외식문화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음식의 양과 종류로 승부를 보는 매장들이 많았는데요. 특정 메뉴를 제한 없이 즐기는 ‘무한리필’ 형식의 뷔페와 일식, 양식, 한식 등 다양한 메뉴를 한 번에 모아놓은 식의 뷔페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들은 음식의 질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식당들은 흐름에 맞춰 메뉴 개발, 맛에 신경 쓰게 되었습니다.
가정간편식은 물론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한 식당들이 대거 등장합니다. 그 결과 고객들은 뷔페 가격에 걸맞지 않은 서비스와 음식에 불만을 가졌죠. 특히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일괄적으로 생산된 냉동식품을 데워 제공하는 점이 지적되며 “한식, 일식 뷔페가 아닌 분식 뷔페에 가는 기분이다” 등의 반응이 적지 않았습니다. 주말 점심, 저녁 기준 평균 2~3만 원대의 비용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매장, 대기업 측에선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주요 원가 상승을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주요 상권의 임대료와 최저 임금, 재료비 등이 상승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는 것이죠. 특히 매장의 규모를 앞세운 뷔페식당의 경우 이런 비용 상승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 불황 속에서 살아남은 호텔 뷔페
2020년 외식업계에는 주관적 만족과 취향을 중요시하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확산 중인 ‘Buy me-For me'(나를 위한 소비)라는 키워드가 트렌드로 등장했습니다. 이 키워드를 가장 잘 녹여내 불황 속에서 살아남은 뷔페식당이 있습니다. 바로 호텔 뷔페인데요. 1인 당 적게는 10만 원~20만 원까지 가격대가 절대 낮은 편은 아니지만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죠. 실제로 특급 호텔의 경우 식음 업장 매출의 절반 이상이 뷔페 레스토랑에서 나올 정도입니다.
◎ 맛, 공간, 격 세 가지 동시에 잡아
대다수의 호텔 뷔페 이용객들은 높은 가격대에도 그만큼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획일화된 메뉴가 아닌 해당 호텔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 역시 경쟁력 중 하나였죠. 특히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고가의 메뉴들을 뷔페에 돌아가며 선보이고 있는데요. 웨스틴 조선 호텔 ‘아리아’, 롯데호텔 서울 ‘라세느’ 등이 그 예입니다. 과거 뷔페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이유 중 하나인 가성비를 보다 고급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것입니다.
호텔업계에서는 빠르게 돌아가는 외식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습니다. 되려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죠. 겨울이 되면 등장하는 5~6만 원대의 딸기 뷔페는 이미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더 플라자 호텔,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 등에선 얼마 전 설날을 맞이해 뷔페에 한국 전통음식을 내놓기도 했죠. 르메르디앙 서울에선 음식을 가져와 식사하는 일반적인 뷔페 형식에서 탈피해 파인 다이닝 형식을 시도했습니다. 뷔페식당에서 정찬을 즐길 수 있는 것이죠.
메뉴뿐 아니라 공간의 변화에도 힘쓰고 있는데요. 가심비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는 호텔의 잠재 고객에 속합니다. 이런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분위기와 공간의 여유로움을 놓쳐선 안됩니다. 단순히 회전율을 위해 빽빽하게 테이블을 늘어놓았던 기존 식당들과 달리 2인 테이블의 비율이나 테이블 사이의 공간을 늘리는 곳들이 많습니다.
◎ 적자에도 공격적인 투자 이어가
국내 특급 호텔들은 뷔페 사업에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호텔 신라의 경우 적자에도 뷔페 서비스와 재료 수준을 낮추지 않기로 유명한데요. 이부진 사장은 신라 호텔 내에 ‘라연’ 과 같은 한식당으로 프리미엄 전략을 꾀하는 반면 뷔페 ‘더 파크뷰’의 가격은 10만 원 선에서 크게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녀는 “서민들이 호텔을 체험할 수 있는 장소라면 적자가 생겨도 좋다”라며 뷔페 운영 철학을 밝혔는데요.
신라 호텔 이외에도 많은 특급 호텔에게 뷔페 레스토랑은 진입 장벽이 낮은 서비스 중 하나입니다. 기존 고객은 물론 잠재 고객이 신규 고객으로 전환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죠. 과거에 비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며 F&B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더 이상 호텔 레스토랑이 호텔 간의 아닌 전 세계 레스토랑과 경쟁을 할 것이라며 뷔페 사업에 대한 투자와 경쟁을 예고했습니다. ‘나를 위한 소비’라는 트렌드에 맞춰 또 다른 시장을 열어나가고 있는 호텔 뷔페 업계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