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편견 많은 직업군 중 하나
현실에 부딪혀 꿈 포기한 그녀가
벌써 8년 차에 접어든 이 길은 바로
꾸준히 사회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구인난을 겪고 있는 직업이 있습니다. 특히 경력직 구인이 힘들다는 치과 위생사인데요. 과거보다 이들의 역할이 많이 알려졌지만 여전히 간호사, 데스크 직원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8년째 치과 위생사로 근무 중인 김수지 씨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승무원, 무용수… 현실에 부딪혀 고 3에 찾은 진짜 꿈
어려서부터 학업엔 큰 흥미가 없었던 수지 씨는 공부하란 잔소리 대신 “먹고 살 방법은 스스로 찾아라.”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결혼 후 오랜 시간을 쏟았던 무용수를 포기하신 어머니는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잘하고 못 하는 일은 무엇인지 등 살면서 필요한 질문을 수년간 반복하셨죠. 수지 씨는 “어렸을 때 무용에 관심이 많다가 이후엔 승무원 쪽 길을 꿈꿨어요. 무용 쪽은 갑자기 집안 사정이 힘들어져 현실적으로 꿈꿀 수 없었고 키가 작아서 승무원은 포기했죠.(웃음)”이라며 과거를 회상했는데요.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진로를 고민하다 치위생학과 진학을 택했습니다. 살면서 꼭 필요한 돈을 벌면서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 실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죠. “환자들과 소통도 할 수 있고 실력만큼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대학 입학 후에도 여러 활동을 병행하며 실습에 집중한 덕분에 당시 실습지에서 만난 원장님과 지금까지도 함께 일하고 있죠.
◎ 치과위생사의 길을 걸으려면?
치과 위생사의 길을 걷기 위해선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국가고시에 응시해야 합니다. 1년에 한 번, 실기와 필기로 나뉘는데요. 자격 자체가 필수 과목을 이수해야 하기 때문에 치위생학과 졸업예정자 및 졸업자만이 응시가 가능합니다. 합격률은 높은 편이지만 매해 탈락하는 응시생들도 있습니다.
자격을 취득하게 되면 취업을 준비합니다. 대학 시절 실습지에서 정직원 형태로 근무하거나 덴탈잡이라는 치과 구인 사이트에서 구직하기도 하죠. 취업난임에도 연차 3~4년 차 경력직을 구하기 힘들다는데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이 정도 시기에 결혼, 육아 등으로 휴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수지 씨는 치과 위생사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았는데요. 모든 의료의 흐름이 치료에서 예방으로 변화하는 요즘, 위생사는 필수적인 존재가 되고 있어 수요 역시 끊이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죠.
물론 치위생학과 졸업 후 다른 취업 루트를 택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군무원, 군대 의무 부사관, 보건직 공무원 등이 그 예죠. 수지 씨는 같은 직업을 가진 남자친구를 또 다른 예로 설명했는데요. 현재 그는 임플란트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 대체 무슨 일하나요? 치과위생사의 업무
치과위생사의 업무는 기본적인 진료 협조, 엑스레이 촬영 및 치아 본뜨기, 스케일링, 구강 보건 교육, 불소 예방 사업 등 아주 다양합니다. 이외에도 수지 씨는 치과에서 데스크 업무, 연간 치과 기획 업무를 함께 맡고 있죠. 연차가 쌓이면 치과 경영 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치과위생사도 있습니다.
교정과에서 근무 중인 수지 씨의 일과는 쉴 틈 없이 이뤄집니다. 오전 당일 환자들의 치료 진행 상태, 업무에 대해 브리핑을 하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후 환자 진료 협조, 촬영, 스케일링, 상담 등 다양한 업무를 마치고 그날 환자의 진료 및 특이 사항에 대해 다시 마무리 리뷰를 하죠. 물론 그 사이에 데스크 접수 수납, 환자 안내, 진료가 마무리된 환자를 관리하는 리콜 관리 등 틈틈이 주어진 업무를 해내고 있습니다.
치과를 내원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모르는 부분으로 수지 씨는 ‘잇몸 관리’를 언급했는데요. “스케일링이 무조건 아픈 치료가 아니에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잇몸이 안 좋아서 아픈 경우가 많죠. 어렸을 땐 충치를 관리하지만 나이가 들면서부턴 꼭 잇몸을 관리해야 해요. 만성질환이다 보니 꾸준히 케어가 필요해요. 아프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없어 많은 분들이 포기하시는데 6개월에 한 번씩은 치과에 내원해 예방하시는 게 좋아요!”라며 투철한 직업정신을 보였습니다.
◎ 8년 차가 이야기하는 진짜 치과 위생사
치과위생사란 직업을 오해하는 환자들도 많습니다. 수지 씨는 환자들에게 스케일링해주다 “왜 언니가 해줘요?”라는 컴플레인을 받기도 했죠. 이에 그녀는 치위생사에게 스케일링 업무는 긴 시간을 투자해 배우고 연습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치과 위생사는 여자가 대부분이다’라는 이야기에 대해선 어느 정도는 사실이라고 인정했습니다. 환자들과 조금 더 편하게 소통하고 손 크기가 비교적 작아 섬세한 업무에 적합하기 때문이죠.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궁금했는데요. 수지 씨는 망설이다 85% 정도라고 답했습니다. 장점으로는 자유로운 근무 형태를 꼽았는데요. 실제로 현직 치과위생사들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육아 휴직, 복직에 수월한 점 역시 장점이죠. 오히려 개인 사정으로 스스로 경력을 단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연봉 협상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업계에서 연차별 연봉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편이라고 하는데요. 1년 차 평균 연봉이 2,500~2,700만 원 정도죠. 연차가 쌓일수록 연봉이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수지 씨가 이야기하는 15% 정도 결여된 부분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그녀는 “일단, 업무 강도가 절대 만만치 않아요. 또, 구조상 당연히 원장, 치과 의사 지도하에 일해야 해요. 오너가 될 순 없죠. 성비가 확실한 조직이니 조심해야 할 부분 역시 분명히 있어요.”라고 설명했습니다.
◎ 1호 치위생사 유튜버, “목표? 집 사고 싶죠”
수지 씨는 1호 치과위생사 유튜버입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다 영상 플랫폼에 관심이 생겼고 당시 치위생사 유튜버가 아무도 없어 시작했는데요. 치과 위생사에 대한 정보 등 그때그때 만들고 싶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이미 두 가지 활동을 하는 그녀의 목표는 ‘프리랜서 치과위생사’입니다.
치과위생사로 일하면서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고 싶어 관심 있던 분야의 자격증도 땄습니다. 이외에도 부동산, 개인 사업에도 관심이 있어 먼 미래지만 조금씩 관심을 두고 있죠. 목표에 관해 묻자 “제 집을 갖고 싶어요.(웃음) 근데 이 일만 단독으로 해서는 사기 어렵죠. 조금 더 복합적으로 활동해야 이룰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솔직하지만 현실적인 꿈을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치과 위생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수지 씨는 “절대 만만치 않아요. 8년째 일하지만 매해 힘든 부분이 다르고 좌절하기도 하죠. 마냥 쉽다고 느끼면 뭔가 하나 결여되어 있을 수도 있어요. 그래도 각자 행복을 느끼는 부분에 집중해서 지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라며 조언을 건넸는데요. 사랑하는 치과위생사란 본업과 함께 또 다른 분야로의 도전을 준비하는 수지 씨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