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승무원’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깔끔하게 묶은 머리, 단정한 차림에 화사한 미소의 스튜어디스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승무원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스튜어드’라고도 불리는 남성 승무원들도 항공기마다 한두 명씩은 있습니다. 그들 역시 호감형 외모나 친절함은 여성 승무원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요. 오늘은 각 항공사 승무원의 약 10% 정도를 차지한다는 남성 승무원의 역사, 하는 일과 함께 그들만의 고충에 대해서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초의 여객기 승무원은 남성


여성 승무원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보니 남성 승무원이 등장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 같지만, 기록상 세계 최초의 객실 승무원은 하인리히 쿠스비라는 독일인 남성이었습니다. 다만 쿠스비는 비행기가 아닌 비행선 승무원이었는데요. 1912년, 24세의 나이로 최초의 상업 비행선 항공사 델라그에 입사한 그는 승객들의 식사 제공 등 현재 비행기 승무원과 비슷한 객실 서비스 업무를 담당했다고 하네요.

비행선 승무원이 아닌 최초의 비행기 승무원도 역시 남성이었죠. 비행기를 운항하는 항공사들 중 가장 먼저 객실 전문 승무원 제도를 도입한 루프트 한자에서도 남성 승무원들만 채용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으로 격식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남성의 몫이었기 때문인지, 유럽 항공사에서는 현재도 한국 항공사에 비해 많은 수의 남성 승무원이 근무하고 있죠.

1930년이 되어서야 첫 여성 승무원 엘렌 처치가 등장합니다. 유나이티드 항공의 전신 ‘보잉 에어 트랜스포트’에 입사한 그는 전직 간호사였고, “간호사가 비행기에 탑승하면 승객들이 안심할 것”이라는 말로 항공사를 설득해 승무원 되기에 성공했죠. 그 후로도 미국에서는 한동안 간호사 출신만이 스튜어디스가 될 수 있었다네요.

남성 승무원이 되기 위한 조건


국내 항공사 승무원에 지원하기 위한 자격에는 남녀가 따로 없습니다. 교정시력 1.0 이상일 것, 토익 점수 550점 혹은 토익 스피킹 LVL 6 이상일 것,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을 것 등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원서를 넣어볼 수 있죠. 물론 합격까지 하려면 기준보다 훨씬 높은 어학실력 및 스펙을 가져야 합니다. 지원자가 적어 여성 승무원보다 경쟁률이 낮을 것 같지만, 채용 인원도 매우 적기 때문에, 경쟁률은 오히려 높은 편이라고 하네요.

비행기 객실 내에서 승객에게 서비스하는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각종 안전에 관련한 안내를 하고, 식사를 나누어주거나 면세쇼핑을 돕는 일 등 여성 승무원이 하는 일을 함께 하죠. 모든 승무원들은 손을 뻗어 닿는 거리를 뜻하는 ‘암 리치’를 확인하고 선발되기 때문에, 신장이 큰 남성이라고 해서 선반에 물건을 올리고 내리는 일을 전담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승객이 있을 때는 완력이 센 남성 승무원이 앞에 나서 진압하는 경우가 많죠. 지난 2016년 한 중견기업 회장의 아들이 기내에서 난동을 부리는 사태가 발생하자, 대한항공은 여객기 한 대당 남승무원이 한 명이상 탑승할 수 있을 정도로 남성 승무원 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항공사들은 모든 승무원을 인턴으로 먼저 채용합니다. 항공사에 따라 1-2년의 인턴 기간을 마치고 일정한 심사를 거쳐 합격한 사람만이 정직원으로서 근무할 수 있죠. 인턴으로 채용되었을 때의 초봉은 남녀가 같지만, 남성 승무원의 승진이 조금 더 빠른 편이라 연봉 인상의 폭도 큰 편이라고 하네요.

남성 승무원들만의 고충


모든 직업이 그렇겠지만,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남성 승무원이 되었다고 해서 즐겁기만 한 날들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튜어드들은 “남성 승무원으로서의 생활에서 겪는 고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여성 동료들 사이에서 적응하기”를 꼽습니다. 많은 여성들, 그것도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여성들 사이에 있을 수 있다는 건 오히려 남성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가지는 장점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요.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관심사가 다르다 보니 대화의 주제를 찾기도 어렵고, 가끔씩 일어나는 동료들 사이의 불화나 다툼에 어찌 대처해야 할지 모를 경우가 많죠. 특히 남중, 남고, 공대를 졸업한 스튜어드라면 갈등을 해결하는 여성들의 방식이 익숙지 않아 당황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승무원 세계의 엄격한 위계는 군대 못지않은 수준이라고 하죠. 병역을 필한 남성 승무원들이 이런 상황에 더 익숙할 것 같지만, 여성 버전의 군기잡기에는 오히려 적응이 쉽지 않다고 하네요.

남녀 모두 쉽지 않은 직업


최근 노르웨이의 한 항공사에서 여성 직원에게는 힐을 강요하고, 남성 직원에게는 화장을 금지한 것이 알려져 논란이 되었습니다.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이 적은 알려진 북유럽의 대형 항공사인지라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지만 국내 항공사, 승무원 양성 교육기관 등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항공사에서 여성 승무원의 경우 눈병 등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안경 착용이 금지되고, 손톱, 화장 등 외모에 관한 규정도 까다로운 편이죠. 한편 ‘승무원 명문’이라 불리는 인하공전의 항공운항과에서는 학생의 90%를 뽑는 특별 전형에 여성만 응시 가능하도록 해, 이를 시정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받는 일도 있었습니다.

여성이든 남성이든, 편안히 서비스 받아 가며 타도 힘든 여객기 내에서 단정한 차림과 환한 미소를 유지하며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책임지는 일이 쉬울 리 만무합니다. 남녀 승무원 모두가 공평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일하고, 승객들의 적절한 존중을 받는 분위기가 하루빨리 정착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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