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삽’을 아십니까? 요즘 아이들 말을 들어보면 도통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어른들도 만만치 않게 그런 말을 쓴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실제로 직장에서 사용하는 단어를 취업 준비생이나 아이들이 들으면 대체 무슨 말인가 하고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를 가장 많이 체감하는 게 바로 막 입사한 신입사원들일 텐데요. 그래서 신입사원들이 알고 들어가면 좋을 회사인들의 용어를 준비했습니다. 함께 알아보시죠.
업무 간 이메일에 사용되는 단어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업무 메일을 다양한 회사에 보낼 때가 많습니다. 그때 자주 활용되는 것이 CC입니다. CC는 Carbon Copy의 줄임말로 이메일의 수신인을 추가하는 ‘참조’를 뜻합니다. 여기에 BCC(Blind Carbon Copy)라는 말도 있는데요. 이는 ‘숨은 참조’로 발송하라는 뜻입니다. 이메일의 수신자는 CC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지만, BCC는 확인할 수 없죠. 때문에 BCC는 수신자에게 노출되기를 원하지 않을 때 사용합니다.
이메일을 읽다 보면 가끔 F.Y.I라는 글자 뒤로 핵심적인 내용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F.Y.I는 (For Your Information)의 줄임말이죠. ‘참고로’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P.S.V.P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불어 Repondez S’il Vous Plait를 줄인 말로 영어로는 ‘RE‘로 줄임말을 쓰죠. 뜻은 ‘회신 바랍니다’입니다.
여담이지만 ‘ㅈㄱㄴ’의 뜻을 아시나요? ‘제목이 곧 내용’의 줄임 표현이죠. 회사에 따라 EOM(End of Massage)을 같은 뜻으로 사용합니다. 외국에서는 ‘내용 없음’ 정도로 인식된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능한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위의 이미지와 같은 상황에서 ‘첨부파일 확인 부탁드립니다’로 보낸 신입사원과 ‘EOM’만, 또는 ‘ㅈㄱㄴ’만 적어보낸 신입사원 중 상사가 누구에게 호감을 가질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대화에서 활용되는 단어
위에서 언급했던 ‘아삽’은 ASAP를 그대로 읽은 것입니다. 보통 “아삽으로 주세요~”로 활용되죠. As Soon As Possible의 줄임말로 ‘가능한 한 빨리’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신입 씨. 잘 썼는데 조금만 디벨롭 해줘”라는 무슨 뜻일까요? 네, 그렇습니다. 더 잘해와라, 향상시키라는 말입니다.
아삽 하게 디벨롭한 보고서를 가지고 사수에게 가져가겠죠? 사수는 회사에서 신입사원(부사수)에게 회사 생활과 업무를 알려주는 일종의 조언자입니다. 그런데 사수가 “저한테 소프트카피로 보내주세요. 그리고 제가 드리는 소프트카피를 하드카피로 3부만 아삽 하게 가져다주세요.”라고 요청합니다. 부드러운 복사본과 딱딱한 복사본을 달라는 말일까요? 아닙니다. 소프트카피는 디지털 문서, 하드카피는 프린트한 문서를 말하죠.
“KPI는 하드카피로 3시 회의까지 어레인지 해주세요. 회의에서 R&R에 따라 컨펌받을 겁니다. 그리고 땡땡 프로젝트 PM이 누군지 좀 알아봐 주세요” 신입에게 이 정도로 말할 일은 없겠지만, 뜻을 알아볼까요? 우선 KPI는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줄임말로 ‘중요업무평가지표’를 말합니다. 목표 진척 상황을 수치로 나타내 측정할 때 사용하죠.
어레인지(Arrange)는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의 대화에서는 ‘준비’해달라고 해석하면 되겠죠. “4시에 거래처 미팅 어레인지 해주세요”하면 거래처와의 미팅을 4시에 잡는 거죠. R&R은 Roll and Responsibility의 줄임말로 업무에 있어서 ‘역할과 책임’을 말합니다. PM을 알아오라는 건 뭘까요? PM은 Project Manager으로 특정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PM의 회사, 이름, 직책, 연락처, 이메일을 정리해 보고하면 됩니다.
하드카피를 가지고 가는데 문서에 있는 N/A와 F/U이 눈에 띕니다. 그러더니 ‘턴키방식은 TBD’라고 적혀있네요. N/A는 Not Applicable으로 ‘해당 없음’, F/U는 ‘후속작업과 관리’를 요청하는 뜻으로 Follow up의 줄임말입니다. 턴키 방식(Turn Key)은 주로 ‘일괄 시행 방안’을 의미하죠. 그렇다면 TBD는 무슨 말일까요? To be Determined, 즉 추후에 결정하겠다는 뜻입니다.
문서의 종류
회사에서 사용하는 보고서는 다양합니다. 그러나 그중에도 상사에게 보고할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문서가 3가지 있습니다. 바로 기안서, 품의서, 시말서(경위서)이죠. 기안서는 의사결정에 대한 전체적인 맥락을 상사에게 보고하는 문서 형식입니다. 품의서는 기안서와 비슷하지만 금액이 포함된 특정한 사안에 대해 보고하는 것으로 수량, 단위, 금액 등의 정확한 수치가 들어갑니다.
시말서는 참 많이 들어봤죠? 시말서는 본래 일의 전말을 자세히 적어 제출하는 문서입니다. 간혹 시말서를 회사 반성문으로 취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말서는 해당 사건이 어떤 상황에서 왜 발생했는지를 회사가 파악하기 위한 것입니다. 직원을 반성시키기 위해 시말서를 쓰게끔 하는 일은 회사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윤리적 판단을 강제하는 것으로써 불법입니다.
이외에도 회사에서 사용하는 말로는 ‘배상’, ‘상신’, ‘품의’등이 있습니다. 모두 일상생활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았던 말이죠. 이 세 단어는 모두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표현이죠. 배상은 ‘엎드려 절하여 올린다’라는 뜻으로 우편, 편지를 보낼 때 ‘ooo 올림’과 같이 사용하는 말입니다.
상신은 상사에게 업무에 대한 의견이나 내용을 서면이나 말로 보고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슷한 말로는 ‘기안’이 있으며 ‘상신하다’, ‘기안 올리다’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서면으로 상사에게 상신하여 승인받는 일련을 과정을 ‘품의’라고 하죠. “팀장님께 품의 올려 진행하자”라고 표현됩니다. 금여체라 불리는 위와 같은 단어는 타집단을 배제하는 동시에 자기가 속한 집단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주로 사용됩니다. 화제가 되었던 헤어샵의 SP(샴푸)와 별반 다를 바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