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이렇게 살 수 없었죠”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던
20대 청년이 선택한 의외의 길은?

수년째 각종 언론사, 매체사에선 취업난, 청년 실업 등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택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곤 하는데요. ‘대학까진 졸업해야지’, ‘취업은 해야지’, ‘사업보단 안정적인 자리 유지해야지’ 등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순 없지만 다수가 공감하는 이 무형의 틀에 맞춰 대부분 살아갑니다. 그럼에도 이 기준과 틀을 깨부수는 이들은 분명히 존재하죠. 대학교 1학년 자퇴 후, 청소라는 본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25살 청소부, 나동주 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 극단적인 생각까지, 1년 만에 자퇴

동주 씨는 고등학교 때 힙합 공연을 기획하며 대학 진학보단 래퍼로 인정받아 돈을 벌고 싶었다는데요. 학생 신분이다 보니 공연 포스터를 만들 여건이 되지 않아 포토샵을 배우던 중 자연스럽게 디자인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 권유로 대학 역시 디자인 관련 학과에 진학했죠. 하지만 1학년까지 생활을 하다 자퇴를 택했습니다. 그는 “어느 날 과제를 하다가 이렇게 4학년까지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어요. 디자인에 흥미는 있었지만 전공을 직업으로 삼기도 싫었죠.”라며 당시를 떠올렸죠.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 “군대 다녀와서 다시 생각해라” 주변 사람들의 당연한 만류였습니다. 당시 집안 상황이 좋지 않았고 입대를 앞둔 상황에서 지루한 수업과 과제까지 겹친 동주 씨는 ‘꼬일 대로 꼬였다’라는 느낌에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되죠. 그러다 한 강연을 인상 깊게 보게 됐는데요. ‘이거 하나 못 버티면 아무것도 못 하겠다’라는 생각에 자퇴를 택했고 심적 부담감을 극복하게 됐습니다.

◎ 입주 청소 알바로 시작, “온몸이 아팠죠”

또래와 다른 일로 돈을 많이 벌고 싶었던 그는 가장 처음 출장 세차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입주 청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죠. “첫 근무에 2주간 온몸이 다 아팠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손가락, 무릎 안 아픈 데가 없었죠. 남자 청소부를 보고 편견을 갖기도 했고 진상 고객까지 정말 어려웠어요.”라고 했는데요. 그럼에도 어려서부터 청소를 즐겼던 그에게 청소란 하루하루가 두근거리는 일이었고 일한 만큼 벌어갈 수 있는 효율적인 일이었죠. 고객들의 만족까지 더해지니 만족스럽게 일을 이어나갔습니다.

하지만 만족도 잠시 아르바이트 근무를 하던 곳과 마인드, 페이 차이로 갈등을 겪게 되었습니다. 그는 입주 청소의 비전을 보고 청소업을 이어나갔다고 하는데요. 일하며 새집 증후군, 마루 코팅, 줄눈, 가전제품 청소 등 연계되는 부분이 많은데 입주 청소에만 집중하는 업계 구조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회사를 키울 방법임에도 시도하지 않는 상황이 답답해 잠시 갈등을 겪었던 것이죠.

◎ 100만 원으로 시작한 청소 창업

결국 그는 다른 특수한 청소에 도전하기 위해 창업을 결정했습니다. “어렵고 위험한 특수청소 작업을 하면서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라고 설명했는데요. 차량, 사무실을 제외하고 처음 구매한 입주 청소 장비 세트는 100만 원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청소업체 <쿨크린>이라는 사업을 시작했고 지인들에게 응원을 받았죠. 물론 “창업이 그렇게 쉽나?”, “다시 직원으로 돌아갈 것 같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습니다.

동주 씨는 여전히 혼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장에 항상 함께하는 용역 이모들, 도움 주는 거래 업체 사장님들이 계시죠. 현재 쿨크린은 다양한 루트로 문의를 받고 이후 견적, 사진을 통해 상담해 작업 진행 후 검수가 끝나면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주요 사업인 청소는 기본, 고객 응대 능력, 인력 수급, 현장의 흐름을 관리하는 부분까지 동주 씨가 맡고 있죠. 청소 결과물에 대한 검수는 정말 주관적이기 때문에 고객들을 만족시키기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동주 씨의 대표라는 직책을 악용하려는 고객들도 있었지만 잘 극복해냈죠.

◎ 어리다고 무시당하기도, 청소업 전망은?

‘남자 청소부’, ‘어린 대표’… 25살 청소부 동주 씨에게 따라오는 꼬리표는 많습니다. 실제로 견적을 내기 위해 방문한 현장에서 어린 나이 때문에 “대충 하고 말겠지”, “뭘 잘 할 수 있겠어” 등의 편견이 정말 많죠. 나이가 아닌 청소부라는 직업을 무시하는 이들도 태반이라고 하는데요. 반대로 덕을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아들, 딸뻘로 생각하는 고객들은 격려해주고 청소비를 조금 더 챙겨주기도 하고 쉽게 다가와 그에게 활력소가 되죠.

다양한 SNS를 운영하는 동주 씨는 청소와 함께하는 일상들을 공유하곤 합니다. 그를 응원하는 이들도 있지만 남들과 다른 퇴근 시간, 근무 시간만을 보고 오해를 갖기도 합니다. 실제로 청소업에 종사하고 있는 만큼 솔직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현장마다 다르지만 일반 회사보단 일찍 퇴근하고 수익도 괜찮은 편이긴 합니다. 다만, 저의 경우 퇴근 후 각종 SNS에 현장 사진을 업로드하고 문의 전화도 받고 청소에 대한 정보 수집까지 취침 전까지 항상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아직은 생소한 청소업의 전망은 어떨까요? 입주 청소부터 특수청소까지 분야가 아주 넓은데요. 동주 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언급하며 청소가 아닌 소독 및 방역 건물위생관리업까지 뻗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모든 업종과 연관이 되어있는 분야이니만큼 전망은 어느 정도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죠. 그뿐만 아니라 맞벌이 가구,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잠재 고객과 수요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 청소부 유튜버, “악성 댓글 종종 보여요”

동주 씨는 블로그 등의 SNS는 물론 청소 사업을 시작하며 유튜브까지 시작했습니다. 직업의 다양성과 과거 본인과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죠. 좋은 반응이 대부분이지만 “양아치 같다”, “말투 거슬리네. 조선족이냐?” 등의 영상과 관련 없는 댓글도 종종 보곤 하죠. 상처받기보단 “니 내 눈 줄 아니?”라며 유쾌하게 맞받아치는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된다고 해요.

유튜버, 청소부, 청소 업체 대표 벌써 다양한 목표를 이뤄낸 동주 씨의 목표가 궁금했습니다. 업체 대표로서 전국 10개 이상의 지점을 만들고 봉사와 같은 좋은 일들을 하며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자극을 주는 강연을 하는 것도 꼭 이루고 싶은 목표라고 해요.

그는 마지막으로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들의 상황을 공감했는데요. “돈보다 꿈을 좇아”라는 이야기가 있죠. 동주 씨는 꿈을 꾸기엔 당장 굶어 죽을 것 같아 돈을 좇았습니다. 돈을 좇다 보니 과거 이루고 싶은 꿈을 잃었지만 새로운 꿈들이 생겨났죠. 돈, 꿈 어느 것을 선택해도 좋지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항상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젊기에 잃을 건 전혀 없어요. 두려워하지 말고 움직이세요.”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25살, 젊은 나이지만 본인의 확고한 꿈을 좇는 나동주 씨의 미래가 더욱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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