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단순한 연예 기획사 아냐
게임, 요식업, 패션 등 사업 모색에 나서
심지어 ‘SM타운 가상국가’ 선언까지
연예 기획사가 단순히 배우나 가수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게 본업이라던 건 옛말이 되어버렸습니다. 최근의 연예 기획사들은 외식사업부터 패션, 뷰티, 스포츠와 유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사업 진출을 꾀하고 있죠. 국내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SM 엔터테인먼트는 그 진화의 선봉에 있습니다.
동방신기, 소녀시대, EXO(엑소) 등 세대별 원톱이라고 할만한 아이돌 그룹을 배출해낸 SM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성공 전략은 ‘사업 다각화’에 있었는데요. 사람들에겐 아이돌 회사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 누구보다 사업 다각화에 공격적이었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진출에 힘쓰고 있죠. 물론 벌여놓은 사업이 모두 승승장구한 것은 아닙니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정리한 사업이 있는가 하면 아직까지도 무리수라 일컬어지는 사업도 있죠. 그렇다면 SM 엔터테인먼트 최고의 무리수라 불리는 사업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아래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누적적자만 200억 원의 요식업
SM은 2008년 SM F&B를 설립하며 일찌감치 외식 사업에 뛰어들었는데요. 2008년 예약제로 운영하는 한식 레스토랑인 이테이블(e.table)을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3년 만에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2012년에는 크라제버거로 유명한 크라제인터네셔날과 합작해 ‘에스엠크라제’를 세웠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견이 생기면서 1년을 채우지 못한 채 청산되기도 했는데요. 이때 SM은 투자비 13억 원 중 절반만 회수하며 손실을 봤습니다.
잇단 외식사업 실패에도 불구하고 SM은 계속해서 외식사업 영역을 넓혔습니다. 지난해 4월 SM은 멕시코 전문 음식점인 토마틸로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간 벌인 요식업의 부진한 실적이 도마 위에 올라 주주행동주의 타깃이 되기도 했습니다. 실제 SM 엔터의 외식 계열사는 누적된 적자가 200억 원이 넘어 KB자산운용으로부터 주주서한을 받았는데요. 그럼에도 SM엔터 측은 즉답을 피하며 향후 주주서한 회신을 통해 외식사업과 관련된 계획을 밝히겠다고 전한 상황입니다.
◎아픈 손가락, 콘텐츠 자회사 SM C&C
2012년 설립한 콘텐츠 자회사 SM C&C는 특히나 뼈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지는데요. 앞서 SM C&C에서 제작한 소속사 가수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들이 줄줄이 실패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소녀시대 윤아가 주연한 ‘총리와 나’, 배우 이연희의 ‘미스코리아’ 등 드라마의 시청률이 저조했던 데다 연기력 논란까지 따라붙은 탓인데요.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동안 이익은 2016년 대비 반 토막이 났습니다. 2017년 SM 영업이익은 109억 원으로 전년(207억 원)보다 47.2%나 줄었는데 이에 대해 SM 측은 “SM C&C가 제작한 드라마 선급금 비용 등을 반영한 탓에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SM의 사업 방향은 공격적이었습니다. SM C&C는 강호동, 신동엽, 김병만, 전현무 등을 영입하며 예능 제작에도 열을 올렸는데요. KBS ‘우리동네 예체능’과 ‘인간의 조건’,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등을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으나, 현재는 아쉽게도 세 프로그램 모두 종영된 상태입니다.
◎인공지능 사업 팀까지 운영
한편, SM은 인공지능·머신러닝 등 신기술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실제 SM 내에는 인공지능 사업 팀이 있는데요. SM 엔터테인먼트는 이를 위해 미국 인공지능 전문 기업인 ‘오벤(Oben)’과 공동 투자해 홍콩에 ‘AI Stars Limited’사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클라우드를 통해 AI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에이전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죠.
연예인 기획사에서 인공지능 사업 팀을 운영하는 데 대해 일각에서는 여전히 “생뚱맞다”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지만, SM 측은 “신사업은 초기에 손실이 있더라도 될 때까지 밀고 나간다”는 전략을 변함없이 구사 중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인공지능과 결합되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SM타운 건국 선언, 신분증·가상화폐 제공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논란이 된 건 SM타운 건국 선언이었습니다. 앞서 2012년 SM 엔터테인먼트는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초대형 콘서트를 열고 가상국가 ‘뮤직네이션 SM타운’의 선포식을 가졌는데요. 이날 콘서트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벨기에, 캐나다, 중국, 프랑스, 독일, 일본, 홍콩 등 30여 개 나라에서 4만여 명의 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날 참석자들에게는 SM타운이 만든 분홍색 ‘여권’이 주어졌는데요. SM 엔터테인먼트는 별도의 홈페이지를 개설해 온라인에서 여권을 판매했으며, “세계 최초의 가상국가 탄생”이라고 주장한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습니다. SM의 가상국가 선언을 접한 누리꾼들은 “오글거린다”거나 “종교집단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 등 평은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한편, SM 엔터테인먼트는 그들의 아이돌 산업 역사와 팬덤 문화를 집대성한 SM 아티움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운영 중인데요. 1층부터 6층까지 건물 전체가 SM타운 관련 매장으로 채워져 있는 이 공간은 국내 팬들뿐만 아니라, 케이팝을 사랑하는 해외 관광객들까지 발길까지 두루 끌어모으는 중입니다.
◎연예 기획사의 잇따른 사업 영역 확대, 이유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다른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인데요. 소속 연예인의 스캔들이나 구설수가 기업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연예 기획사의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을 꾀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로를 찾는 것이죠.
이처럼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기존 사업의 리스크 분산에 나선 SM 엔터테인먼트. 하지만 이에 대한 주주들의 시선이 곱기만 한 것은 아닌데요. SM의 실제 3대 주주인 KB자산운용은 지난해 주주 서한을 통해 SM 엔터가 불필요한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SM 엔터의 핵심 사업은 음악과 광고, 드라마 등인데 불필요한 사업을 확장해 적자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그러나 아이돌 시장 포화 속 엔터테인먼트사들은 특정 아티스트에 매출을 기대는 기존 사업 구조에서 탈피하려고 시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요. 이에 따라 SM 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한 연예 기획사들의 요식, 뷰티, 패션 등 기타 사업으로의 진출을 통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