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Risk, High Return. 투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말입니다. 말 그대로 위험이 큰 만큼 많은 수익을 안겨준다는 뜻인데요. 거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 말을 투자의 기본으로 꼽으며 첫 투자를 하는 이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Low Risk, High Return을 외치며 남들과는 다른 철학으로 투자를 바라보는 이가 있습니다. 투자에 있어서 만큼은 한없이 진지한 더퍼블릭투자자문의 김현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습니다.
수능 성적에 맞춰 일어일문학을 선택한 김현준 대표는 투자에 별다른 관심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와 갈등을 겪던 시기, “주식은 하지 마라”라는 말에 괜한 오기가 생겼죠. “아버지가 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건 주식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그 말에 ‘나는 잘해야지’라는 생각이 앞서면서 주식에 관심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 흥미를 바탕으로 학교 내에 있는 ‘가치투자 동아리’에 지원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주식에 대한 그의 생각은 단순한 ‘흥미‘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습니다. 이를 본업으로 발전시킬 마음 역시 없었죠.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벤저민 그레이엄의 저서 「증권 분석」을 번역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번역을 위해 같은 부분을 계속해서 읽고, 문장을 고쳐나가다 보니 저자가 어떻게 투자를 집대성했는지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주 미묘한 부분이었지만 제가 동아리 활동을 하며 투자했던 주식과 비교해보기도 하면서 ‘재밌다’는 느낌을 갖게 되었죠. 투자 자체에 대한 즐거움을 깨닫고, 제가 투자를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선배들에게 많은 도움도 얻고, 관련된 책도 찾아 읽어가며 투자 지식을 쌓아갔습니다. 직접 주식 투자에도 뛰어들어 자신만의 투자 성향도 갖춰나갔죠. 김현준 대표는 가격이 저렴한 기업보다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했을 때 성과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성장하는 기업들도 언젠가 성장이 둔화되기 마련인데, 이미 성장세가 둔화된 기업에 투자해서는 투자수익을 올리기가 어려울 것이라 것이라 깨닫게 된 것이죠. 이렇게 그는 장기 성장주 투자 방식을 고수하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펀드매니저에게 투자성향은 매우 중요한 가치입니다.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기업으로 ‘VIP 투자자문’을 택한 것도 바로 투자성향 때문이었습니다. 입사 전 VIP 투자자문의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취업할 때 지원서를 쓴 다면 이 기업을 쓰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죠. 그는 VIP 투자자문의 대표에게 입사를 희망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죠.
VIP 투자자문에 입사한 김현준 대표는 자산운용팀에서 펀드 매니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를 분석하는 것이 그의 주된 업무였죠. “펀드 매니저는 기업을 분석하는 직업으로, 앉아서 자료를 읽는 일이 대부분입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해당 기업이나 기업을 분석한 애널리스트와 미팅을 합니다.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보고를 하면 회사에서 투자 여부를 판단 하죠.”
그러나 회사와 언제나 마음이 맞을 수는 없는 법입니다. 긍정적으로 바라본 기업을 회사에서 투자하지 않을 때는 업무가 힘들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는 주식을 하는 사람들을 ‘불나방’이라고 표현했는데요. 모두가 불가능할 것 같은 투자수익을 좇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보통 자존감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김현준 대표 역시 마찬가지였죠.
회사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커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그는 회사에 헌신하는 것은 물론, 경영 문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게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와 투자 성향도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성장하는 기업을 찾고자 했지만, 회사는 회사는 성장률은 낮더라도 저렴한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을 유지했습니다.
“저는 창업에 대한 욕심도 많았습니다. 휴가를 내고 참가했던 창업 관련 대회에 상을 받으러 간 적도 있죠. 이 점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굉장히 혼이 나기도 했습니다. 어느 날, 상사와의 개인 미팅에 들어갔는데 제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겠냐는 말이었죠.”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그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바로 창업을 준비하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장모님께서 ‘사업을 하면 내 딸은 줄 수 없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죠. 김현준 대표는 회사에서 준 구직 기간 3개월 동안 회사로 출근하는 척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다녔습니다. 다행히 실직 2개월이 되던 날 키움증권 투자운용본부 주식운용팀으로 이직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그는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투자자문사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는데요. 키움증권에서 퇴근한 후에는, 이태원에 위치한 자신의 회사로 다시 출근을 하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결국 키움증권은 1년이라는 짧은 시간만 근무하고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김현준 대표는 본격적으로 더퍼블릭투자자문을 꾸려나갔습니다. 원래 더퍼블릭투자자문은 현재 공동 대표인 정호성 대표가 1인 창업한 기업인데요. 이후 김현준 대표와 가치투자 동아리 부원들도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정호성 대표와 김현준 대표만이 남아 더퍼블릭투자자문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지난여름에는 <유퀴즈온더블록>에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점심시간이 2시간이라는 사실을 밝혀 많은 직장인들에게 부러움을 사기도 했습니다. 그는 ‘앉아 있는다고 주가가 오르지는 않는다.’라고 재치 있게 답하며 유쾌한 모습을 선보였습니다.
농담처럼 보이지만, 그의 대답에 더퍼블릭투자자문의 투자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저는 메가트렌드와 경제적 해자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성장하는 기업을 찾아내고, 그중에서도 확실한 경쟁 우위를 갖고 있는 기업에만 투자하죠. 메가 트렌드를 갖췄다 판단했을지라도 예측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적 해자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둘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라 할 수 있죠.”
더퍼블릭투자자문은 이러한 투자철학을 바탕으로 꾸준히 흑자를 기록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성장을 이어나간다면 올해 배당을 할 수 있죠. 만약 이 계획이 이뤄진다면 그는 사업 초기 더퍼블릭투자자문을 믿어준 분들에게 배당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현준 대표는 인생의 목표를 “엔젤 투자자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는 “ 사업을 하다 보니, 처음이라는 이유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조금 잃는 게 있더라도 초기 창업자에게 투자해 믿음을 주고 싶네요”라고 자신의 의지를 보이며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자신만의 확고한 투자 기준으로 투자 전문가로 우뚝 선 김현준 대표. 창업자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