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이후 지방 아파트 하락세
공급과잉, 지역 기반 산업 붕괴 등 원인
대구 수성구, 대전 등 상승세인 지역도
‘돈이 돈을 번다’는 말, 다들 한 번씩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목돈을 가진 사람은 투자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고, 하다못해 은행에 예금만 해 두어도 적은 돈을 가진 사람보다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죠. 비싼 동네의 부동산을 가진 사람은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시기를 잘 타면 시세 차익으로 거금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강남 아파트를 사들일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투자를 위해 비교적 저렴한 소형 아파트, 지방의 아파트 등을 매입하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2015년에 정점을 찍은 지방의 아파트 시세가 계속 하락하면서 투자를 해야 할지, 더 기다려봐야 할지 망설이는 분들도 많아졌죠. 전망이 좋아 보였던 지방 아파트는 왜 폭락 중인 걸까요? 또, 지금 지방 아파트에 투자해도 괜찮은 걸까요?
◎ 2015년 이후 줄곧 하락세
2015년 크리스마스 즈음, 뉴스에서는 28개월 만에 지방 아파트값이 하락했다는 보도가 흘러나옵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대구, 충남 지역의 아파트값은 그전 주보다 0.08%, 경북은 0.06%, 세종과 대전은 0.04% 떨어졌죠. 이는 2013년 8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지역별, 시기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었지만 이후 지방의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습니다.
매매가, 전세가 모두 하락한다는 소식을 지속적으로 듣다 보니 지방 아파트 투자를 계획했던 이들도 망설일 수밖에 없는데요. 반면 “지금처럼 가격이 떨어졌을 때 사 둬야 나중에 경기가 회복되면 더 큰 차익을 챙길 수 있다”며 매입을 감행하는 분들도 있죠. 언젠가 오른다는 확신만 있다면야 틀린 말이 아니겠지만, 지방 아파트는 정말 오를 가능성이 있는 걸까요?
◎ 공급과잉, 지역 기반 산업 붕괴가 원인
우선 지방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원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유튜브 채널 <부동산 읽어주는 남자>에서는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로 서울 집값이 흔들리자, 갈 곳 없어진 투자금들이 상대적으로 개발과 성장의 여지가 남아있는 지방으로 몰리면서 지방 아파트 붐이 불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지방 아파트들은 2015년을 기점으로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죠.
그러나 서울과 달리 지방의 부동산 수요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 한계점을 찍자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게다가 조선업, 제조업 등 지방 경제를 지탱하던 산업 기반이 흔들리면서 해당 산업 종사자들이 그 지역에 머무를 이유가 없어지자 아파트 가격은 더욱 폭락했죠.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 가계 대출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수요자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도 전보다 어렵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서울에서 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희소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의 큰손들까지 서울로 투자금을 집중하고 있어, 지방 아파트는 더욱 찬밥 신세가 되었죠.
◎ 지자체, 신규 아파트 건설 전면 제한 등 노력
그렇다면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요?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지방 아파트 가격의 전반적인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지방의 주택 공급 과잉 상태가 아직 해결되지도 않았고, 침체된 산업들이 다시 살아난 것도 아니니까요. 아파트 가격 하락의 원인이 해결되기 전에는 현상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을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주택 6만 2741가구 중 지방의 주택이 5만 2523 가구로 전체의 약 84%를 차지했는데요.
공급 과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지역의 지자체들은 문제를 조금이라도 빨리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춘천의 경우 2022년까지 계획된 물량이 모두 지어진다면 현재 106.1%인 주택보급률이 120%까지 늘어날 전망인데요.
춘천을 비롯한 강릉, 동해시에서는 신규 아파트 사업에 대한 전면 제한 조치를 들고 나왔습니다. 이들 지역에서는 미분양 아파트 중에서도 악성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들도 증가하는 추세로, 건설 업체와 하청업체, 더 나아가 지역 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 지역차 존재, 확신 없다면 신중해야
물론 지방이라고 다 같은 지방은 아닙니다. 같은 충청도 지역에서도 대전의 아파트값은 치솟는 반면, 충북 지역은 과잉 공급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하락하는 중이죠. 또한 작년 같은시기와 비교해 올 4월 부산과 울산의 아파트 가격은 하락한 반면 대구, 광주 등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자금이 충분하고 부동산에 남다른 안목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반적인 가격이 낮은 지금, 유망한 지방 부동산을 골라 투자하는 것도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부동산 초보라면 아직은 더 기다려보는 게 안전할 텐데요.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치 하락이 모두 시세에 반영된 뒤, 지방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섰을 때를 노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