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등 미등기 임원 9명
법적 책임 지지 않아
보수는 전문경영인 2배 이상
삼성 이재용, 한화 김승연, 신세계 이명희 등 국내 대기업을 이끄는 그룹 총수들 중 4명에 1명 꼴로 ‘미등기 임원’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 기업분석연구소에서 진행한 총수 경영 참여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자산 규모 상위 50개 그룹 가운데 오너가 있는 그룹은 42개고, 이 중 총수가 경영에 참여하는 그룹은 36개라고 한다.
이 가운데 총수 9명은 미등기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 일가의 15%는 미등기 임원이라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신세계 이명희 회장,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미등기 임원 명단에 올랐다. 이외 DL그룹 이준용 회장, 미래에셋그룹 박현주 글로벌경영전략고문, 네이버 이해찬 글로벌투자책임, DB그룹 김준기 창업주,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등 굵직한 재계 인사들의 이름이 올랐다.
미등기 임원이란 ‘법인 등기부등본에 등록돼있지 않고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임원으로, 명예회장·회장·부회장·사장·부사장 등 회사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해 업무를 집행하는 자’다. 쉽게 말해 법적인 책임 없이 회사 내에서 직위·보수를 누리는 임원이다.
등기 임원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주요 의사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지지만, 미등기 임원은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하지 않기 때문에 부실경영에 대해 문책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러한 미등기 임원이 받는 보수는 전문 경영인의 2~3배로 조사됐다.
올해 상반기 15개 기업집단(28개 소속 회사) 총수의 평균 급여는 34억 2,100만 원이다. 이는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전문 경영인 15명의 평균 급여(14억 2,200만 원)의 2.4배에 달한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올해 상반기 CJ, CJ제일제당 등에서 49억 6,800만 원을 받았는데, CJ 김홍기 대표이사(7억 700만 원)에 비해 7배 많은 액수이다.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로부터 각각 22억 5,4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미등기 임원으로 활동한 최근 3년여간 보수를 받지 않았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총수들 어차피 다 가족들이라 놀랍지도 않다”, “금수저 그 이상, 다이어수저다”, “배당에서도 받을 텐데 있는 사람들이 돈 더 받는 게 불공정하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한편에서는 총수의 미등기 임원 활동과 높은 보수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보통 그룹 총수나 오너 일가는 해당 기업의 최대 주주인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경영 활동은 주가로 평가받는다”며 “등기 임원 여부보다 주주 가치를 올리려는 노력을 책임 경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