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 작품 스스로 파쇄
16억→302억으로 가치 올라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평화로웠던 지난 2018년 10월, 소더비 경매장에서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 ‘풍선과 소녀’가 한화 약 16억 원에 낙찰됐다.

한 유럽인 수집가가 그의 작품을 소장하려는 찰나, 액자 테두리에 숨겨져 있던 파쇄기가 작동하면서 절반가량이 파쇄됐다.

낙찰자도, 관객도, 경매사도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16억 원짜리 작품의 절반이 훼손된 전대미문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돈으로 작품의 가치를 매기고 환산하기 바쁜 미술 시장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파괴’를 통해 예술을 완성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 사건을 두고 소더비의 수석디렉터는 “We’ve been Banksy-ed(우리는 뱅크시 당했다)”고 표현했다.

훗날 파쇄의 비밀은 뱅크시가 경매 현장에 몰래 잠입해 자기 작품이 낙찰되는 순간만을 기다렸다가 리모컨을 통해 파쇄기를 원격 작동시켜 자기 작품을 자폭시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16억짜리 작품을 분쇄기에 갈아버린 의도에 대해 많은 사람의 추측이 난무했다. 이후 뱅크시는 “파괴하고자 하는 욕망도 창조적인 욕구”라는 파블로 피카소의 발언을 인용하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했다.

이 작품은 3년 만에 다시 경매에 나온다. 작품의 제목은 ‘사랑은 쓰레기통에 있다’라고 바뀌어있었다.

3년 만에 다시 경매에 나온 작품의 예상 감정가는 최대 97억 원이었다.

16억 원짜리 작품이 훼손됐는데도 감정가는 6배가 넘게 치솟았다.

뱅크시의 훼손된 작품이 다시 경매장에 나오자 현장의 열기는 뜨거워졌고, 최종 낙찰가는 무려 302억 원에 달했다.

파쇄기에 절반이 갈렸던 작품의 몸값이 오히려 19배나 뛴 것이다. 전 세계 미술사에 여전히 회자되는 역대급 사건이었다.

이른바 ‘파쇄 사건’이 여전히 회자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뱅크시가 ‘얼굴 없는 예술가’로 활동한다는 점도 있다.

뱅크시는 자신을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표현하면서도 대중에 얼굴을 드러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는 2005년 팔레스타인 분리 장벽에 평화의 의미를 담은 사다리, 천국의 이미지를 그려 넣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거리에 그려진 뱅크시의 작품들을 관객이 보면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그 자리에 멈춰서서 작품의 의도를 생각해보게 된다.

이러한 ‘되새김의 미학’을 가장 잘 활용한 화가가 뱅크시다.

영국의 한 박물관에 잠입해서 소를 사냥하는 원시인이 쇼핑하는 그림이 새겨진 돌을 아무도 몰래 진열하고 도망갔는데, 며칠 동안 알아차린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루브르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 뉴욕현대미술관에도 똑같은 행동을 했다고 고백하면서 미술계에 큰 혼란을 부추기기도 했다.

심지어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는 딱정벌레를 23일 동안 전시했는데, 이후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예술을 겉치레로 여기고 제대로 감상하지 않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한 행위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흥미로운 스토리가 얽히면서 영국인들은 ‘미켈란젤로보다 사랑하는 화가’로 뱅크시를 꼽았다. 이외에도 다양한 그의 스토리는 곧 영화를 통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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