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부자, 두산그룹 떠나
신당동에 컨설팅 회사 설립
사진전 개최, 봉사활동 참여도
회장 경력에 총리직 하마평
대기업 회장직을 내려놓으며 인생 2막을 시작한 재벌가가 있다. 두산그룹을 떠난 박용만 전 회장의 근황을 알아보자.
고(故)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 회장의 5남인 박용만은 지난해 11월 두산경영연구원 회장을 사임하고 두 아들인 박서원 전 오리콤 부사장, 박재원 전 두산중공업 상무와 함께 그룹을 떠났다. 같은 해 봄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내려왔다. 그는 39년 동안 두산그룹에서 몸담고 15년 가까이 회장님으로 살아왔다.
세 부자는 회사를 나오면서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을 통해 보유 주식 129만 6,163주(지분 7.84%)를 처분해 1,4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과 결별을 선언한 뒤 첫 행보로 컨설팅 법인을 세웠다. 지난 2월 그는 ‘벨스트리트파트너스 유한책임회사(Bell Street Partners LLC)’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0억 원으로 본사는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다. 대표업무집행자로 박 전 회장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사업 목적은 국내외 상장회사 및 비상장회사에 대한 경영 자문 및 사업 자문, 컨설팅업 등이라고 한다.
박 전 회장은 취미가 사진이라고 당당히 밝힐 정도로 마니아다. 재계에서 알아주는 사진작가다. 학창 시절 사진 기자를 꿈꾸기도 한 그는 회장 시절 상금 1억 원을 걸고 사진 공모전을 여러 차례 개최했다.
올 3월엔 젊은 시절에 못 이뤘던 꿈을 실현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갤러리에서 열린 ‘오! 라이카’ 2022 전시장에 박 전 회장의 작품이 전시됐다. 당시 아내 강신애 여사와 함께 전시장을 찾은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현재 박 전 회장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아침 일찍 동대문구 쪽방촌 주방으로 출근한다고 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 퇴임을 앞둔 2020년 11월 그가 건물을 사서 꾸민 일터다.
여기서 직접 반찬을 만들어 어르신들에게 배달한다. 금요일엔 서울 종로 노인급식소에서 급식 대신 나눠줄 대체식품을 포장한다고. 또, 국제 구호단체 ‘몰타기사단’ 한국지부를 이끄는 중이다.
박 전 회장은 2004년 친구가 다니는 보육원에 따라갔다가 ‘남을 돕는 기쁨’을 알게 됐다고 한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이기도 한 그는 2015년 천주교 단중독사목위원회를 통해 서울역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한 도시락 봉사를 나가면서 사회봉사에 큰 관심을 두게 됐다고 알려졌다.
한편, 이렇게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음에도 유혹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시절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군에 꼽혔다. 40여 년 활동한 기업인으로 민주당 인사들과 친분이 깊어 서울시장 선거 출마한다는 소문도 돌았다.
이에 박 전 회장은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그 정치라는 영역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며 의사도 없다”면서 “제가 할 일이 아닌 것 같다”고 못 박았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저희 집안에서 돌아가신 어른께서 ‘정치는 하지 말라’는 말씀도 계셨다”며 “저는 생각이 없다”고 정치에 관심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역시 고 박용만회장 자제들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