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실혼 사익편취 우려
공정위 “재벌 친족 범위 넓힐 것”
롯데·SK 등 재계 총수 긴장

모든 커플이 혼인신고를 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너무 사랑하는 한 부부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은 혼인신고는 하지 않아 법률상 혼인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사실상 혼인관계인 내연의 부부관계를 가진다.

이들의 관계를 동거와 헷갈릴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사실혼은 동거와 다소 다르다. 나름대로 이 둘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법적으로 ‘자녀의 유무와 양육 여부’, ‘주변인의 인지 여부’, ‘경제생활의 공동성’ 등이 있다.

그런데도 사실혼을 추구하는 이유는 서로가 부부가 아닌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사실혼의 사례는 꽤 많으며, 재벌가로 한정한다면 더욱 많아진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 회장은 1970년대 연예계 활동을 하던 서미경 씨와 사랑에 빠지는데, 이 둘은 공식적인 혼인을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로 남는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낳은 딸 신유미 씨가 신 회장의 호적에 올랐다. 부모는 혼인신고가 되어있지 않지만, 자식은 호적에 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다.

서미경 씨는 지난 2017년 롯데그룹 비리로 인해 35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며 세간에 화제가 됐다. 당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서미경 씨와 그 딸은 신 회장 일가 사람들 중 롯데홀딩스 지분의 6.8%를 보유하고 있었던 최대 주주였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혼 유사 사례는 SK 최태원 회장이다.

최 회장은 김희영 티앤씨 재단 대표와 사실혼 관계다. 티앤씨 재단은 2017년 최 회장이 20억 원을 들여 설립한 공익법인으로,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렇게 재벌이 ‘친족’이 되는 부부가 아니라 ‘법적으로 남남’이 되는 사실혼을 선호하는 이유는 법률상의 문제 때문이다.

사실혼 관계자가 친족으로 포함되는 순간 기업의 지분 관계와 거래 관계 등을 모두 상세하게 공시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법에서는 대기업으로 쏠리는 경제력을 막기 위해 기업 총수의 친족에게 각종 규제를 적용하고 있었다. 친족이 늘어날수록 관리해야 하는 범위가 늘어나기 때문에 굳이 부담을 지지 않아 왔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칼을 뽑아 들었다.

재벌 총수와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를 대기업집단의 규제 대상이 되는 친족 범위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다음 달 초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친족의 범위에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SK, 롯데그룹 등은 공정위의 발표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자녀 유무, 지분 보유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해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과거에서부터 우리나라의 친족 범위가 너무 넓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법률상 친족의 범위는 6촌으로 제한되는데, 미국 영국 등의 국가에서는 3촌 이내 등으로 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넓은 편이다.

이에 전문가는 “현행법상 사익편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의 범위를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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