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업소 폐업 58% 급증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거래 절벽 이어져
당분간 부동산 가뭄 이어질 듯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피해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곳은 부동산 중개업이었다. 부동산공인중개사무소 폐업이 최대치를 기록하며 동네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중개사무소 개업 건수는 1,249건이며 폐업 건수는 1,148건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부동산 중개사무소의 개업은 가장 적고, 폐업은 가장 많았다.
특히 폐업은 지난 5월 대비 6월에 58%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별로 봤을 때는 서울에서 폐업 건수가 314건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은 지난 5월에 비해 67%나 늘었다.
반대로 중개사무소 개업 건수는 지속적인 감소세에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중개사무소 개업 건수는 16,806건으로 2013년 이후 매우 적은 편에 속했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전망치는 이를 뛰어넘을 정도로 매우 적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이는 대내외 경기 침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업은 임차인과 임대인을 알선해 서로 원하는 거래를 성사하는 중개업을 통해 그 사이에서 보수를 받는다. 따라서 거래 자체가 없으면 돈을 아예 벌 수 없다.
그런데 ‘거래 없음’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분양 입주권 거래는 0건이었으며, 광진구와 중구에는 아파트가 단 1채도 팔리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
한국은행이 역대 초유의 빅스텝을 통해 금리를 0.5%p 인상하면서 대출이자가 높아졌고,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지금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대출 규제를 시작한 것도 화근이었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 자체의 상한선을 그어버렸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방지하고, 주택공급 정책을 통한 부동산 시장의 집값 안정 신호를 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 자체를 위축시킨 부작용을 낳은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향후 물가상승 예고까지 겹치자 부동산 시장이 삼중고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더불어 부동산 시장 악재는 정부가 서민들의 생계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실시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하’ 정책도 한몫했다는 평가도 있다.
종부세는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매기는 세금으로, 2019년부터 매년 5%p씩 인상돼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이를 다시 2019년 이전으로 되돌리겠다고 발표하자 집을 팔려는 사람도 세금 부담이 적어질 것을 예상해 시장에 매물이 내놓지 않는 상황이 겹쳤다.
마포구에 위치한 한 중개사무소는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니 개점휴업 신세를 면치 못하겠구나 싶었다”는 실상을 토로했다.
또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현 정부가 전 정부와 다른 정책을 취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기대심리조차 사그라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