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제과 기업, 해태그룹의 몰락
홈런볼·에이스·맛동산·부라보콘 탄생
문어발식 사업으로 경영난 직면
홈런볼, 맛동산, 연양갱 등 오랜 기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추억의 간식들이 있다. 이는 모두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한 기업이 만들어낸 제품인데, 그 이름은 바로 해태그룹이다.
1945년 세워진 해태그룹은 반세기 넘게 존속하면서 한때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재계 24위의 위치까지 올라갔지만, 일순간 잘못된 선택을 하면서 끝내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해태그룹의 시작점에는 창업주인 박병규 전 회장이 있다. 그는 일본 사람이 운영하던 나가오카 제과의 경리직원이었는데, 이후 민후식·신덕발·한달성과 함께 나카오카제과 용산 공장을 인수하면서 ‘해태제과합명회사’를 세웠다.
이후 해태제과합명회사는 광복 이후 한국전쟁으로 힘든 시기를 겪기도 했는데 이때 연양갱과 캐러멜을 만들어 위기를 넘겼다.
박병규 창업 회장은 이후 제과뿐만 아니라 음료 분야로도 진출했으며, 1960~70년대에는 해태산업, 메도골드코리아, 한국 산토리 등을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해태에서는 1978년 무역회사인 해태상사까지 설립하면서 제품을 수출해 해외시장 개척에 힘썼다.
이처럼 해태제과는 롯데제과와 함께 대형 제과업체로 이름을 각인했고, 창업주인 박병규 회장이 광주광역시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호남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해태그룹은 1982년 창단한 우리나라 세 번째 프로야구팀 ‘해태 타이거즈‘의 주인이 되면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
해태는 1960년대에는 국민 아이스크림인 ‘부라보콘’을, 1970년대에는 맛동산과 에이스, 샤브레, 누가바, 바밤바를, 1980년대에는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탄생한 홈런볼이라는 히트 제품을 만들어냈고 이 제품들은 수십 년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아왔다.
하지만 해태의 박건배 회장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식품업 비중을 줄이면서 사업다각화에 나섰고, 이후 신방전자를 해태전자로 바꾸고 미진공업사를 해태중공업에 바꾸면서 비식품 분야에 대한 포부를 드러냈다.
하지만 박건배 회장이 자신했던 전자와 중공업 진출은 오히려 지속적인 적자가 발생하면서 부채가 급증했고, 결국 1997년 IMF가 터지면서 해태전자와 해태중공업의 빚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고 2000년도에는 주력 계열사인 해태제과가 부도를 맞으며 해체 수순을 밟았다.
당시 식품 관련 계열사는 대부분 해태제과에 합병되었는데, 2005년 크라운제과가 이를 인수한 뒤 해태제과식품을 탄생시켰고, 이후 크라운제과를 크라운해태홀딩스로 전환하며 해태제과식품을 산하에 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