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 팔리는 그래픽카드
전월 대비 15%가량 하락
게이머들 드디어 웃고 있다
가상화폐 광풍이 몰아치면서 웃돈을 주고도 사기 힘들었던 물건이 현재 헐값에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그래픽카드다.
최근 그래픽카드 가격이 급격하게 내려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그래픽카드 가격은 지난달에 전월 대비 15%가량 하락했다.
일부 그래픽카드는 권장소비자가격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RTX3080 TI’는 권장소비자가격보다 200달러 저렴한 1,000달러(약 129만 원)에 구매 가능하다고.
‘RTX3090 TI’ 가격도 마찬가지다. 권장소비자가격이 2,000달러(한화 약 258만 원)였는데, 지난 15일 기준 200달러 떨어진 1,800달러(한화 약 232만 원)였다고 한다.
그래픽카드는 디지털 데이터를 영상 신호로 바꿔 모니터로 전송하는 장치다. 그래픽 작업을 더욱 빠르게 처리해준다. 3D 그래픽 게임을 하거나 고화질 동영상을 끊김이 없이 즐기기 위해선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필수적이다.
그래픽카드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보조해 컴퓨터 연산 처리 능력을 높일 때도 사용되는데, 이 연산 능력 때문에 몸값이 뛰고 있다.
가상화폐는 거래소를 통해 사고팔 수 있지만, 수학 문제를 풀 듯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려 암호화된 문제를 해결하면 일정량 얻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채굴’이라고 한다.
난도가 점점 높아지면서 채굴이 어려워지자 연산 능력이 뛰어난 고성능 그래픽카드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그래픽카드는 지난 2017년 가격 폭등에 이어 2020년과 지난해 가상화폐 ‘이더리움’ 채굴에 쓰이면서 또 치솟았다.
고성능 그래픽카드일수록 이더리움을 빠르게 채굴할 수 있다 보니 지난해 말 그래픽카드 가격은 연초보다 2배 정도 올랐다. 심지어 품귀 현상까지 벌어져 웃돈을 주고도 사기 힘들었다.
심할 때는 권장소비자가격 대비 최고 300% 이상 비싼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상화폐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그래픽카드 가격 하락이 함께 이어지는 모양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져 엔비디아가 러시아 내 그래픽카드 판매를 전면 중단하면서 물량이 한국,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풀림 점도 그래픽카드 가격 하락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상황 속 폭리를 기대하며 그래픽카드 물량을 확보했던 전자상가 업자들의 곡소리가 들리고 있다. 반면 게이머들은 웃고 있다고. 그래픽카드를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입장이 바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