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스포츠계 비리를 폭로하는 ‘미투’가 퍼지면서 그동안 가족, 친구 등 지인들도 몰랐던 국가대표 선수들의 고충이 세상에 밝혀졌습니다. 이에 대한 체육회와 체육단체 관계자들은 결의문을 발표했는데요. 스포츠계의 관행을 바꾸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죠.

다수의 국가대표 선수들은 인권 침해부터 선수 상금 및 후원금 횡령, 보조금 집행과 정산 부적정 등과 같은 일들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스포츠계의 내부를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열악한 경우가 많은데요. 관련된 여러 가지 사건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레전드’라 불리는 한 사건이 있습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는 현재까지도 화제가 되는 대한 양궁협회의 ‘레전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협회 측에서 양궁 선수들과 자원봉사자, 관람객들을 위해 자체적인 돈을 들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사건인데요. 인천시와 인천 아시안게임 조직 위원회가 미처 챙기지 못한 것들을 자발적으로 점검하고 보수한 것이죠.

당시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은 성화 점멸, 발권기 장애 등 허점이 많았습니다. 이에 양궁협회 측은 경기장을 보수해달라고 시·조직위에 수차례 지원 요청을 했는데요. 협회는 돌연 요청을 취소하고 자체적인 보수 공사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협회 관계자는 “시·조직위에 지원 요청을 해도 예산이 없었거나 공사를 시작하기까지 절차가 오래 걸렸을 것”이라고 자구책 마련 배경을 설명했죠.

대한 양궁협회 회장인 정의선은 개막 전 경기장을 찾아 점검에 나섰습니다. 그는 협회 임직원에게 경기장에 설치되지 않았던 가림막과 전광판 설치를 주문했는데요. 전 세계 언론에서 모이는 경기인 만큼 한국의 양궁과 국가 위신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죠. 이에 관중석에는 개막을 하루 앞둔 전날까지도 관중석 햇빛 차단을 위해 철골 구조물을 세우고 차광막 설치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또, 양궁 협회는 아시안게임 개막 이후에 계양 아시아드 양궁장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 및 운영요원 260인분의 도시락을 제공했습니다. 협회 관계자는 “조직위가 제공한 도시락을 직접 보니 먹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였고, 심지어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도 배달되는 등 형편없었다”라고 이유를 밝혔는데요. 협회는 조직위의 지원을 거부하고 고급 도시락을 별도로 지급했습니다.

사실 현대가와 양궁의 인연은 정몽구 회장보다 앞선 정주영 회장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양궁은 대한 궁도협회 안에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전두환 시절 서울 올림픽에서 기업마다 각 종목 단체장을 맡아달라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정주영은 당시 ‘활 쏘기’를 선택했습니다. 이후 1983년 국궁과 양궁이 단체가 따로 나뉘면서 정몽준 회장이 초대 회장으로 취임하게 됩니다.

정몽구는 2~5대 협회장으로 취임했는데요. 평소에도 양궁 경기를 좋아해 ‘정몽구 배 한국 양궁대회’도 개최했습니다. 그는 27년 동안 대한 양궁협회에 우수선수 발굴, 첨단 장비 개발에 이르기까지 300억 원 이상을 지원했었죠. 양궁 선수단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면 한식을 챙겨주고 맛있는 음식은 선수들에게 따로 포장해 보내는 등 아낌없는 지원을 보여줬습니다.

정의선은 2005년부터 9대 회장으로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는 2012 런던올림픽 때 직접 영국으로 날아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고려해 양궁장 근처 특급 호텔을 잡아주고 한국 식당에서 개당 약 7만 원의 도시락을 챙겼습니다. 또, 사기를 북돋기 위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에게 MP3 플레이어를, 2012년에는 뉴아이패드를 선물했죠.

이처럼 양궁 협회 회장은 대부분 현대자동차그룹사 회장, 부회장 출신입니다. 이에 따라 현대차 기술을 양궁에 적용하기도 했는데요. 2016년에는 화살에 자동차 내부 균열 여부를 분석하는 기술을 활용해 비파괴검사를 지원했습니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균열을 확인하기 위함이죠. 또한, 선수들에게 맞는 화살을 단기간에 골라내기 위한 ‘화살 분류 장비’를 제작했습니다.

이 외에도 2016 리우 올림픽 당시 선수들을 위해 치료 및 샤워시설을 갖춘 트레일러 휴게실과 한식 조리사를 초빙한 식당, 방탄차 등을 마련하며 ‘통 큰’ 지원을 아끼지 않았는데요. 현대그룹과 대한 양궁협회의 선수들을 향한 마음을 타 스포츠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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