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수익 높아도 자진 폐업 많아
코로나19에 장마까지 겹친 악재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
가장 힘든 건 높아지는 월세
직장인들의 단골 멘트죠. “회사 때려치우고 가게나 차릴까”라는 말은 유명합니다. 하루에 몇 번씩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라고 하는데요. 하지만 자영업도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라는 말도 있죠. 심지어 자영업은 퇴직자의 무덤이라는 말까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가 우리나라 근로자의 20% 이상을 차지하지만 3년 내 절반은 망한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월 수익이 1000만 원이 넘지만 자진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들도 많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상황에 이어 장마까지 겹쳐 자영업자들의 숨통은 트일 틈이 없다고 하는데요. 자영업자들이 자진 폐업을 하는 여러 가지 이유들을 꼬집어 봤습니다.
◎ 코로나에 이은 장마… 악재 겹쳐
충남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매일 한숨만 내쉬고 있습니다. 코로나와 장마까지 겹쳐 고깃집 하루 매출이 7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직장인 재택근무로 인해 점심 장사도 사라져 식당은 물론 술집 매출까지 반 토막이 났습니다.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의 상승, 주 52시간 근로제, 경기둔화로 힘든 나날들을 보내던 자영업자들은 예상치도 못한 코로나와 뒤이은 장마에 좌절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주말에 평균 8명 정도가 일할 만큼 장사가 잘 되었다는 대구의 한 음식점은 현재 아르바이트생들을 모두 자르고 부인과 둘이 식당을 운영한다고 전했습니다. 전국에 1100개의 회원사를 두고 있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매출이 30~50%가량 줄었다“며 “사람이 많이 몰린 지역에 있는 식당, 기존에 배달 영업을 하지 않은 자영업자일수록 타격이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
충북 청주에 편의점 점포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최근 운영하던 두 곳의 점포 중 하나를 처분하였습니다. 이유인즉슨 지속적인 인건비 상승 때문이었습니다. “말이 좋아 사장이지. 내 시급이 제일 낮다”며 하소연을 하였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경기 변화를 가장 먼저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월급을 받는 회사원들과는 달리 자영업자들은 다달이 또는 하루하루 집계되는 매출에 따라 경기 흐름을 민감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전국 자영업자들은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되자 반발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이미 인건비 지급 능력을 상실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시간과 인력 조절로 대응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한계에 맞닥뜨렸습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또다시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며 울분을 터트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영업자들은 임시 근로자 고용·산재 보험을 4대 보험과 분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험료 부담으로 인해 자영업에서 이를 도입하여 시행하기에는 불안 요소가 많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또한 자영업자들의 교육비, 의료비, 상가임차료 등의 세액공제 제도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가장 힘들게 하는 건 감당하기 힘든 월세
자영업자들은 폐업의 이유에는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어려운 건 월세라고 언급했습니다. 손님은 줄어가는데 대출이자에 월세에 하루하루가 막막하다는 심정을 전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은 배달이나 택시 기사 일을 병행하면서 월세를 막아가고 있습니다. pc방은 pc를 중고시장에 내다 파는 정도입니다.
오랜 기간 외식업계를 운영해왔던 자영업자 홍 씨는 이 같은 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는 “최저임금의 상승이 자영업자의 발목을 붙잡는 게 아니다”라고 거듭해서 강조했습니다. 월세 증가, 대기업의 골목상권 입점,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고 말했습니다. 세입자가 장사를 잘해서 상권이 발전하고 거리가 붐비면 건물주가 높은 폭의 월세 인상을 요구합니다. 이를 감당할 수 없는 세입자들은 아예 자영업을 접거나 다른 골목에서 새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 모든 걸 혼자 감당… 외로움도 한 몫해
자영업자들은 폐업의 또 다른 이유로 외로움을 꼽았습니다. 직원이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만 대부분 혼자서 업무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5년간 자영업을 해온 김 씨는 “정말 힘든 부분들을 누군가에게 나눌 시간,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기분과 공감해 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과 “휴일과 명절, 집안 행사도 없이 사니 사람 사는 게 맞나 싶을 때가 많다”라는 심정을 전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상처도 있었습니다. 몇 년간 믿고 의지했던 직원이 배신을 하거나 무단이탈을 하는 경우 사람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다고도 합니다. 또한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업 특성상 진상 손님을 대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속앓이를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래서 돈을 월 1000만 원 이상 버는 자영업자들도 돈보다는 사람이 그리워져 안타깝게도 잘 되던 사업을 스스로 접어버린다고 관계자들은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