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권 획득하려 미국 가는 한국인들
영토만 미국이면 시민권 얻을 수 있어···
‘시민권 프리 패스’ 얻으려 미군 자원하는 사람 늘어나
미국은 여전히 세계 1위 국가입니다. 경제적으로 충분히 여유롭다 보니 미국에서 살기를 원하는 이들도 많죠. 한국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에는 시민권을 얻기 위해 출산 직전 미국으로 떠나는 ‘원정 출산’이 큰 문제가 되기도 했었죠. 그런데 미국이 아니더라도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특별한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과연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요?
◎ 태어난 장소를 따르는 미국의 국적
우리나라는 태어난 장소에 상관없이 부모의 국적이 한국인이라면, 자녀 역시 한국 국적을 부여합니다. 이를 속인주의라고 하죠. 반면 미국은 속지주의를 따르고 있는데요. 한국과 달리 태어난 장소에 따라 국적을 부여합니다. 미국에서 출산했다면 부모의 국적에 상관없이 아이는 미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라도 미국령에 속하는 곳에서 출산을 한다면 시민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비행기에서 출산하는 경우인데요. 항공기 내부는 보통 목적지를 영토로 여겨,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출산하면 미국 시민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항공기가 미국 소유여도 미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죠. 미국 영공에 들어서 있을 때는 완전히 미국 영토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 치외법권 적용되는 곳에서도 시민권 인정받을 수 있을까?
한국이지만 외국인에게 국내법을 적용하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치외법권이 적용되기 때문인데요. 치외법권은 외국인이 체류 중인 곳의 국내법이 아닌, 자신의 국적에 따라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미군 부대와, 미국 대사관에서 치외법권이 적용되고 있죠.
특히 미군 부대의 경우 주소가 미국 지역으로 표기되어, 미국 영토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치외법권이 적용되기는 하지만 영토는 엄연히 우리나라 땅입니다. 따라서 미군 부대에서 출산을 해도 미국 영토가 아니기 때문에 시민권을 획득할 수 없죠. 미 군무부 역시 이 부분에 대해 ‘해외 미군 기지는 시민권 목적의 영토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대사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부모 중 한 사람이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면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미 이민국적법에 따르면 군인이나 공무원이 해외 파견 근무 중에 자녀를 얻으면, 미국에서 출산한 것과 동일하게 인정을 한다고 나와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월 29일부터 정책이 강화되어 자녀를 입양한 경우와 아이를 낳은 후 부모가 귀화한 경우, 그리고 거주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시민권자의 자녀에게는 특정 절차를 거쳐야만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고 합니다.
◎ 미군 자원하면 초고속으로 시민권 획득
복잡한 시민권을 ‘프리 패스’로 얻을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미군에 자원입대하는 건데요. 미국은 지난 2008년부터 외국인 특기자 모병 프로그램인 ‘매브니’(MAVNI)를 시행했습니다. 미군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여러 국가에 파병되기 때문에 이러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되었죠. 매브니 프로그램은 이런 외국어 특기자에게 미군 입대 자격을 주고, 10주간의 훈련 기간을 거치게 합니다. 이 과정이 모두 끝나면 바로 시민권을 부여하죠. 영주권 절차도 거치지 않습니다.
미군이 되면 받는 월급도 일반 직장인에 비해 많습니다. 한국인 유학생들은 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매브니 프로그램에 몰려들기도 했죠. 미 국방부가 한국인 지원자 수에 제한을 둘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서 매브니 프로그램은 사실상 중단되었습니다. 2017년에도 시행은 되었으나 한, 중, 일 언어권 출신자는 입대 제한을 두었죠. 중단 전에 입대했던 이들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군에 남아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시민권 획득은 한국인으로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하루빨리 시민권을 얻고자 이러한 방법들을 찾아 다니는 이들도 많죠. 그러나 편법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됩니다. 악용한다면 시민권을 아예 얻지 못할 수도 있죠. 그러니 꼭 정당한 방법으로 시민권을 얻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