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 나선 전국 간호사들
간호법 제정 촉구 시위 나서
보건의료계 직군은 반대 목소리
전국 시도간호사회장들이 삭발식을 진행하는 등 연말 의료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간호법과 관련된 논란인데 간호사를 제외한 보건의료계 직군은 간호법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간호사와 예비간호사, 간호법 제정 촉구 범국민운동본부 단체 소속 1,000여 명은 지난달 3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각각 수요 집회를 열고 간호법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대선공약으로 국민께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 간호법 제정은 대선공약으로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인 만큼 그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3차례나 간호법 상정을 거부했다. 올해 정기국회 내 여야 대선 공통 공약인 간호법 제정이 대선 공통 공약 추진단을 통해서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광역시간호사회 이경리 회장도 간호법 제정 촉구 호소문을 통해 “간호법은 국민과 약속인 대선공약이었고, 여야 모두가 제정을 약속한 법안이다. 정치에 있어서 신의를 지키는 것은 중요한 덕목으로, 공약이란 국민과 약속을 지켜달라”고 밝혔다.
부산광역시간호사회 황지원 회장은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간호법 제정을 약속했다. 늦었지만 여야 공통 공약 추진단을 통해 올해 정기국회 내 반드시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 국민 곁에 남고 싶다는 간호사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듣고, 조속히 간호법 제정에 나서달라”고 했다.
특히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서는 간호법 제정의 절박함을 여당에 호소하기 위해 전국 시도간호사회장들의 삭발식이 진행됐다.
앞서 신경림 회장을 비롯한 임원진 13명은 지난달 21일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 5만여 명이 모여 진행한 간호법 제정 총궐기대회에서 간호법 제정의 절박함을 삭발로 호소한 바 있다.
간호계가 대통령 집무실 앞을 집회 장소로 선택한 것은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간호법 제정 촉구 수위를 최대로 끌어올린 셈이다.
반면 간호사를 제외한 보건의료계 직군은 간호법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꾸려진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저지를 위한 총궐기대회’를 열었는데, 참여한 인원이 6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었다.
간호법 규탄 수위도 어느 때 보다 높았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간호계는 간호계 내부에 만연한 ‘태움’과 같은 악습은 방관한 채 간호사의 권익 보장은커녕 자신들의 이익만을 주장하고 있다”며 간호계를 비판했다.
간호계와 야당 보건복지위 의원들이 올해 정기국회 종료일인 오는 9일 전까지 간호법을 처리하기 위해 나서자, 나머지 보건의료계 직군들도 목소리를 높이며 양측 갈등이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한편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조항을 떼어내 ‘간호사 업무 범위 명확화’, ‘적정 간호사 확보와 배치 처우 개선’, ‘간호종합계획 수립 및 실태조사’, ‘기본지침 제정 및 재원 확보 방안 마련’ 등의 내용을 담은 법이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크게 확대된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고, 이에 맞는 근무 환경을 마련할 때 의사 중심으로 만들어진 의료법 테두리 안에서는 힘들다는 게 간호계의 입장이다.
그러나 의사를 비롯한 다른 직군들은 현행 의료법상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돼 있는 업무 범위가 간호법을 통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바뀌면 간호사 업무 범위 확대와 추후 관련법 개정 등으로 간호사 단독개원도 가능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