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채굴 장비 ‘헐값’
지난해보다 77% 낮은 가격
기준금리 인상 후 본격화
가상화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한때 구하기 쉽지 않았던 채굴 장비들이 무더기로 시장에 풀리고 있다고 한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트코인 채굴 장비가 헐값에 팔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 채굴 자료 분석업체인 룩소르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현재 가장 효율적인 비트코인 채굴기 가격은 지난해보다 77%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채굴기의 매입가는 채굴기 성능을 나타내는 단위인 100 테라해시(TH/s)당 24달러(약 3만 3,000원)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같은 기기가 106달러(약 14만 9,000원)에 팔렸다.
채굴업체 아르고 블록체인은 아직 포장을 뜯지도 않은 채굴기 3,800대를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대형 가상화폐 채굴업체 코어 사이언티픽도 연말에 현금이 고갈돼 채굴기 등 장비 대금을 지급하지 못할 수 있다고 최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채굴기 헐값 판매는 미국을 비롯, 주요국이 물가를 잡으려고 긴축 통화정책을 펴면서 본격화됐다고.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네 차례나 연속 단행했다. 이 여파로 시중에 돈이 줄어 위험자산 선호는 줄었고, 다른 위험자산보다 변동성이 훨씬 큰 가상화폐 분야의 타격이 커진 것이다.
최근 가상화폐의 대장주 격인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고점 대비 70%가량 하락한 상황이다. 스트롱홀드디지털마이닝, 테라울프, 라이엇블록체인 등 암호화폐 채굴업체들의 주가는 올해 들어 각각 94%, 93%, 74% 떨어졌다.
이 때문에 가상화폐 호황기 시절 수억 달러를 투자해 채굴기를 사들였던 가상화폐 채굴업체는 장비를 급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룩소르 테크놀로지의 이선 베라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장비 시장이 포화 상태라면서 “팔려는 사람들만 있을 뿐 사려는 이들을 찾기 힘들다”고 했다.
한편 미국 나스닥 상장 자산운용사 US글로벌인베스터의 프랭크 홈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 채굴자가 버틸 수 있는 가격 임계점은 1만 2,000달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에서 채굴자들의 비트코인 채굴 손익분기점은 1만 2,000달러다. 만약 비트코인이 1만 2,000달러까지 내려간다면 채굴장을 운영하는 대형 채굴업체들이 먼저 문을 닫고 이후 일반 채굴자들도 채굴기 작동을 멈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