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 부정승차 113건 적발
출발 후 환불 악용 사례
타지도 않을 자리 18억 원어치
타지도 않을 열차의 표를 수십, 수백 장 예매하는 사람이 있다? 듣기엔 터무니없는 소리이지만, 실제로 엄청난 금액의 열차표를 구매한 사람들이 숨어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구매 이유는 올바르지 않았다.
고속철도 SRT 운영사 SR(에스알)은 최근 SRT 열차에서 특별기동 검표단을 운영하며 부정승차 113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적발된 부정승차 건은 무임승차, 화장실 등에 숨는 검표 회피 등의 내용이었는데, 그중 열차 출발 후 환불할 수 있는 제도를 악용한 사례가 눈에 띈다.
SR이 지난 5년간 환불자 명단을 뽑아봤더니, 열차표를 18억 7,000만 원어치 샀다가 나중에 전부 환불한 사람이 있었다. 매달 표를 몇백 장씩 샀다가 다음 달에 취소하는 식으로, 모두 2만 5,000 장을 샀다가 취소하는 바람에 다른 승객들이 제때 열차를 타지 못하게 막은 셈이다.
특히 설을 코앞에 둔 1월과, 휴가가 시작되는 6~7월, 여행객이 몰리는 연말에 몇천만 원어치를 끊었다 환불했다. 이런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올해도 8월까지 억 단위로 표를 사 놓고 전액이나 대부분 취소한 사람들만 10명, 표는 7만 5,000장에 달했다.
SR은 이들이 카드사에서 포인트나 현금으로 돌려받는 돈을 노린 것으로 분석했다. 카드사들이 고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서 쓴 돈의 일부를 무제한으로 돌려주는 상품을 만들었는데, 이걸 최대로 오남용한 것이라고.
취소에 따른 수수료는 총 3,400원에 불과했다. 사재기 식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이용자가 없으면 환불 처리해도 손실이 전무한 셈이다.
이에 SR은 분기별이나 월별로 발매매수 및 반환율이 높은 의심 회원이 로그인 시 자동으로 팝업 주의문을 통해 경고하도록 할 계획이라 밝혔다. 단계별로 주의-경고-강제탈퇴시키기로 했다. 많은 매수를 예약하고 반환율이 100% 가까운 회원, 이를 반복하는 회원은 주의 조치 없이 경고나 퇴출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곧 시스템 개발 협의하고 11월 중에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거쳐 대국민 사전 공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러니 열차표 없지”, “얌체짓이다 못해 불법 저지른 사람한테 손해배상 때려라”, “카드사도 문제 있는데? 저 액수를 보고도 가만히 있었나?”, “벌금 크게 청구하고 블랙리스트로 예매 안되게 막아라”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SR은 지난해 상반기 148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감독 소홀에 더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SRT 이용객 수는 1,767만 4,000명으로,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606만 2,000명 보다 10% 증가했으나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는 회복되지 못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임에도 최근엔 일부 간부급 직원들에게 회사 비용으로 임차한 ‘공짜 숙소’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비판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