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2010년 초반까지 번화가에서 자주 보였던 훼미리마트를 기억하시나요? 아직까지도 훼미리마트에서 팔던 슬러시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많은데요. 훼미리마트는 국내 가장 많은 점포가 있던 편의점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점포가 사라지더니 현재 국내에서는 훼미리마트를 아예 찾아볼 수 없는데요. 사실, 지금의 CU가 바로 과거 훼미리마트입니다. 훼미리마트와 CU,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2012년 당시 보광그룹 대표였던 홍석조는 약 22년 동안 이어왔던 훼미리마트 대신 CU, 회사명은 BGF리테일로 변경했습니다. 훼미리마트가 국내 최대 편의점 규모였던 만큼,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 주변 지인들까지 만류했는데요.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으나 업계 전문가는 일본 기업 이미지를 버리고 국내에서 친근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홍 대표의 선택이었다고 분석한 바 있죠. 과거, 홍대표는 일본과의 제휴 덕분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홍 대표는 CU 출범에도 일본과의 지분 관계는 유지하며 전략적인 파트너 관계를 유지했는데요. 일각에서 일본 측의 매입설이 나오자 “자금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업계 전문가는 CU 출범과 관련해 ”가맹점주들의 운영 효율성을 위해 독자 브랜드로 나서게 됐다고 해석 가능하며 독자경영에 따른 모든 책임과 과실을 점유하겠다는 의지도 내포돼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죠.

CU는 ‘당신을 위한 편의점’이라는 ‘CVS for U’의 약자로 ‘See you’의 중의적 표현을 겨냥한 의미입니다. 취임 후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았던 홍 대표는 5년 만에 “새로운 독자 브랜드 CU를 통해 21세기 한국형 편의점을 정착시키겠다. 매출 10조 원의 종합유통회사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했습니다.

홍 대표는 브랜드의 변화로 발생하는 리모델링과 새로운 간판 등도 본사에서 100% 지원한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훼미리마트 점포 수는 약 7230개였는데요. 홍 대표는 이 같은 규모에 자신감을 얻어 국내 새 사업을 도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BGF리테일은 이 같은 결정 후 속전속결로 ‘21세기 한국형 편의점’ 모델 적용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전체 훼미리마트 가운데 약 290곳의 가맹점주들은 반발에 나섰습니다. 이에 BGF리테일도 크게 당황했는데요. 기존 가맹점주가 CU 변경을 거부하고 경쟁사로 넘어갈 시 업계 순위 변동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당시 경쟁사 GS리테일과의 점포 수 차이는 불과 700곳이었습니다.

가맹점주들은 본부가 어떤 식으로 변하고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가장 중요한 로열티 배분 안내도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죠. 이들의 요구 사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습니다. 첫째, 브랜드 변경을 가맹점주의 동의 없이 추진한 만큼 영업표지권에 대한 계약 위반의 책임과 둘째, 간판 교체로 매출 타격이 우려되는 만큼 조건 없는 계약 해지입니다.

결국, 이들 중 한 가맹점주는 2013년 본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습니다. 앞서 2005년 LG25가 상호를 GS25로 변경한 것을 반발한 일부 점주들의 소송에 법원이 점주의 손을 들어줘 520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도 있었죠. 하지만 결론적으로 법원은 CU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해당 가맹점주가 이미 인테리어와 간판을 바꿔 운영 중이므로 임의적인 동의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죠.

모두의 우려처럼 2013년 CU 편의점의 매출 성장률은 디뎠습니다. 비록 매출은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지만 영업 이익은 30% 줄어들었죠. 다만, 리모델링이나 간판 교체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는 괜찮은 실적이었는데요. BGF리테일의 2012년 매출은 2조 8571억 9226만 원으로 지난해 2조 5137억 6334만 원 보다 13.7% 늘어났습니다. 대신 영업 이익은 928억 원에서 599억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로써 당시 1위를 달리고 있던 CU는 매장 수와 영업 이익에서 GS25에 밀리게 됐습니다.

기존 훼미리마트 가맹점주들의 근심은 늘었지만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2015년 기준 BGF리테일의 매출액이 전년 같은 시기 대비 28.7% 증가한 4조 3343억 원, 영업이익은 47.9% 늘어난 183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홍 대표는 취임 5년 만에 9000호점을 돌파했으며 2016년에는 점포가 1만 개를 넘는 성과를 달성했죠.

이 같은 성공 배경에는 홍 대표의 적극적인 관여가 한몫했는데요. 그는 ‘혁신 경영’을 앞세우며 편의점에서 나오는 도시락 제품의 맛을 일일이 보며 품질을 체크했습니다. 즉, CU의 자체적인 브랜드 역량 강화에 집중한 것이죠. 그는 도시락을 필두로 자체 개발 상품을 위해 편의점 업계 최초로 ‘상품연구소’를 선보였습니다. 또, 주 1회 임원들과 도시락 식사를 하며 더 나은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했습니다. 특히, 백종원과 콜라보로 출시한 ‘집 밥 품질의 도시락’은 2주 만에 100만 개 이상 팔렸습니다.

CU는 2017년 로고를 변경해 한 번 더 간판을 교체한 적이 있습니다. 독자적인 출범 후 5년 만에 바꿨는데요. 이에 CU는 간판과 함께 컵, 비닐봉지, 영수증 등도 함께 교체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CU가 자체적인 브랜드를 강조해 해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는데요. 실제로 CU는 로고 변경과 비슷한 시기에 이란 테헤란에 1호 점포를 내는 등 글로벌 시장 개척을 시작했습니다.

2018년 GS리테일도 이 같은 변화를 노려 홍콩 사업장과 13년 동안 이어온 ‘왓슨스’를 탈피하고 ‘랄라블라’라는 자체 개발 브랜드를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랄라블라는 적자폭이 더 커져가고 있는 상황인데요. 2017년 180억 원의 영업적자에서 2018년에는 100억 원이 더 늘기도 했죠. 업계 전문가들은 랄라블라를 두고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인테리어나 뷰티-헬스의 균형을 이룬 것은 좋았으나 이미 형성돼있는 H&B 스토어와 차별화된 점이 부족한 것입니다.

또한, 브랜드 자체적으로 간판이나 로고를 변경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로고는 브랜드의 첫인상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인데요. 기아차는 2021년부터 새로운 로고를 선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기아차의 로고는 자동차 전체 디자인에 해가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었죠. 이에 기아차는 로고의 변화를 통한 마케팅을 결정한 것입니다. 해외에 전시장이 있는 글로벌 사업인 만큼 각종 CI 변경 비용 역시 수 천억 원이 들죠. 전문가들은 기아차 로고 변경에 대해 “로고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와 스토리를 새롭게 담는다는 의미에 집중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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