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社, 대만 TSMC 41억$ 투자
TSMC 주가 하락, 이점 작용
반도체 위탁산업 전망
‘투자의 신’ 워렌 버핏은 평소 기술주에 관심이 없고 식품·에너지·금융 등 생활 필수 부문과 연계된 기업들에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엔 기술주에 속하는 한 회사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기업 삼성전자의 라이벌인 곳이라고 해 전 세계 증권가의 관심이 쏠렸다.
워렌 버핏이 이끄는 투자사 ‘버크셔 해서웨이’는 최근 대만의 반도체 제조사 ‘TSMC’의 지분을 41억 달러, 한화로 약 5조 4,000억 원 규모로 매입한 사실을 발표했다. 가치주 마니아로서 그동안 기술주 투자에 인색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경우라 증권가에서 큰 이슈가 됐다.
TSMC는 고객의 주문대로 반도체를 만들어주는 ‘파운드리(제조)’ 업체로 애플, AMD 등의 주문을 독식하며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 1위 자리에 올라섰다. 올해 1분기 시장 점유율 53.6%로, 2위 삼성전자는 16%에 불과하다.
그러나 올해 TSMC의 주가 하락 폭은 역대 최악이었다. 대만 증시에서 12개월 고점 대비 하락 폭이 2008년 금융위기 수준만큼 컸다. 주가이익비율(PER)은 평균 19배를 유지하다 11배까지 대폭 떨어졌다. 매출과 이익이 계속 성장하고 있는데 PER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달리 말해 주가가 엄청 싸졌다는 것을 뜻한다.
증권 전문가는 워렌 버핏이 이러한 TSMC 주가 상황을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투자사가 매입을 발표한 다음날, TSMC의 주가는 대만 증시에서 8% 이상 상승했다. TSMC 측은 여기에 “우리는 TSMC 주식을 사거나 보유하려는 모든 투자자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버핏은 왜 TSMC에 투자했을까? 전문가들은 “워렌 버핏이 이제는 삶의 모든 영역에서 TSMC의 반도체 없이는 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TSMC가 5G, 인공지능, 고성능 컴퓨팅,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가질 최적의 위치에 있다”고 본다.
투자처로 삼성전자를 택하지 않았던 건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아닌 TSMC가 ‘경제적 해자’를 갖춘 기업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6%로, TSMC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당분간 실적 전망도 어둡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특히 D랩 시장의 위축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난 여름,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성장률을 8.2%로 지난 6월 전망치인 18.7%에서 대폭 낮췄다. 반면 파운드리가 속한 비메모리 반도체는 올해 24.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전쟁이 한창이다.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가 중국군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런 위기 때문에 증권 분석가들은 지난 2월부터 TSMC의 목표 주가를 약 30% 하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