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계하고 숙제 내준 교육직원
신입 사원이 노동 당국에 신고
어떤 판결 돌아왔는지 살펴보니
직장은 위계질서가 뚜렷한 곳으로,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적절한 대응을 취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에 지난 2019년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정신적 피해를 주는 행위를 근로기준법상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괴롭힘’이라는 것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적정범위라는 기준이 다소 모호한 면이 있어 특정 행위가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판단 짓기 매우 어렵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자료를 살펴보면, 2022년 8월까지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2만 건이 넘었으나 이 중 80% 이상이 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렇게 직장 내 괴롭힘의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사연이 전해지며 이것이 직장 괴롭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는 중이다.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올해 A씨는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콜센터 직원으로 입사했는데, 신입사원 교육을 이수하던 도중 그만 졸고 말았다. 이를 목격한 교육담당자는 학창 시절의 선생님처럼 A씨를 훈계했다.
교육담당자는 A씨에게 졸지 말고, 뒤에 서서 수업을 들으라고 했다. 이에 A씨는 교육담당자가 자신을 직원이 아닌, 학생으로 취급한다는 느낌이 들어 불쾌감을 느꼈다. 그리고 교육담당자가 A씨를 학생처럼 다룬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A씨는 업무테스트에서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이 때문에 교육담당자와 그리고 콜센터 상사로부터 강도 높은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심지어 교육직원은 A씨에게 업무에 대한 숙제를 내주기도 했다.
A씨는 회사가 마치 학창 시절에 선생님이 학생을 대하는 것처럼, 훈육하고 또 숙제까지 내주자 매우 강한 불쾌감을 느꼈다. 이에 사내 게시판에 자신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글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한국전기안전공사는 A씨의 불만 제기를 받아들였고, 이에 따라 교육담당자에게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이에 이어 A씨는 노동 당국에도 구제를 신청했다. 과연 이 사건을 맡게 된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A씨의 손을 들어줬을까?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A씨가 문제로 삼은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교육담당직원들의 행위는 괴롭힘이 아니라, A씨의 업무 능력을 높이기 위한 행동으로 바라본 것이다. 노동 당국은 교육담당 직원이 강의 중에 졸던 A씨를 제재하고 뒤에 서서 강의에 집중하도록 한 것을 괴롭힘이 아닌 교육담당자의 책무로 바라봤다.
이러한 판결이 나오면서 교육직원이 A씨에게 한 행동들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 아니면 교육담당자의 책무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누리꾼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요즘 학교에서도 저렇게 하면 인권침해로 취급된다는 등 A씨를 지지하는 글도 있었다. 그러나 의외로 누리꾼들은 A씨의 입장보다는, 교육담당자의 편에 섰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는 ”이게 괴롭힘이라고?“, ”저 정도 기본도 안 갖추고“, ”기사 내용 그대로라면 신입이 교육 직원을 괴롭히는 것“, ”요즘은 이런 것도 문제가 되나“ 등이 있었다. 이렇게, 다소 기준이 정확하지 않은 ‘직장 내 괴롭힘’ 문제. 과연 그 당사자가 되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먼저 회사에 신고한 후 사내의 처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10인 이상의 회사라면 취업규칙에 괴롭힘 발생에 대한 조치사항을 의무적으로 마련하게 돼 있다. 만약 회사가 사건에 대한 조사를 착수하지 않는 경우, 500만 원의 과태료를 지불해야 한다.
더 나아가 회사 주소지 관할의 노동청에 신고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자료는 ‘고용노동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상담이 필요한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상담센터(☎1522-9000)’를, 심리 치유가 필요한 경우 ‘직업트라우마센터(☎1588–6497)’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