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 테크의 양대 축, D2SF와 카카오벤처스

스타트업 투자자로 유명한 국내 빅 테크의 양대 축, 네이버 D2SF와 카카오벤처스는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꾸준히 투자 활동을 이어나가는 중이다. 지금까지 투자한 곳은 총 300여 곳에 이르며, 올해 상반기에만 합쳐서 39곳에 투자를 완료했다. 네이버 D2SF와 카카오벤처스가 각각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면 양사의 선호하는 기술이나, 혹은 투자를 통해 그리는 ‘빅 픽처’에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의 포트폴리오 투자사를 한번 분석해 보고자 한다.

네이버 D2SF

▼ 개발자를 위한, 개발자에 의한 스타트업 팩토리
네이버 D2SF(D2 Startup Factory)는 2015년 출범 이후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D2, 즉 ‘for Developers, by Developers’, ‘개발자를 위한, 개발자에 의한’의 의미답게 네이버의 내부 조직으로 커지며 주 관심사를 기술 스타트업에 두었다. 네이버 측은 “AI, 로보틱스, 자율주행, 헬스케어, AR, VR, loT 등 다양한 기술 분야에서 엄청난 속도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술 스타트업이 어려움을 겪는다”며, “기술의 가치와 가능성에 주목해, 뛰어난 기술력으로 이용자 가치를 실현하는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 네이버와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D2SF
D2SF는 2015년 8월부터 2022년 3월까지 6년 5개월 동안 87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대부분 시드 투자 단계에 참여하여 투자금액은 10억 원 이하였고, 네이버는 투자 원칙 자체가 네이버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주요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이었기에 현재 투자한 스타트업의 절반 정도가 네이버와 바로 협업이 가능하다고 한다. 실제로, 투자했던 스타트업의 70% 이상이 네이버와 협력하거나 협력을 논의 중인데, 모라이(자율주행 스타트업) 같은 경우도 네이버의 기술 전문 자회사인 네이버랩스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율주행 시뮬레이터를 구축했으며, 네이버랩스 또한 이를 활용해 고도화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네이버와 협력하던 중 네이버가 투자를 넘어 인수까지 나선 경우도 있었다. 비닷두(서울대 석/박사 출신들이 설립한 컴퓨터 비전 분야의 AI 스타트업)가 그 예시로 네이버에 인수되어 네이버 웹툰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웹툰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는 어쩌면 네이버 측에서는 부족한 우수 개발 인력을 확보하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 네이버 D2SF, 투자의 중심은 과연 어디인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그 회사의 관심 분야, 혹은 보강하려는 분야나 미래 성장 동력 등을 엿볼 수 있다. D2SF가 지금까지 투자한 총 87개의 스타트업을 분석해보면, 총 18개(20.6%)라는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 분야는 헬스케어이다. 이 분야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분야였으나, 지난해 초 네이버가 로봇수술 전문가 나군호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교수를 헬스케어연구소장으로 영입하면서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는 AI 스타트업이 17개 (19.5%)를 차지했다. AI 산업은 최근까지도 네이버 D2SF가 신규 투자한 영역(스퀴즈비츠, 젠젠AI 등)으로, 최근 다양한 산업분야에서는 AI를 폭넓게 활용하고 있고, 효율적으로 AI 성능을 극대화하는 것이 주목받고 있기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네이버의 연구개발의 핵심 또한 AI이기에 네이버 역시 2015년 출범 이후에 줄곧 AI 분야에서 다양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세 번째로 D2SF가 가장 많이 투자한 스타트업 영역은 소프트웨어이다. 총 12개로 13.7%를 차지했는데, 마키나락스(제조업 특화 데이터 분석 솔루션), 엔비져블(어린이 대상 인터랙티브 콘텐츠), 썸 테크놀로지(기업 내 비정형 데이터 분석 및 검색 솔루션), 웰시콘(금융, 건강 데이터 융합 분석 솔루션) 등이 포함되어 있다.

자율주행 및 로봇 분야의 스타트업 역시 네이버랩스의 주요 사업이기 때문에 꽤 많은 투자를 진행했는데, 로플랫, 아이데카, 폴라리언트, 모빌테크, 모라이, 뷰런테크놀러지 등 6개의 자율주행 스타트업과 클로봇, 세이프틱스, 와이닷츠, 로보아르테 등 4개의 로봇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총 10개, 11.4%). 이 외에도 네이버의 캐시카우인 커머스 분야와 관련된 스타트업이 7곳 (8.0%)이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분야인 메타버스 스타트업도 5곳 (5.7%)에 투자했다.

▼ D2SF가 올해 투자한 곳은?
D2SF가 올해 투자한 곳은 온더룩(패션 콘텐츠), 유니드컴즈(이커머스 운영 자동화), 마이프렌차이즈(온라인 창업) 등 대부분 커머스 기업이었다. 이는 커머스 분야를 필두로 사업을 다각화하겠다는 네이버의 의지가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커머스 사업의 성장을 강조하며, 해당 사업의 이익을 기존 검색 사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콘텐츠 분야로의 투자 역시 두드러졌다. 요즘 뜨고 있는 메타버스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D2SF가 지난 4월에 투자한 리빌더AI가 대표적이다. 리빌더AI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물체나 공간을 찍기만 하면 3분 이내에 3D 모델로 변환시켜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여러 분야에서 AI가 핵심 경쟁력이기에, 앞으로 D2SF는 AI 성능 향상을 위한 AI 기술을 개발 중인 스타트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카카오벤처스

▼ 네이버보다 먼저 투자를 시작한 카카오벤처스
2012년 카카오의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의장에 의해 케이큐브(K-Cube)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카카오 스타트업 투자 전문 자회사는 네이버보다 먼저 투자를 시작했다. 2018년 케이큐브 벤처스가 지금의 카카오벤처스가 되었고, 그의 개인기만으로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껴 카카오벤처스를 설립한 만큼, 설립 이후에는 아이디어가 좋은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를 하기도 하고, 자신을 포함한 정보기술 업계의 인맥을 총동원해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했다.

▼ 카카오벤처스만의 투자 철학은?
카카오벤처스는 투자 대상 기업을 고를 때 창업자의 됨됨이를 가장 많이 따진다고 한다. 케이큐브 설립 초기의 임대표 역시 “특출나고 끈기 있는 창업자는 실패하더라도 다음에 뭔가를 분명히 만들 수 있는 확신을 준다”며, 이어 “인류를 좀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서비스와 제품을 내놓겠다는 창업자를 선호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까지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총 210개 이상이며, 네이버 D2SF와 비슷하게 상당수가 시드 투자 단계에 참여하여 투자 규모가 대부분 10억 원 이하였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른 점은 투자 기준이다. D2SF는 자사의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는 한편, 카카오벤처스는 스타트업 자체의 성장성에 먼저 주목한다. 물론 카카오 역시 기존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도 함께 투자 대상으로 삼고 있긴 하지만, ‘창업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며, 투자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카카오만의 철학을 바탕으로 IT와 소프트웨어로 사회의 문제를 혁신하는 초기 스타트업에 관심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 첫 투자부터 대박터진 카카오벤처스
카카오벤처스는 첫 투자부터 대박을 터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들이 처음 투자한 회사는 프로그램스였다. 당시 첫 투자가 이루어졌을 2012년에는 제품도, 서비스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투자 직후 지금 수백만 명이 사용하는 영화 추천 인기 앱 왓챠를 선보이며, 카카오벤처스만의 안목을 인증했다. 또한, 설립한 첫해 넵튠이라는 게임 개발사에 투자했는데, 이 회사가 큰 인기를 얻으며 2020년에 카카오의 게임 자회사인 카카오게임즈가 인수하기도 했다.

▼ 카카오벤처스의 투자 중심은 어디인가?
지금까지 카카오가 투자한 공개된 128개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분야는 39개 (30.4%)의 선진 기술 분야 스타트업이다. 대표적인 곳이 2020년에 투자한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으로, 지난해 12월 세계에서 처리 속도가 가장 빠른 파이낸스 AI 반도체를 선보인 바 있다. 이는 그들이 설립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나온 성과이다.

카카오벤처스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12개)와 게임(5개)도 존재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중에서는 루닛(의료 AI 영상진단 스타트업)이 대표적으로,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2019년 이후 3년 연속 ‘디지털 헬스 150’에 선정되며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카카오벤처스는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 분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사업의 핵심 역량을 갖춘 팀이라고 판단되면 창업 직후 초기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향후에도 소프트웨어 주도의 혁신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되며 다양한 기존, 신생 산업에서 활약할 극초기 팀에 투자하는 것이 카카오벤처스의 투자 방향성”이라고 말했다.

▼ 발전 가능성을 보는 카카오벤처스
더 나아가, 기술 스타트업에 집중하는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좋은 아이디어나 기술력, 인프라를 보유했다면 사업 분야를 크게 가리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카카오 관계자는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 인프라를 보유한 스타트업과 벤처에는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고 손을 잡는 시도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투자뿐 아니라 적재적소에 실질적인 업무 리소스를 지원하고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등 파트너가 도움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동반자로서 더 나은 미래가 오기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카카오, 양사의 공통분모

비록 네이버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에 방점을 두고 커머스와 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으나, 카카오는 스타트업 자체의 성장성에 주목하며 투자한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긴 하지만, 양사가 함께 투자하는 스타트업도 증가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달 AI 기반의 에듀테크 스타트업 아티피셜소사이어티에 나란히 투자했다. 이는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영상과 이미지를 AR에서 구현 가능한 3D 콘텐츠로 변환하는 서비스로, 가구, 식품, 패션 등 다양한 산업 군에서 여러 고객사를 확보했다. 지난해에는 물류창고용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플로틱에서 함께 시드 투자를 진행했다. 플로틱은 로봇의 자율주행 이동 기술과 여러 로봇을 관제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으며, 사진과 영상을 3D 이미지로 빠르게 변환해 AR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강점인 AR 스타트업 리콘랩스도 지난해 카카오와 네이버 등으로부터 시드 단계 투자를 받았다.

이렇듯 네이버와 카카오의 중복 투자 사례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양사 모두 확장성이 강한 플랫폼 기업 특성상 스타트업과의 협력적 생태계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분모이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양사는 유망 스타트업의 인재 확보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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