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비롯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국의 수많은 자영업자의 얼굴에선 한동안 인상이 펴지지 않고 있는데요. 더는 적자를 보며 영업을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서 문 닫는 가게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새롭게 문을 연 가게 100만 곳 가운데 40%는 1년도 채 못 버티고 폐업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요. 전국의 1770여 개 매장을 둔 더본코리아의 대표 백종원 씨를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매장 역시 이제 더는 갈 수 없게 됐다고 합니다.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23년 만에 문을 닫게 된 것인데요. 해당 가게가 얼마의 매물로 나왔는지를 비롯해 한때 백종원 거리로 불렸던 이곳의 현 상황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한신포차 1
호점이 들어선 서울 강남구 논현동 2층짜리 건물이 최근 350억원에 매물로 나왔는데요. 대지면적이 590제곱미터에 달하는 해당 건물은 평당 가격이 2
억원에 육박합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인근 시세가 1억5천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5천만원 가량 비싼 가격에 시장에 나온 것이라고 입을 모으는데요.
해당 건물이 논현동 방향 먹자골목 초입에 있는데다 인근에 논현역과 신논현역이 위치해 ‘더블 역세권’ 입지가 매매가에 반영된 것으로 부동산 업계는 추정합니다.
그러나 좋은 입지를 자랑한다 하더라도 인근 시세 대비 워낙 높은 매매가가 거래에 걸림돌로 작용하리라고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논현동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A 씨는 “해당 건물은 이전에도 매물로 나왔다가 사려는 사람이 없어 도로 회수된 걸로 알고 있다”라며 “매물값이 다소 높게 측정된 측면이 있어서 이번에도 거래가 성사될 수 있을진 모르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건물의 주인은 지난 1998년 한신포차 1호점을 백종원 대표와 함께 창업한 동업자인데요. 건물주는 백 대표가 떠난 이후로도 1호점을 계속 맡아 운영해왔으나 코로나 19에 따른 매출감소를 견디지 못하고 건물을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신포차의 경우 늦은 오후에 영업을 시작해 다음날 새벽까지 운영하던 곳인데 방역지침으로 영업시간이 많이 줄어든 탓에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던 것이죠.
한신포차 1호점은 1980년대 후반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의 여파로 사라진 포장마차를 ‘실내형 포장마차’로 탈바꿈해 문을 열어 많은 이들이 찾았는데요. 백종원 대표가 사업 실패 후 한신포차 1호점의 성공을 통해 사업가로서 재기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상징성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백 대표는 한신포차 1호점을 시작으로 이를 프랜차이즈화 하여 전국에 140여 개의 가맹점을 만든 바 있습니다.
한신포차 1호점이 들어선 자리는 새마을식당,미정식당,홍콩반점 등 이른바 백종원표 프랜차이즈들의 1호점이 19개나 밀집해 있어 한때 ‘백종원 거리’라고 불렸는데요. 그러나 임대료가 최대 40% 가까이 널뛰면서 2018년까지 백종원 식당은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백종원 거리에 백종원 식당들이 일제히 철수한 이후 영동시장 일대 먹자골목은 본격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는데요. 논현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2018년 백종원 씨가 철수하기 직전이 그나마 장사가 잘되던 때”라며 “백종원 가게들이 전부 문 닫고 난 이후에는 매출이 예전만 하지 못하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백종원 거리’라고 불리던 지역에는 중심상권이라 할 수 있는 1층 점포마저 ‘즉시 임대’ 현수막이 걸려있거나 낮임에도 운영을 하지 않은 경우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2018년 당시 개그맨 박성광 씨가 운영하던 주점도 문을 닫은 지 오래이고, 아예 권리금을 받지 않고 임대를 내주겠다는 건물주들도 있지만 빈 점포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논현동 건물을 주로 취급하는 공인중개사 임모 씨는 “3억원에서 5억원 사이를 오가던 권리금이 많게는 40%가량 떨어진 상태임에도 매물을 구하는 사람 자체가 없다”라고 밝혔는데요.
전문가들은 코로나 탓도 있지만, 백종원 거리를 싸늘하게 만든 원인으로 갈수록 오르는 임대료를 지목하는데요.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 식당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값에 음식을 판매하는데 2018년 당시에는 임대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더본코리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철수 당시 1층 점포의 월세가 3.3제곱미터당 약 40만원 올랐다고 하는데요. 20평 점포 기준으로 봤을 때 한 달 월세만 8백만원에 육박했던 것이죠.
한편, 백종원 대표는 백종원 식당을 모두 철수하기 이전 이곳에 있던 자가 건물을 먼저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2012년 4층짜리 건물을 44억원에 사들여 4년 만에 74억원에 매각했으며, 2014년 130억원에 사들인 6층 건물은 2년 만에 174억원에 팔았습니다. 지금까지 350억원에 매물로 나온 한신포차 1호점에 대한 소식과 함께 백종원 거리로 불리던 영동시장 일대 먹자골목의 근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향후 백신 접종률이 높아져 집단 면역에 속도가 붙게 된다면 침체됐던 자영업 시장이 활기를 띨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