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률이 점차 늘어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런 분위기 속 CEO들의 고민은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코로나19로 잠시 미뤄뒀던 사업에 다시금 재시동을 거느냐 혹은 한발 물러서느냐에 대한 것인데요. 현재로선 삼성가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선택에 재계의 이목이 몰린 상태입니다. 10년에 달하는 시간과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그녀의 숙원사업 정체가 무엇이며 관련 업계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하지만 이 사장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한옥호텔 사업이 건너야 할 난관은 한둘이 아녔는데요. 우선 한옥호텔이 건립될 장소로 낙점된 남산이 당시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관광숙박시설 증축이 불가했습니다. 20년간 기존에 이미 있던 시설에 대한 유지 보수 작업만 가능했는데요. 하지만 서울시는 2011년 돌연 조례 제정을 통해 전통호텔에 한해선 관광숙박시설 건립을 허용토록 했습니다. 이후 곧바로 서울시가 이부진 사장을 위해서 조례를 바꾼 것이라며 재벌 특혜논란이 일었지만, 그녀는 여러 말이 오가는 가운데서도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했는데요. 이후 이 사장은 또 다른 난관에 부딪혀야 했습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한옥호텔 건립 계획서를 무려 4차례나 연속 돌려보낸 것이죠. 당시 호텔신라는 지하 4층~지상 4층 규모의 호텔, 지하 6층 규모의 주차장과 지상 4층 높이의 면세점으로 지을 작정이었는데요. 하지만 해당 지역에선 건물 높이 3층 건물만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이죠. 이에 호텔신라 측에서는 규제 완화를 요구했지만, 이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호텔신라는 건물 높이를 지상 3층으로 줄일 수밖에 없는데요. 이외에도 지하주차장 건립, 7100 제곱미터에 달하는 공원 조성, CCTV 설치 등 공공 기여 부문을 늘리기로 약속하면서 사업이 추진된 지 약 6년여가 지난 2016년 3월이 되어서야 한옥호텔 건립 계획서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의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첫 삽을 뜰 수 있었던 한옥호텔은 코로나19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당시 호텔신라는 10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뒤 공사를 재개한다고 밝혔기에 예정대로라면 오는 8월 공사가 다시금 진행될 예정입니다. 공사가 늦춰짐에 따라 애초 오는 2023년 1월 완공을 목표로 했던 한옥호텔은 완공일을 2024년 5월로 늦춘 상태인데요. 지난 20일 호텔신라 관계자는 “중단했던 공사를 8월 재개할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상황을 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밖에 부채비율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호텔신라의 재무상황 역시 걸림돌로 작용할 거란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는데요. 지난해 1분기 호텔신라의 부채 총액은 약 2조23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400%를 넘습니다. 호텔신라의 부채비율은 재작년 286%, 지난해 364%로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처럼 부채가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한옥호텔 부대시설 공사를 위해 공사비 2318억원을 투입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일각에서는 공사 재개와 중단 모두 결정 내리기 부담스러운 형국 속 이부진 사장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해나가는지에 따라 그녀의 리더십이 재평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한옥호텔이 완공된다 할지라도 객실 수가 43개밖에 안돼 큰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백신 보급으로 인해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면세업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예상했습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간 호텔신라는 호텔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면세에 치중하면서 호텔확장에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라며 ”계획된 한옥호텔 투자를 연기하면 당장 수익성 개선 효과를 얻을 순 있겠으나 미래 경쟁력에서 다른 경쟁사들보다 뒤처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오랜 기간을 끌어온 만큼 우여곡절도 많이 겪은 한옥호텔 사업이 공사 재개에 들어가 추후 국내 대기업이 소유한 최초의 한옥호텔이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