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 1,183억 원 규모
외국인 노동자 보장제도 미흡
근로 인력 부족 우려

“사장님 나빠요~” 2004년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서 외국인 노동자 캐릭터 ‘블랑카’가 버릇처럼 내뱉은 말이다. 어눌한 한국말을 쓰며 불리한 타지 생활을 버텨야 했던 외국인 노동자의 애환이 담겨있다. 유행어는 파장을 일으켜 그해 이주 노동자 고용허가제가 도입됐다.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지금은 “사장님 착해요”라 말할 수 있는 상황일까?

최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임금체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체불 사건은 2만 9,376건으로 집계됐다. 규모는 1,183억 원. 2017년 2만 3,885건, 783억 원보다 23%, 400억 원 증가했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보호는 18년 전보다 나아진 게 없는 셈이다. 임금체불이 발생한 노동자에게 나라가 대신 미지급된 임금을 주는 간이대지급금 제도와 임금체불 보증 보험제도가 있지만 보장한도라는 제한이 있다.

우선 임금체불 보증 보험의 한도는 1인당 400만 원에 불과하다. 대지금은 사각지대가 있다. 5인 미만 농어업 사업장의 노동자는 임금채권보장법이 적용되지 않아서 대지급금을 받을 수 없다. 또, 법원의 확정판결이 필요하거나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사업주 확인서가 있어야 한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도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최근 사업주 A씨는 두 달간 자기 농산물 가공 사업장에서 일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임금 70여만 원을 주지 않는 등 외국인 노동자 3명에게 230여만 원의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가 받은 처벌엔 80만 원 벌금형에 그쳤다.

체불에 정당한 사유는 없다지만 왜 이렇게 체불금 규모가 큰 것일까? 혹시 외국인 노동자가 감당 못할 만큼 많기 때문일까?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지난해 11월 1일 기준 ‘2021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는 전년보다 6만 112명(13.2%) 감소한 39만 5,175명을 기록했다. 행정안전부는 이 통계에 대해 “지난해에 이어 외국인 근로자가 큰 폭으로 감소해, 지역에서 근로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일이 힘들어 자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의 대가가 뒤따르지 않아 자국인들은 기피하고,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진 외국인 노동자들만 버티며 돈을 벌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문가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 감소 원인으로 코로나19 여파가 가장 크며 다음으로 임금체불 등 부조리한 대우에 업계를 이탈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허가제를 통해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노동부가 지정·알선하는 사업체에서만 일할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는 자국인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임금채권보장제도를 마련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