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90%가 허공에서 사라져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자산 1조였다는
투자계의 미다스의 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계 100대 부자에 이름을 올린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 당시 포브스가 추정한 그의 재산은 168억 달러, 한화 19조 5,921억 원에 달했는데요. 최근 코로나19 발발로 그의 자산 총액이 16조 원 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약 40일 만에 2조 원가량이 눈앞에서 사라진 것인데요. 대기업 총수, 억만장자가 아니고선 쉽게 체감할 수 없는 큰 금액 단위죠. 한편, 자산이 1조 원에 달했지만 당시를 가장 힘들게 보냈다는 일본인이 있습니다.

◎ 닷컴 버블로 자산 70조 -> 1조로 폭락

주인공은 바로 소프트뱅크의 회장 손정의입니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지만 뛰어난 두뇌로 미국 버클리 대학에서 공부를 했던 그는 하버드, 스탠퍼드 등의 대학원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소프트웨어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는데요. 소프트뱅크는 창업 후 적자를 보기도 했지만 일본의 초고속 인터넷을 도입하며 미국의 여러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들과 제휴를 맺었고 마이크로소프트, 노벨 등을 발굴해냅니다.

손정의는 사업 수완 이외에도 남다른 투자 감각을 자랑하는데요. 그를 세계적인 투자자로 만들어준 첫 번째 투자는 바로 야후!입니다. 실리콘 밸리에서 만난 야후!의 창업자 제리양과 대화를 나누다 1억 5천만 불, 한화로 약 1,500억 원을 투자해 35%의 지분을 확보했죠. 이후 2,000년 1월 야후!의 시가총액이 1,250억 불(130조 원) 가까이 달하게 됩니다. 당시 손정의의 재산은 40조 원가량의 야후 지분과 기타 주식 재산을 합쳐 70조 원 이상으로 추정됐죠.

손정의가 야후!에 투자해 엄청난 규모의 재산을 갖게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인터넷의 대두로 너도 나도 IT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는데요. 그중에서도 업계에선 미국에서 가장 큰 인터넷 사업자 AOL의 주가가 1,000억 불 이상의 수치를 기록했고 세계적인 미디어 그룹 타임 워너와의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그 결과 IT 관련 벤처기업이나 기존 IT 기업들의 주가가 폭등했죠. 하지만 AOL은 빠르게 몰락했고 동시에 수많은 IT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야후! 역시 이 기업들 중 하나였죠. 손정의는 야후!를 포함한 투자한 다른 기업의 주식 지분까지 폭락해 1조 원이라는 재산만 남게 됩니다. 그는 당시를 가장 힘든 시기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 100조 규모 비전 펀드, 구조는?

이후에도 그는 기존 사업과 초기 알리바바, 슈퍼셀 등의 기업에 과감한 투자로 일본 부자 1위를 기록하기에 이르는데요. 2016년 세계 최대 규모의 벤처 펀드인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는 100조 원이라는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데요. 이는 전 세계 IT 관련 펀드 중 단연 1위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는 소프트뱅크에서 출자한 280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450억 달러, 아랍에미리트의 투자회사 150억 달러, 애플 10억 달러 이외에도 퀄컴, 폭스콘, 샤프가 합쳐 출자한 40억 달러로 이뤄져 있습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중동 국가에서 ‘오일 머니’로 높은 비율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요.

절반이 넘는 비율이지만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는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대부분의 금액이 채권 형태라 다른 주주들이 소프트 뱅크의 지분을 넘어설 수 없는 구조입니다. 소프트뱅크가 금액을 차입하는 형태죠. 일각에선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의 재무 구조에 부담을 최소화해 대형 투자에 나서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 투자계의 귀재가 손 뻗은 국내 기업들

우버, 알리바바 등 다양한 IT 관련 기업에 투자를 감행한 손 회장은 한국 기업에도 눈을 돌렸는데요.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쿠팡입니다. 지금까지 약 3조 5,000억 원의 투자를 받았죠. 정확한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는 쿠팡의 대주주로 40~50%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동종업계 경쟁사들의 매출을 모두 합친 금액으로도 따라올 수 없는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쿠팡이지만 적자 역시 엄청난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데요. 20~30조 원 규모의 매출을 목표로 하기 위해선 유통망, 배송 서비스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가 감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쿠팡 측의 설명입니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드래그얼롱(동반 매도청구권) 조항을 넣어 쿠팡이 상장에 실패하면 3자에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죠.

이외에도 손 회장은 AI 딥러닝 머신비전 검사 솔루션을 제공하는 ‘수아랩’, AI 기반의 의료 영상 분석을 제공하는 ‘루닛’, 축구 영상을 분석하는 AI를 개발한 ‘비프로일레븐’ 등의 국내 AI 스타트업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과거 한국이 집중해야 할 세 가지는 모두 AI라고 밝힌 손 회장의 AI에 대한 관심이 엿보이는 투자입니다.

◎ 7조가량 하락했다는 손정의의 현 재산

투자계의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가진 손 회장이지만 최근 그 행보가 주춤하고 있는데요. 지난해 11월, 블룸버그 통신에선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손 회장의 순자산은 23조 원에서 7조 원가량이 줄어든 15조 원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2019 회계연도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9% 급감한 25억 8,800만 엔을 기록했죠. 재계에선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투자 사업인 비전 펀드의 적자를 꼽았습니다.

비전 펀드에서 투자를 진행한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는 경영난으로, 차량 공유 업체 우버는 주가 급락으로 휘청이고 있죠. 그는 1호에 이어 역대 규모가 예상됐던 비전 펀드 2호의 자금 모집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며 조금 더 작은 규모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1호 비전 펀드의 잇따른 투자 실패로 펀드 출자자와 소프트뱅크 주주들에게 돌아가야 할 자금 확보 방안 역시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입니다.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88개의 스타트업과 손을 잡고 있는 손정의 회장이 어떤 전략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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