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중 고교 동문, 디자인 대학까지
삼성家 ‘라이벌’ 이자 ‘쌍둥이’
정유경과 이서현이 걷게 된 행보는?

삼성의 창업주 고 이병철에게는 놀라울 만큼 비슷한 길을 걸어온 두 손녀가 있습니다. 바로 이병철 창업주의 막내딸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의 장녀 정유경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 이서현이죠. 한 살 터울의 두 사람은 패션 업계에서 엎치락뒤치락 경쟁했지만 현재 재계에서 상반된 평을 듣고 있는데요. 삼성가 3세 두 여성 경영인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았습니다.

◎ 초 중 고교 동문에서 디자인 스쿨까지

두 사람은 초, 중, 고등학교 동문입니다. 경기 초등학교, 예원학교와 서울 예술고등학교 미술과를 이어 졸업했죠.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는 학교법인 이화학원이 운영하는 예술인 전문 양성 학교이기도 합니다. 이후 정유경은 이화여자대학교 비주얼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 그래픽 디자인과에 진학했는데요. 이서현 역시 뉴욕 맨해튼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학위를 받았습니다. 학교는 다르지만 미국 동부 유명 디자인스쿨에서 공부한 이력 역시 비슷하죠.

◎ 다른 행보? 2015년 패션으로 다시 만나

정유경은 1996년 신세계 조선호텔에 입사하여 2003년 조선 호텔 프로젝트 실장을 맡았습니다. 전공을 살려 호텔 객실 디자인, 인테리어 고급화에 힘을 썼죠. 조선 호텔 객실의 메모지, 우산 등 그녀의 손길이 닿은 소품들은 국내 호텔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는데요. 이후 2009년 신세계 백화점 부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이서현은 처음부터 호텔이 아닌 패션 쪽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했죠. 2009년 제일모직 전무로, 2015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삼성물산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으로 승진했습니다. 같은 해 정유경 역시 신세계 총괄 사장 자리에 오르며 두 사람은 패션 사업으로 또다시 만나게 됩니다.

◎ 럭셔리로 승부 본 ‘리틀 이명희’ 정유경

패션 사업을 통해 만나게 된 두 사람은 결과적으로 전혀 다른 행보를 가게 됩니다. ‘리틀 이명희’로 불리는 정유경은 패션 감각과 트렌드를 캐치해내는 능력이 탁월해 신세계 백화점의 매장 디자인을 비롯해 패션, 화장품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지방시, 아르마니 등 명품 판권은 물론 자체 수입 편집숍 ‘분더샵’을 키워내는 등 고급화 전략을 택했습니다. 직접 구매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은 고가 제품에 집중해 온라인 쇼핑 경쟁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유통업계에서 살아남은 것이죠.

세포라를 벤치마킹한 ‘시코르’를 통해 화장품 사업, 가구 브랜드 까사미아를 인수해 가구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덕분에 그녀가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2015년을 기점으로 신세계의 영업 실적은 가파르게 성장했죠. 백화점 실적은 부진했지만 올해 면세점과 신세계 인터내셔날 등 자회사의 실적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면세 사업 역시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며 롯데, 신라 면세점을 이을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면세 사업에서도 그녀의 고급화 전략이 빛을 발했는데요. 신세계 디에프(면세점)는 유치가 어렵기로 유명한 브랜드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을 입점에 성공했습니다. 오빠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함께 증여세 납부를 위해 신세계 인터내셔널 보유지분을 대량 매각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 이서현, 삼성물산 이어 삼성복지재단 퇴임

국내 시장을 노린 정유경과 반대로 이서현은 남성복 브랜드 준지와 여성복 브랜드 구호를 앞세워 해외 사업에 힘을 쏟았습니다. 중국 시장을 노린 SPA 브랜드 ‘에잇 세컨즈’는 그녀가 추진한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지만 차별화 실패와 사드 보복에 실패를 맛봐야 했습니다. 이서현의 노력에도 2016년에 이어 2018년 또다시 삼성물산은 영업 손실로 적자를 기록하며 16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재계에선 그간 실적이 부진했던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라는 설도 제기되었죠. 이후 이서현은 4년 임기의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대표로 자리를 옮겼지만 또다시 퇴임했습니다. 연이은 퇴임으로 이서현의 삼성 내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유난히 비슷한 길을 걸어온 두 사람, 삼성가의 라이벌로 불렸지만 이제는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두 사람이 보여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0
+1
0
+1
0
+1
0
+1
0

랭킹 뉴스

실시간 급상승 뉴스 베스트 클릭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