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쉬운 만큼 리스크도 큰 목돈
연금은 운신의 폭 좁지만 안정적
목돈의 연금화 가능한 ‘일시납 연금’
50대에는 자산 일정 부분 현금화해야

최근 유럽권 금리와 연계된 금융상품인 DLS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유럽 주요국들의 금리가 요동치면서 파생상품인 DLS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죠. 이 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이 주로 50,60대 장년층이라 우려는 더욱 큽니다. 은행의 권유로 그간 모아두었던 노후자금을 모두 투자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인데요.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 진입으로 노후에 대한 고민이 점점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편안한 노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걸까요? 한정된 자원을 활용해 목돈을 마련하는 것과 평생 보장된 연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 중 어떤 선택이 더 유리할지, 지금부터 그 장단점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김성주 이사장 “국민연금 구조개혁 필요”

국민연금은 매달 직장인의 월급에서 착실히 빠져나가지만, 연금 수령 가능성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급속한 고령화와 연금 운용 실패로 막상 지금의 20-30대가 은퇴한 이후에는 연금이 고갈될 거라는 것이죠.

최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직은 시기 상조지만, 국민연금의 구조개혁 방안을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소득 하위 70% 이하의 저소득 노인을 돕는 ‘기초 연금’을 전 계층으로 확대하고 현재의 30만 원에서 50~60만 원 선으로 올리되, 국민연금은 많이 내는 사람이 많이 받는 ‘소득 비례연금’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김 이사장의 제안인데요. 소득 재분배 기능은 기초연금에 집중시키고, 국민연금은 많이 투자한 사람이 많이 돌려받을 수 있는 구조로 만들자는 겁니다.

◎ 목돈의 장점, 연금의 단점

만일 김성주 이사장의 말처럼 소득이나 납입금에 관계없이 모든 노인이 50만 원씩 기초 연금을 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자신이 기여한 금액에 따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면 노후의 불안함이 조금 덜어질까요? 국민연금을 불신하는 이들은 종종 “못 믿을 연금에 매달 투자하느니 내가 따로 저축해서 목돈을 만드는 게 나을 것”이라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만일 1억 원의 목돈과 매달 50만 원씩 지급되는 연금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떤 형태의 노후자금을 선택하는 것이 이득일까요?

먼저 1억 목돈의 장점, 50만 원 연금의 단점을 살펴보겠습니다. 각자의 거주지가 어디인지, 주거의 형태는 무엇인지, 몇 세인지에 따라 한 달에 필요한 생활비는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50만 원의 연금으로는 터무니없이 모자라죠. 젊을 때처럼 늘 건강하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치료비, 입원비, 약값 등의 큰돈이 들어가는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목돈의 경우 자영업을 시작하거나 투자해서 불릴 수 있는 종잣돈이 되지만, 월 50만 원으로는 수익창출이나 재테크를 위한 운신의 폭이 너무 좁죠.

◎ 연금의 안정성, 목돈의 위험성

하지만 목돈의 위험성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1억 원을 투자해 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한다면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해집니다. 고수익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월 50만 원이라면 그 달의 돈을 모두 잃더라도 피해의 기간이나 규모가 제한됩니다. 월 50만 원이 생활비로 충분치는 않지만, 사실 1억, 아니 2~3억의 돈을 은행에 넣어둔다고 해서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월 50만 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예상보다 장수하게 되는 경우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1억 원을 50만 원씩 쪼개면 총 200개월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약 16.6년에 해당하는 기간이죠. 60세부터 노후 연금을 수령한다고 생각했을 때. 76.6 세를 넘어서까지 생존한다면 연금 수령이 이득입니다. 바꿔 말하면, 1억 원의 목돈을 받아 불리기에 실패한다면 정말 돈이 필요한 시기에 돈이 바닥날 수 있다는 이야기죠.

◎ 목돈의 연금화, 일시납 연금

목돈을 연금화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일시납 연금’상품에 가입하는 것이죠. 일시납 연금은 매달 소액을 투자해 은퇴 후 연금을 지급받는 적립식 연금과 달리, 목돈을 한 번에 넣고 매달 연금을 받는 상품입니다. 펀드나 부동산 등의 재테크를 통해 직접 노후자금을 마련한 뒤 일부를 연금으로 전환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형태죠.

<한국경제>에 따르면 60 세 남성이 1억 원을 일시납 연금으로 금융회사에 맡겼을 때 사망할 때까지 매달 받을 수 있는 돈은 공시이율에 따라, 금융사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략 40만 원 안팎이라고 합니다. 금융회사 측에서 반드시 보장하는 ‘최저보증이율’로 따졌을 때는 30만 원대 초반이죠. 일시납 연금 가입으로 1억 원을 연금화한다 해도 매달 50만 원보다 적은 금액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인데요. 다만 앞서 언급했듯 재테크로 자산 증식에 성공한 뒤, 목돈과 연금의 비율을 안정적으로 맞추고 싶은 이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연령별 대비, 노후 일자리 확보 중요

목돈이든 연금이든,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둘 중 한 가지만으로 우리의 노후가 보장되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강창희 트러스톤 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비즈니스 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은퇴 후 소확행은 일자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은퇴 후 밀려오는 돈과 건강, 고독 등 불안을 해결하는 열쇠가 다름 아닌 일자리라는 그는, 노후자금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되면 소비 수준을 낮추는 노력과 함께 체면을 버리고 어떤 일이든 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고 덧붙이는데요. 젊은 시절의 영광을 되돌아보며 현재의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기보다는 단순하고 멋없는 일이라도 꾸준히 해서 약간의 소득이라도 올리는 것이 심신의 건강과 경제적 안정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이죠.

강 대표는 또한 30대에는 3층 연금(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에 가입하고, 자산관리와 경제적 자립에 대한 학습이, 40대에는 특수질병보험 가입, 식습관 개선 등 건강 리스크 관리와 자녀 리스크 관리가, 50대에는 부채 상환, 자산의 현금화 등 가계자산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는데요. 노후 자금으로 얼마나 필요할지, 목돈이 유리할지 연금이 나을지는 각자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30대부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만큼은 달라지지 않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