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이 되어서도 말문이 터지지 않아 부모님 애를 태웠던 한 아이가 있습니다. 한 살 위인 사촌 형이 촛불을 보며 “캔들(candle)”이라는 영어 단어를 내뱉을 때 이 아이는 ”앗 뜨!“라는 감탄사만 내뱉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6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시작한 피아노는 남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손에 익혀 나가는 대회마다 상을 휩쓸었습니다.

위인전의 전형적인 스토리라고 할 수도 있을법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에 대한 얘기입니다. 지난 2016년 만 21세의 나이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결선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해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됐는가에 대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 국내 클래식계에서 최고의 티켓파워를 가진 인물을 말하자면 가장 먼저 조성진을 꼽을 수 있을 텐데요. 수많은 예술스포츠 스타들은 그들의 타고난 재능과 각고의 노력이 빛을 발해 이름이 널리 알려지기까지 부모의 희생이 동반된 경우가 많았으나 조성진은 이에 해당하지 않았습니다조성진의 아버지는 건설회사에 재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어머니는 가정주부인데요.

음악을 하는 친인척도 없습니다이처럼 클래식 음악과는 어떠한 연고도 없는 가정에서 자란 그는 6살의 나이에 친구 따라 동네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건반을 처음 두드리게 됐는데요. 7살부턴 바이올린도 함께 배우기 시작했으나 바이올린은 서서 연습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 얼마 못 가 피아노 연습에만 몰두했다고 하죠.

원석은 굳이 티를 내지 않아도 반짝이는 덕분일까요 친구 따라 별 뜻 없이 시작하게 된 피아노였음에도 조성진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 음악 학원 선생님은 그에게 개인 레슨을 권유했는데요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10세에 예술의 전당 영재아카데미에 들어간 조성진은 그로부터 2년 뒤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합니다.

첫 번째 콘서트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이를 계기로 또 하나의 기회를 잡게 되는데요경기필하모닉 상임지휘자를 지낸 바 있는 정명훈 감독이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곧바로 서울시향과 조성진의 협연 무대를 추진한 것이죠정 감독 덕분에 조성진은 16살의 나이에 서울시향 공연에서 베토벤과 쇼팽 연주를 대중에게 선보였습니다.

클래식 업계에 오랜 기간 종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치챌법한 조성진의 재능은 그가 여러 대회 무대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했는데요. 2006년 이화경향콩쿠르’ 초등부에서 우승을 거머쥔 조성진은 영원한 1등도영원한 꼴찌도 없다고 배웠다라며 앞으로도 겸손하게 피아노 연습에 매진하겠다라는 다소 조숙한 소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2008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2014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를 기록하며 피아니스트로서 본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요.

그중에서도 조성진이 2016년 한국인 최초로 우승을 차지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를 계기로 그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피아니스트로 거듭나게 됐습니다쇼팽 콩쿠르는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더불어 3대 콩쿠르로 꼽히는데요.


우승 직후 진행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꿈꿔온 콩쿠르에서 우승한 걸 믿을 수 없다”라며 상기된 반응을 보였던 조성진은 대회 이후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자신을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하는 등 급작스러운 인기와 명예를 얻은 것과 관련해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론 불안하다라며 대회 우승 이후로도 하루 4~5시간씩 계속해서 연습에 매진하는 중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1년에 한국에 머물러 있는 시간보다 해외를 돌며 연주 일정을 바쁘게 소화하고 있는 조성진은 지난 9월 무려 10개월 만에 한국을 찾았는데요리사이틀 전국 투어를 소화하기 위해 귀국한 그는 〈KBS 1TV 뉴스라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런 시국에 한국에서 다시 연주회를 할 수 있게 돼 기쁜 마음이라며 자신의 음악이 다른 이들에게 위로로 다가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는 특히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관중 없이 온라인 공연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과 관련해 좀은 점도 물론 있었지만 관객들과의 교감이 중요한 것 같다라며 관객이 있을 때 연주하는 것이 더 즐겁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조성진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6년 만에 개막 소식을 알리면서 현재 제2의 조성진이 탄생할까에 관해 클래식 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데요본래 5년 주기로 열리는 대회이지만코로나19여파로 1년이 연기됐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올해 초 500여 명이 지원했으나 영상 심사와 예선을 통과한 이들과다른 주요 콩쿠르 입상자를 포함해 총 96명만 본선에 진출했는데요본선 진출자 가운데 한국인은 총 7명으로 알려져 한국은 중국(23), 폴란드(21), 일본(16)에 이어 4번째로 본선 진출자를 많이 낸 나라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클래식 마니아에겐 축제로 통하는 쇼팽 콩쿠르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지난 2일 본선이 개막해 오는 23일까지 약 3주가량 열릴 예정인데요대회 일정이 3주 가까이 되기에 연주자들 사이에선 체력전으로 통하기도 합니다조성진은 이번 콩쿠르 개최 기념 오프닝 콘서트에서 직전 대회 우승자로서 무대에 올라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한편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개최되는 쇼팽 콩쿠르를 두고 왕관을 다음 사람에게 물려줄 마음의 준비가 되었느냐?“라는 다소 짓궂은 질문이 그에게 들어왔는데요이에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는 목표가 아닌 과정이기에 왕관을 썼다는 생각은 단 한순간도 해보지 않았다라며 다음 우승자가 나오면 진심으로 축하할 것이고 친해지고 싶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내 클래식계에서 이례적으로 거대 팬덤을 몰고 다니는 조성진에 대해 알아봤는데요귀하게 느껴지는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조성진이 앞으로 대중에게 들려줄 연주를 계속해서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