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크루트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본업과 함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제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비율의 52%가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2019년 대비 6.1% 포인트 늘어난 수치로, 날이 갈수록 공무원 자리의 경쟁률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요. 특히 최근엔 ‘직시생’뿐만 아니라 ‘맘시생’이란 단어까지 생기고 있는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본업과 병행하면서까지 공무원이 되고자 노력 중인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서울 소재에 있는 한 마케팅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30대 A씨는 지난해부터 7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생활비 문제로 차마 퇴사는 하지 못한 채 퇴근 후 온라인 강의를 듣고, 주말에는 스터디 모임에 참여하며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죠. A씨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실적 스트레스가 적을 것 같고, 무엇보다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도전하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회사 생활과 병행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은 대부분 현재 재직 중인 회사보다 안정적인 근무환경과 복리후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될 뿐만 아니라 ‘워라벨’의 실현도 가능하고, 일반 사기업에서 요구되는 실적 압박과 경쟁을 유도하는 분위기에서 벗어날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구직자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로는 ‘정년보장’(20.3%)과 ‘연금 지급’(15.6%)이 가장 높았고, 이어 ‘사기업 보다 복리후생, 근무여건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되어서’(12.4%)와 ‘공정한 채용, 승진과정이 보장되기 때문’(8.2%), ‘공무원이 본인의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되어서’(6.7%), ‘학벌, 전공, 기타 스펙 등의 이유로 공무원이 적합할 것이라고 판단해서’(5.7%)를 예로 들었습니다.

맘시생의 경우는 어떨까요? 육아와 살림을 도맡으며 공무원 준비를 하는 이들은 주로 출산과 육아로 인해 불가피하게 경력이 단절됐거나 구직 활동을 중단했던 여성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회사 생활을 못해 민간 기업에 취업하기가 어렵고, 채용 당시 경력보다 시험 점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사기업이 아닌 공무원에 눈을 돌리는 것이죠.

또 아이가 생기면서 육아와 살림 비용이 늘어나 남편 혼자서는 생계비 유지가 힘든 것도 책을 펼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맘시생들은 보통 기혼자들이기에 거주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지방직 9급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고,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고 쉬는 날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육아와 병행하며 일하기에 가장 적합한 직업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네이버 카페에서 ‘맘시생’이란 키워드를 검색하면 1만 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올 정도로, 많은 이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정부의 공약과 함께 주 52시간 근무제가 정착되면서 공무원직의 복지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 코로나19 상황으로 외출이 줄고 재택근무도 많아지다 보니 여가 시간이 늘어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도 생기게 됐습니다.

그러나 직시생과 맘시생 모두 본업을 병행하며 따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 부족’을 가장큰 고충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은 본인의 일과 육아와 살림 등을 제외하고 공부 시간을 따로 확보해야 합니다. 그래서 짧게는 1년, 길게는 5년까지 오로지 공부에만 모든 시간을 할애하는 다른 준비생들과 비교했을 때 체력적으로 훨씬 더 힘이 든다는 것이죠.

그럼에도 이들이 절대 포기하지 않고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는 분명 존재합니다. 흔히 알려진 복지 외에도 공무원 생활을 직접 겪어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반 사람들도 혹할 만한 조건이 많습니다. 사기업보다 훨씬 낮다고 여겨지는 공무원 연봉엔 사실 비밀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전직 공무원이었던 한 여성은 유튜브 채널 ‘이조잘’을 통해 공무원 생활의 장점에 대해 솔직히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처음 10년은 일반 기업에 대해 연봉이 낮다고 느낄 수 있는데, 그 10년이 지나면 호봉이 빛을 발한다. 서울시 자치구 기준으로 달마다 200만 원 중 후반에서 300까지도 그냥 받아 갈 수 있는데 거기에 수당까지 합치면 괜찮다. 만약 30년 다녀 5급까지 달면 실수령액은 연에 8천 이상이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기본급 외 수당이 많다며 “제가 있던 부서의 경우 기본급과 정액급식비, 초과근무수당, 직급보조비, 출장비 등이 있다. 거기에 명절 보너스, 연가보상비, 복지 포인트, 가족수당, 민원 수당 등 종류가 많다. 본인의 호봉이 오를수록 이 수당들은 계속 오른다”라고 전했고, 이 외에도 공무원만 누릴 수 있는 복지와 혜택에 대해 설명해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 부는 ‘공무원 열풍’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합니다. 공공부문에만 인재들이 몰리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다른 인재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죠. 또한 오랜 시간 시험을 준비하는 장수생의 경우 경제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생산과 소비의 기회비용이 더욱 커지게 됩니다.

또 맘시생의 경우, ‘공부하는 엄마’라는 타이틀에 대한 주변의 부정적인 시선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회사에서 주어진 시간만큼만 일하면 되는 직시생과는 달리, 맘시생은 시험 준비로 인해 자칫 육아와 살림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편견을 심어주기 때문이죠.

한국개발연구원장을 역임한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은 “한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줄어들고, 세계의 첨단 정보ㆍ기술 전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능력 있는 인재들을 공공부문에 몰아넣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며 사회의 인력 배분에 왜곡을 가져온다”라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