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절벽, 높아지는 채용 문턱 등을 제목으로 단 기사는 코로나19이후 좀 더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는데요. 취준생은 물론이고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마저 밥벌이 상황을 걱정하는 때, 고용 불안정과 관련된 그 어떠한 고민도 하지 않는 직장이 있죠. 신의 직장, 철밥통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공기업이 그러한데요. 그중에서도 평균 연봉 9천만 원을 자랑하는 한국마사회는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공기업에서 항상 10위권 내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매주 막대한 현금을 확보하는 수익 구조를 갖춰 최대의 현금 시장으로 꼽혔던 한국마사회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데요. 급기야 2천억 대의 대출을 받기로 했다고 하죠. 마권 판매 수입권을 필두로 공기업 가운데 최고 현금부자로 꼽혔던 마사회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5월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마사회는 1949년 창사 이후 지난해 첫 적자를 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우남 한국마사회 회장의 연봉은 1억 8447만 원으로 전년 대비 44%나 인상됐습니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도 6% 이상 뛰었는데요. 한국마사회는 지난해 성과급으로만 임직원에게 197억 원을 지급했다고 합니다.

마사회가 그간 1400억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내오다 지난해 4368억 원의 적자를 낸 것을 고려하면 성과급 잔치가 다소 과도하다는 비판이 언론에 오갔는데요. 이 같은 반응에 기획재정부는 “기관 자체적으로 성과를 평가해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다”라며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부실경영 등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공기업에 수백억 원의 세금을 들여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부적절하는 비판은 여전히 제기되는 상황인데요.

코로나19 사태로 경마 경기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게 되면서 마사회는 연간 7조 원 규모의 마권 판매 수입권이 뚝 끊겼습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닌데요. 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공약으로 인해 지난 2018년 초 마사회는 경마 지원직 5천여 명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시켰습니다. 즉 마사회의 주 수입원인 마권 판매 수익이 끊긴 상황에서 대폭 늘어버린 직원들 월급은 꼬박꼬박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죠.

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고자 마사회는 코로나19이후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전 직원에게 휴업일을 지정해 휴업수당을 적용하는 방식을 택해 왔는데요. 코로나19 유행 초기 단계인 지난해 상반기에는 주 5일 근무 기준 휴업일 이틀을 지정해 평균 급여의 70%를 지급해왔으며, 그 이후 한동안 탄력적으로 휴업 일수를 운영해오다 지난해 9월부터 다시금 이틀을 고정 휴업일로 정해 운영해왔습니다.

이러한 고육지책으로 마사회가 절감한 인건비는 1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요. 그럼에도 경영난 극복을 위해선 휴업 수당을 기존보다 대폭 삭감하고 지정 휴업일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됩니다. 특히 과거 아르바이트 신분이던 경마 지원직 5천여 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마사회는 이들에 대한 고정 인건비로 만 30억 원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데요.

경마지원직은 경마를 운영하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에만 출근하기에 마사회는 이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전에는 출근일수와 근무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면 됐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경마장 운영을 한동안 하지 않았음에도 이들에게 휴업 수당을 고정적으로 지급해야 하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현재 마사회에서 출근하지 않으면서 월급을 받아 가는 인원은 전체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17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기존 월급의 60%에 해당하는 70만 원 안팎의 월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사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의 나쁜 예로 꼽히는데요. 우선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됐던 경마지원직은 근무일수가 적어 애초에 양질의 일자리라 할 수 없었고, 실제로 정규직 전환이 된 이후에도 퇴사자의 비율이 38.6%에 달했습니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마지원직 5496명 가운데 2119명이 재작년 9월 기준으로 퇴사했다고 하죠.

특히 마사회는 3년간 5100여 명의 비정규직 인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느라 채용 문턱은 최근 몇 년간 굳게 닫아버렸는데요. 마사회는 지난해 비상대비인원을 제외하고는 공채를 아예 뽑지 않았습니다. 올해 역시 신입 공채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와 관련해 마사회 노조는 지난 2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늘어난 비용 증가 부담으로 고용 유지마저 걱정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내용이 담긴 호소문을 국회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마사회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고정 휴업일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마사회 노조는 사행성 조장이라는 논란을 딛고 온라인 마권 발매를 국회에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현금 확보를 위해 2천억 원의 대출을 받고, 300억 원대의 부동산을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대전광역시에 매각될 예정인 지하 6층에서 지상 12층 규모를 자랑하는 대전 서구 마사회 빌딩은 시세가 3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마사회 관계자는 “올해 12월 2천억 규모의 대출을 받기로 의사회가 의결했다”라며 “현재 긴축재정을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임직원의 급여는 고정적으로 나가고 있고,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신의 직장이란 별명이 무색하게 코로나19, 대규모 인원 정규직 전환 등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마사회의 현재 근황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당장 경영난 문제를 제외하고도 김우남 회장의 부당한 인사 채용 지시 논란 등 문제가 산적해있는 마사회가 향후 이 모든 문제들을 어떻게 타개해나갈지 귀추가 주목됩니다.